[Opinion] 늙지 않은 경험을 겸비한 80대의 인턴 [영화]

인턴, 2015
글 입력 2021.06.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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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위해 스킵 해 놓은 영화가 굉장히 많이 넘쳐난다. 영화 <인턴>이 그중 하나였는데, 눈에 밟히면서 늘 미뤄뒀던 작품이었다. 그 이유는 구체적이진 않지만, 뭐랄까 그냥 포스터만 보고도 지레짐작할 수 있는 스토리로 주를 이루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건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내 눈에 계속 밟힌다는 건 무언의 의미 있는 신호라고 느끼기에 선택했다. ‘30대 CEO와 80대 경험 많은 노인의 만남’을 지켜보며 나는 또 무엇을 얻어 갈 수 있는지 집중했다. 능숙하고 풍부한 경험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잔 가지들로 어떻게 연결될까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넘쳐나는 순간이었다.

 

영화는 진지한 순간에서 오는 묵직한 한 방보다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들이 강렬하게 모여 있었다. 새벽에 혼자 보면서 너무 크게 웃어서 아빠가 어떤 영화였는지 궁금해했을 정도니 길게 말하지 않아도 은근히 반전 있는 영화라는 사실에는 틀림없다.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장면들을 또 보기 위해 조만간 다시 이 영화를 틀 테지만 글로 한 번 정리해서 <인턴>이라는 영화를 더 많은 분들이 보길 희망한다.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회사 일에 열정이 넘쳐나는 줄스 오스틴(앤 헤서웨이)는 엄마랑 사이가 삐꺼덕 거린다. 전화를 끊을 때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형식적일 뿐 서로에게 잠재적으로 불만이 많아 보인다. 그러한 감정을 메일로 작성하고 실수로 자신의 엄마에게 보내게 된다. 뒤늦게 깨달은 줄스 오스틴의 사정을 들은 80대 인턴 벤(로버트 드 니로)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한다.

 

부모님의 본집에 몰래 들어가서 노트북을 찾아 메일을 지우자는 수법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벤은 다른 인턴들과 함께 집에 들어가기까지는 성공하나, 문제가 생긴다. 거실에 달려있는 보안 시스템이 말썽이었다. 벤이 줄스 오스틴에게 전화를 걸어 벨이 울린다고 큰일 났다고 전하니, 안심하라며 자신의 엄마가 홈쇼핑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산 가짜 알람이 분명할 테니 경찰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그러나 이 보안 시스템은 정말 작동이 하는 것이었고, 이때 벤과 다른 인턴들은 호들갑을 떨며 범죄 현장에서 달아나기 위해 타고 온 차로 달려 나간다.

 

그러나 차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 한 명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심취해 있는 상황. 벤은 open the door!!!!!이라고 외치면서 조수석 창문을 여러 번 세게 두드린다. 사수가 먼저 시키지도 않은 위험천만한 일을 스스로 일을 해결하려는 이 행동에서 벤이 사회생활에 대처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 장면은 우스꽝스럽고 재밌게 영화적으로 표현했지만 놓치지 않고 벤의 성격을 유추해볼 수 있다.

 

단순히 주어진 일에만 성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찾아 해결해나가려는 방법을 택한 그를 보며 80대에도 인턴으로 인정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에 대한 진정성 있는 그의 모습은 사무실에서도 보인다. 줄스 오스틴이 창업한 패션 사업이 커지자 직원의 수도 2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구성원의 수가 많은 만큼 깨끗해 보이지는 않은 사무실에서 그 누구도 정리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 안 한 쪽은 정리 정돈이 되어 있지 않고 어지럽혀져 있지만 그 누구도 그것들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에서 유일하게 다른 한 명이 바로 벤이었다. 그는 박스로 채워져 가는 테이블 위를 먼지 한 톨 보이지 않게 정리 정돈을 한다. 그리고 나선 내색 하나 비추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


나 또한 살아가며 단체생활을 많이 했지만, 해야 되었기 때문에 한 일은 수없이 많지만 자진해서 한 일을 떠올려 보자니 없었다. 부끄럽지만 감사하게도 영화를 보면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많이 생긴다. 더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나이를 먹으며 향을 풍기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시간도 가지게 된다. 방금처럼.

 

이보다 속살을 보여주는 듯한 부끄러운 감정을 하나 더 말하고 그 생각을 깨끗하게 지워버려야 겠다는 다짐을 해야겠다. 요새 사회적인 분위기는 개인주의로 바뀌어가는 추세인 것 같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크게 느끼고 있다. 현실과 미디어와 주변 공기에서 느끼면서 나 또한 나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공감도, 칭찬도, 관심도 그저 담백하고 적당하게만 하자. 타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도 말고 약간의 달짝지근함만 넣어야겠다. 이렇게 해야지만 관계에 있어 큰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어리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80대 인턴 벤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깨끗하고 빳빳하게 늘 준비되어 있다. 아, 줄스 오스틴이 남편의 바람 문제로 호텔에서 울면서 벤에게 고민 상담을 했을 때, 그때만 유일하게 없었다. 그러나 그가 그 상황에서 건넨 말은 “아쉽네요, 이럴 때 손수건을 건네지 못한다는 게”였다.

 

옛말에 어른들이 한 가지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틀림없이 맞는 말임을 알 수 있다. 핸드폰처럼 꼭 필수품이 아닌 손수건을 늘 가지고 다니며, 위로를 건네는 그 모션을 나라는 사람도 할 수 있는 모션일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되짚어본다.

 

 

인턴 1.jpg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80대의 인턴이 처음에는 불편했던 30대의 CEO는 어느 순간부터 계속 그를 찾는다. 그의 옆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는 노련함과 연륜미를 느낀다. 벤 또한 젊은 CEO가 하루를 쪼개가며 꼼꼼하게 일을 하는 그녀를 보며 꾸준한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남녀가 서로를 존경하며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

 

 

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나이 들어가길 원하냐고 묻는다면, 지혜롭고 기품 있는 백발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답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자연스럽게 경험이, 지식이, 지혜가 추가되는 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듣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으면, 경험이 쌓이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영화를 보며 자신 있게 걸어 나가는 나를 또 그려본다.

 

30대의 나도 줄스 오스틴처럼 욕심 많고, 고민이 많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겠지만 80대가 된다면 벤처럼 여유롭게 현재의 자리에서 도전할 수 있는 일을 또 모색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향기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벤에게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불현듯 내가 지켜나간 생각들이 충돌되는 날, 주저 말고 줄스 오스틴처럼 벤을 찾을 것이다. 어차피 화면으로만 주기적으로 찾아 귀찮게 구는 정도일 테니까 벤도 그날만은 살아 있는 경험을 살려 나를 공감해 주고 응원해 주지 않을까?

 

 

 

조우정-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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