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모두를 공평히 비추는 달빛과도 같은 사람, 박세나 에디터를 만나다

'유'자로 끝나는 단어를 좋아하는 박세나 에디터와 함께한 시간
글 입력 2021.05.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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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난, 오피니언의 여러 카테고리를 둘러보며 '오늘은 무엇을 주제로 글을 써볼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오피니언에 있는 많은 카테고리를 한번씩은 건드려보고 싶었고, '우선은 내가 쓸 수 있는 분야부터 써보자'라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가까운 카테고리부터 차근차근 작성해나가고 있었다.

 

만화, 게임, 음악, 사람, 다큐, 애니 순서로 글을 기고하던 나는, 이제 몇 남지 않은 카테고리 항목을 둘러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패션과 여행이 그러했는데, 패션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쓰기에는 아직 너무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행 같은 경우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나였기에 쓸 글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패션은 도저히 잘 쓸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여행을 우선 고민해보자, 하는 생각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며 내가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그렇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고 설령 괜찮은 소재가 떠오른다 하더라도 글로 녹여내기에는 내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이를 어쩌면 좋지'하는 생각에 낙담해하고 있었다. 허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여행 관련 글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져 이런저런 글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앞쪽에 있던 '14일간의 몽골 여행기'를 통해 박세나 에디터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몽골 여행기 글을 읽으며 심장이 두근거렸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그동안 글을 쓰는 방식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런 글도 있다니'하는 마음에 천천히 정독을 시작했다. 굉장히 매력적인 글이었고 술술 읽히는 글이었다. 마침내 다 읽고 나서는 '아, 이 분을 한번 만나뵙고 싶다'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다. 물론 당시에는 실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몽골 여행기를 보고 며칠 채 안되어서 'Project 당신 1:1 인터뷰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 받은 것이다. 처음 며칠간은 망설였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신청 마지막 날, 박세나 에디터님을 만나고 싶다고 대표님께 말씀드렸고 다행히 박세나 에디터님께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봄과 여름 사이, 이제 막 더워지기 시작하던 날, 서울의 어느 한 카페에서 에디터님을 만날 수 있었다.

 

*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뷰의 첫 질문은 단연 몽골 여행 글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내가 박세나 에디터님을 처음 알게 된 글이자 다른 사람의 글에 매력을 느끼게 된 글, 글쓴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만든 글, 그 글의 배경을 알고 싶었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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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몽골 여행은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항상 밖으로 나가려고 해요. 집에 있으면 많이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는데 몽골 여행은 2018년에 13박 14일로 갔다왔어요. 같이 간 사람들은 카페를 통해 알게된 사람들인데, 몽골 여행 관련 카페가 하나 있어요. 거기에 제가 즉흥적으로 '같이 갈 사람 있나요?'라고 질문을 올렸고 그 글에 호응해주신 분들을 단톡에 초대해서 같이 가게 되었어요.

 

 

Q2. 몽골은 어떠셨어요? 여행을 워낙 좋아하시니까 되게 좋으셨을 것 같은데.

 

너무 좋았어요, 진짜. 저는 오래 여행 하는 걸 좋아해요. 유명한 관광지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골목골목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 거기에 사는 현지인들의 삶을 알아보고 싶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듣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렇게 길게 잡았어요. 거기는 한국 사람이 운전을 할 수 없어서 운전사 한 명을 고용한 후 돌아다녔는데, 사실 다니면서 많이 못 먹었어요.(웃음) 즐기는 여행이 아니고 고생하는 힘든 여행이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같이 간 사람들하고 돈독해져서 돌아왔어요.

 

낙타를 타거나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하는 건 모두가 아는 몽골의 모습이잖아요? 근데 그러한 것의 이면에는 10시간 동안 덜컹거리는 차를 타야하는 힘듦이 있고 오랜 시간 묵묵히 버텨내야 하는 고행이 있어요. 그래서 되게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여행이긴 했어요.

 

전 몽골을 다녀온 뒤로는 '내가 상상만 하던 곳에 실제로 갈 수 있네?', '내 상상이 이뤄질 수 있구나'하는 걸 느꼈고 약간 자연에 압도되는 느낌?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거기는 모두 평지고 하늘을 가로막는 건물 같은 게 하나도 없어서 밤하늘의 별이 눈앞에 바로 있는 느낌이에요. 태양도 그렇고요. 그런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몽골 여행을 통해 많이 느꼈어요.

 


Q3-1. 몽골 여행 도중에 일기를 꾸준히 쓰신 것 같은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쓸 만한 환경은 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핸드폰 메모장으로 쓴 다음에 집에 와서 옮겼어요.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은 빨리 휘발되더라고요. 그래서 여행 순간순간 머릿속에 괜찮다 싶은 문장이 떠오르면 그 문장을 그대로 남기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게 글 쓸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Q3-2. 그렇게 느낀 감정이나 느낌은 오래 가는 편인가요?

 

남기지 못했으면 그렇게 오래 가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생각이 되게 발산적이고 산발적이어서 순간적인 감정이나 느낌이 자주 떠오르는데 그렇게 떠오른 것들은 기록이나 메모 같은 걸 해놓지 않으면 저에게 남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Q4-1. 다른 해외는 어디어디 다녀오셨어요?

 

베트남이랑 라오스, 중국에 갔었어요. 근데 관광지가 아니고 사막이나 오지 같은 곳을 많이 다녔어요.

 

Q4-2. 힘든 곳만 골라서 가셨군요? 그런 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릴 적에 봤던 영화 덕이 컸던 것 같아요. 영화 <김종욱 찾기>를 보면 인도가 배경이잖아요? 거기에 나오는 에스닉한 분위기, 낡은 열차 느낌, 전통 문양들, 그곳만의 독특한 향 같은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에 빠져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 같아요. 원래는 인도를 가보고 싶었는데 많이 위험하다 그래서 대신 선택한 게 동남아나 사막 쪽인거고요.


Q4-3. 그런곳만 가시니까 거기서만 느낄 수 있는 나름의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 같아요.

 

진짜 많아요. 몽골 글에는 쓰지 않았는데 몽골은 기후 자체가 비가 오면 와장창 내리고, 안 올 땐 아예 안오고 이런 면이 있어요. 한 때는 제가 돗자리 펴고 저 건너편에 보이는 물소랑 양 떼 지나가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쉬고 있었는데, 저기 멀리서 먹구름이 오더라고요? '저게 설마 올까?'싶었는데 그게 진짜 이쪽으로 오는거예요! 근데 거기가 평지고 집도 거의 없어요. 집이 있어도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데, 또 몽골은 피뢰침 같은 게 없어서 서 있으면 감전될 위험이 있단 말이죠? 게다가 차에 기름도 없고, 운전사님은 핸드폰 끄라고 하시고.

 

완전 망연자실해 있는데 다행히 목장 하나를 발견해서 들어갔어요. 근데 알고 보니 목장이 아니라 정육점인거 있죠? 양 목에서 피 뚝뚝 떨어지면서(기겁) 피 냄새도 나고, 그래서 완전...

 

Q4-4. 이런, 충격적이었겠네요??

 

그렇기도 했지만 그때는 제가 어릴 때여서 완전 재밌었어요!(필자가 예상한 대답과 반대여서 살짝 당황했다) 한 명만 동생이고 나머지는 언니 오빠들이어서 '우리 무서운 얘기 할까?'이러면서 밤을 같이 보냈어요.

 

Q4-5. 어려운 상황을 즐기는 타입이신가봐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해요.(웃음)

 

 

 

일상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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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1. 쉴 때는 보통 뭐하세요? 밖으로 나가실 것 같은데.

 

완전히 밖으로 나가요. 일정이 없어도 만들어서 나가는 편이에요. 옛날엔 집에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했는데 최근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출에 쓸 돈을 다 책 사는데 썼어요. 밖에 나가면 전시회나 복합 문화 공간이나 독립 서점 같은 곳을 가곤 했어요.

 

Q5-2. 작년에 많이 답답하셨겠어요.

 

네 맞아요. 그때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전 집에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 가라앉는 타입이어서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그때는 생각을 아예 안하려고 했어요. 근데 생각을 하고 그걸 글로 풀어냄으로써 이게 좋은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님이 '치유를 위해 글을 쓰진 않지만,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이게 작년의 저에겐 많은 힘이 되었어요. 글쓰기를 통해 사유의 힘을 기르고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까 무조건 피하는 게 답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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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1. 글 쓰는 건 보통 얼마 정도 걸리시나요?

 

글감을 떠올리는 게 좀 오래 걸리는 편이지 글 쓰는 건 3시간? 정도면 쓰는 것 같아요.

 

Q6-2. 오 되게 빨리 쓰시네요? 저는 되게 오래 걸리실 줄 알았어요. 사전 조사 같은 걸 하실 줄 알았는데. 에디터님 글을 보면 중간중간에 다른 책에서 인용한 구절 같은 게 많잖아요.

 

저는 글을 쓰는 도중에 그런 걸 찾아본다기 보다, 그런 구절을 발견한 다음에는 '아, 이것과 관련해서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그 구절을 바탕으로 글을 구성해요.

 


Q7. 글감은 어디서 찾으세요?

 

차근차근 준비하는 편은 아니고 그 순간에 떠오르는 것에 살을 붙여서 글을 작성하는 편이에요.

 

최근에 쓴 '코인 열차 탑승기'라는 글에서 아이유가 작사한 'dear moon'관련 인터뷰를 보면, 'dear moon'을 쓴 계기가 나오는데 '달빛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아서 썼다'라는 말이 나와요. 그래서 전 '왜 달빛이 모두에게 공평한거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햇빛과 대비되는 달빛에 대해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찬가지로 저는 이런 생각들을 꾸준히 모아서 여러 가지를 섞어 글을 쓰는 편이에요.

 

 

Q8-1. 에디터님이 쓰신 글들 도입부를 보면 '와, 이런 표현 되게 좋다', '이런 식으로 시작을 할 수도 있구나'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덩달아 '뒷부분은 어떤 내용이 나올까?', '뒷부분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하는 호기심이 생기던데!

 

제가 도입부 같은 부분은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약하리라'라는 말인데(웃음) 처음은 막 의지가 불타오르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는데, 끝 마무리는 제가 지쳐서 빨리 끝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시작 부분은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잖아요. 제가 발산적으로 무언가 떠오르고 그 순간에 메모를 많이 하다보니까 그러한 찰나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Q8-2. 기록을 정말 많이 하시나봐요.

 

네. 그런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면 메모장으로 기록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럴 때는 머리 한 쪽에서 마음에 들었던 대사 같은 것들을 계속 기억하려고 해요. 근데 그러다보니 강박적으로 그런 습관이 생겨서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건 좀 자제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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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1. 'Project 당신'에 스스로를 인터뷰한 글을 봤는데요, 인터뷰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잡지 같은 걸 자주 보시나봐요.

 

잡지도 좋아하고 인터뷰집 같은 것도 많이 찾아봐요. 이런 인터뷰집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이라는 인터뷰집이 있어요. 거기에 유튜버 재재님이랑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 중 현대 소설가 김초엽님이랑 DJ 예지님 등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데, 그 책을 쓰신 유선애 작가님도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 하면서 긍정적인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어요. 삶의 방향성을 잡는 일이라던가, 좋은 모습을 배운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저도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정말 많이 받거든요. 글 같은 경우는 정적인 활동이지만 외부적인 요인을 통해 글로 녹여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 때문에 인터뷰 읽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소설이나 문학 작품 같은 경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지만 인터뷰집은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것도 정말 멋진 일이구나,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편집자라는 직업에도 크게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Q9-2. 그럼 꿈도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계신거예요?

 

사실 제가 전공은 이쪽 계열이 아닌데, 코로나 때문에(관련 직종이 힘들어져서) 앞으로 뭘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걸 차치 하고서라도 2학년 때부터 '아, 이쪽은 내가 원하는 쪽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이전에는 언론이나 문예 창작 쪽에 관심이 있었고 그쪽 관련 수업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진로를 고민해봐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와중에 이번 아트인사이트 22기 에디터 모집 글을 보게 되었고, 다행히 합격해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아직은 (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Q10-1. 가수 김윤아와 관련된 글이 꽤 있고 글 중간중간에 김윤아가 부른 가사도 언급을 많이 하셨어요. 김윤아를 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제가 작년에 많이 생각했던 주제가 '타인의 고통'이랑 '사랑'이었어요. 그런 것에 오랜 시간 고민을 하고 그랬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CD로 김윤아의 앨범 전곡을 들으며 '왜 이렇게 직설적이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굉장히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들이 많아서 관심이 갔습니다.

 

Q10-2. 타인의 고통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타인의 고통에 관해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은 신형철 작가님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라는 책이었어요. 한창 고민하고 있을 적당한 때에 우연히 만났고, '타인의 슬픔에 나의 잣대를 적용해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동시에 공명하는 위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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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1.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런 생각을 예전부터 꾸준히 하셨나요?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어서 마음을 알아주고 싶다? 이런 마음은 항상 하고 있긴 하고 그런 쪽으로 진로를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매슬로우 욕구 단계를 보면 자아 실현의 욕구가 가장 위에 있잖아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직업 검사 같은 거 하면 관련 직종이 뜨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이 자연스레 투영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괜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누군가를 완벽하게 위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자꾸 위로 비슷한 것을 하려고 하는 제 글이요.

 

한편, 제가 감성 에세이 같은 것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고 제 스스로 쓴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그런 게 약간 '힘들어? 힘내' 이런 상투적인 글보다 '이런 일과 생각 때문에 네가 힘들었구나, 너의 마음을 인식할게'처럼 '정확한 인식이 곧 위로다'라는 말에 힘을 얻은 적이 있어서, 정확한 인식을 위해서라도 예술 작품이든 문학 작품이든 창작자의 의도를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이 부분은 조심해서 이야기해야 할 듯 한데, 꼭 창작자의 의도대로 생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작품 뒤의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Q12-1. 그럼 에디터님은 글 쓸 때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운가요?

 

'내 글에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Q12-2. 예를 든다면요?

 

예를 들어 제가 누군가에게 "여자친구 있어요?"라고 물을 때, 그 사람이 당연히 이성을 좋아 할거라는 생각이 은연 중에 있는거잖아요. 하지만 세상에는 이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는거고요. 방금 질문에서는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사려 깊지 못한 질문이 되는거죠.

 

Q12-3. 글로부터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사람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신가요?

 

생각해보면 장애에 관한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분들을 보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장애인의 이동권 자체가 많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고요. 저는 사람이 선한 존재고 악한 존재고를 떠나서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 우리들 모습이니까 내가 볼 수 있는 시야 안에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시야 밖을 벗어나면 그들을 생각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전 제가 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Q12-4. 세심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하시는군요. 저는 에디터님 글을 보면서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그건 제에게 굉장히 큰 칭찬이에요. 저는 '유'로 끝나는 단어가 정말 좋아요. 자유, 사유, 은유, 공유 등 그런 단어들 속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자유예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서.

 

 

Q13-1. 인터뷰 글에 책을 내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떤 책을 내고 싶으셔요?

 

그냥 막연하게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라서, 아직은 어떤 글을 쓸지는 모르겠어요. 소설 같은 경우는 주인공을 만들어서 성격을 마음대로 부여하면 되니까 그게 좀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에세이 같은 경우는 내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요.

 

Q13-2. 소설을 써보고 싶다 하심은..

 

전 글로 된 많은 것들에 감응하거든요. 글 뿐만 아니라 가사 같은 경우도 그래요. 글로 된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영속적으로 남을 테니까.

 

 

Q14. 전 징그러운 글쓰기라는 글에서 '흐린 등불 아래에서 몽땅 연필에 침을 묻혀 꾹꾹 눌러 쓴 편지'라는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어떻게 그런 표현을 생각하게 되셨죠?

 

'흐린 등불' 같은 경우는 무언가를 쓸 만한 환경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아, 이건 꼭 써야해'라는 의지가 불타오를 때가 있잖아요. 우리가 편한 자리에 앉아서 글 쓸 때도 있지만, 제가 몽골에서 흔들리는 차 안에서 메모를 할 때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글 쓰기 좋은 환경이 전혀 아닌 곳임에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하며 글 쓰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굳이 글쓰기가 아니어도 문화 예술 하시는 분들은 그런 식으로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걸 축약하는 표현이 '흐린 등불'이라 생각하는 거고요.

 

또 커다란 감정이나 느낌 같은 경우는 제 나름대로 숙성 시킨 다음 저만의 표현과 살을 붙여서 쓰면 더 풍성하게 남들이 내 글을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어서 '꾹꾹 누른다'는 표현을 써봤고요.

 

'편지'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음? 사실 글이라는 게, 일기처럼 혼자만의 글을 쓰기도 하지만 남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 있잖아요.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그러한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단어인 '편지'라고 표현을 했어요.

 

 

Q15. '내가 사랑하는 정세랑 월드' 글에 보면 '인간 세계는 왜 이렇게 차갑지?'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이 문장은 어떤 의미로 해석하면 될까요?

 

pc방, 식당, 편의점, 콜센터, 의류매장 등 많은 알바를 하면서 사람들한테 실망을 많이 했어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이기적일까, 같은 생각을 당시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조금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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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6.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정세랑 월드' 글에서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얻으신 점을 쓰셨잖아요? 지금은 어떤 것 같으세요? 그때보다 시간이 좀 더 흘러서 마음의 변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확실히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쓰기 싫은 적도 있었고, 또 한 편으로 글을 잘 써야겠다, 라는 마음 때문에 글이 안 써질 때가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슬럼프라 할 정도로 글쓰기가 힘든 적도 있었고, 어떻게 보면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이 비망록 혹은 참회록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제 스스로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기 힘들어요. 아직까지는 아트인사이트 내에 글을 기고하면서 제가 어떤 식으로 변할지 예측을 못하겠어요.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겠다, 라는 확답도 내리지 못하겠고요.

 

근데 그런 과정들을 통해 제가 내린 결론은 '어찌 되었건 글은 계속 쓰고 싶다'예요. 글을 쓰는 사람, 형식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처음 에디터에 합격했을 당시에는 '내 글을 정세랑 작가님께서 보시겠지?'라는 마음이었다면(웃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공간이니까 그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더불어서 지금 제 글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미미할지라도 누군가가 제 글에 등장하는 이들을 보면서 '참혹한 세상이지만 친절하고 섬세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미미한 기운이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Q17. 문화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문화예술을 '교양'의 일부가 아닌 소통의 창구로써,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지 않게 모두가 감상하고 그것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

 

3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나고 에디터님과 헤어져 집에 오는 길에 오늘의 인터뷰를 천천히 곱씹어보았다.

 

정확한 인식,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 타인의 고통,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과 마음가짐...

 

그리고 지금 우리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면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다.


끝없는 혐오가 판치는 세상 아래 서로를 향한 날 선 비난을 앞세우며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물고 뜯는 사람들, 자기 말만 맞다며 다른 사람들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 타인을 위하는 배려보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경쟁을 우선하며 절대 지지 않으려는 자존심만을 앞세우는 사람들.

 

언제부터 우리 세상은 이렇게 살벌한 곳이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세나 에디터님처럼 '나의 말과 행동, 글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돌아보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세상의 '희망'이라는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자극을 받은 하루였고 나 또한 나의 맹점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긴 시간 동안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 해주신 박세나 에디터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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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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