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그림 - 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 [도서]

글 입력 2021.05.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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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미술관에서 진득하게 있어 보고 싶다."

 

아마 미술관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본 생각일 것이다. 나 또한 '아 사람이 좀 더 적었더라면 더 편안하게 작품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기에 '미술관에서 하룻밤'이라는 주제는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재미있는 점은 내가 생각한 미술관에서의 하룻밤과 저자가 보낸 미술관에서 보낸 하룻밤은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고 했을 때 그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차분히 그림을 관람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 작품을 관람하기보다는 미술관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이 만나고자 하는 작가를 불러내는 일에 열중했다. 바이올린도 켜고, 넓고 차가운 바닥에 눕기도 하면서 말이다.

 

 

색채의 화가이자 스페인파의 창시자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일명 엘 그레코는 16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레오노르 드 레콩도는 엘 그레코와의 사이에 놓인 4세기라는 시간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짓누르는 듯한 열기, 어둠에 싸인 미술관, 경비원들의 주시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탄복해온 이 화가와 사랑의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한다. 비의적인 메아리와 시정이 가득하고 가족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고 유령들이 찾아오는 밤에 흥분과 열정을 느끼며. 레오노르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당대에는 특이하게 여겨졌던 이 화가를 열렬히 소환한다. 과연 그가 올까?

 

- 책 소개 중

 

 

나는 엘 그레코라는 작가를 전공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서양미술사라는 이름으로 워낙 긴 역사를 1년에 걸쳐 배우는 수업인 만큼 당연히 한 작가, 한 작가를 세세하게 알아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수업을 들은 지 약 수년이 지난 지금 엘 그레코라고 했을 때 그저 '그리스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길쭉한 인물을 그리는 화가 정도라는 특징만 떠올랐다.


이렇게 나는 엘 그레코가 어떤 화풍을 가진, 어떤 그림을 그린, 어떤 사조에 속하는 사람 정도까지만 배웠지 그의 내밀한 면을 볼 기회는 없었기에 저자가 엘 그레코를 만나고자 하는 이유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당최 엘 그레코라는 자가 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인물이기에 이렇게 그를 열렬히 만나고자 할까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레오노르가 엘 그레코를 꼭 만나볼 것을 소망해왔던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레오노르는 화가인 아버지와 디자이너인 어머니를 따라 미술관에 가서 본 엘 그레코의 그림에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 후 레오노르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수첩을 발견한다. 거기에는 엘 그레코가 그린 <삼위일체>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그림이 어린 레오노르의 마음에 '한 분야에 인생을 바치고 싶다는 비밀스러운 소망'을 싹 틔웠다고 한다. 스페인 톨레도의 '엘 그레코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길 원한 이유도 물론 이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저자의 아버지가 그렸다는 이 그림이 보고 싶어졌다. 그림은 인간에 의해 수동적으로 어딘가에 걸려있는 것처럼, 그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감정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사실 아직은 그림을 보고 어렸던 저자가 느꼈던 것만큼 커다란 마음의 울림을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어딘가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그림도 있고, 평소 좋아하는 분위기의 그림 또한 많지만, 마음에 콕 박혀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림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며 너무나도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톨레도까지 한달음에 온 레오노르의 감정선을 더욱 집요하게 따라갔고,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꼈던 그의 표현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도메니코스와 레오노르의 일생을 잠시 들여다보고 나왔다.

 

당신도 후덥지근한 여름의 열기, 어둠에 휩싸인 미술관, 경비원들의 끈질긴 주시에도 불구하고 엘 그레코의 작품이 가득한 곳에 가만히 누워 어린 도메니코스를 추억하는 레오노르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는가?

 

 

입체 (1).jpg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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