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Dear to My Heart: 요나단 루제만 & 문지영 듀오 리사이틀

글 입력 2021.05.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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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_MA_요나단 & 문지영_Poster.jpg

 

 

어느덧 5월도 반절이 넘게 지나갔다. 누구나 바쁜 행사들로 정신없을 5월이라 그런지, 5월에는 기대되는 음악회들이 참 많았다. 그 중에서 가고 싶었으나 갈 수 없는 무대가 있다. 바로 5월 29일에 예정되어 있는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리사이틀이다. 작년 4월에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만으로 기획되었던 문지영의 리사이틀을 학수고대했으나, 코로나 상황이 워낙에 심각하여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그의 무대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리사이틀은 꼭 가고 싶었는데 티켓 오픈일을 깜빡했더니 티켓이 매진되어 있는 것이었다. 왜 이걸 놓쳤을까 하는 뼈 아픈 후회만 남았다.


이렇게 나처럼,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이번 리사이틀을 놓쳤으나 문지영의 연주도 좋아하고 실내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공연이 6월 초에 바로 예정되어 있다. 바로 6월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예정된 첼리스트 요나단 루제만과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듀오 리사이틀이다. 'Dear to My Heart', 소중한 것들이라는 부제를 단 이번 무대는 첼리스트 요나단 루제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과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레퍼토리가 선곡되었다고 한다. 국내 무대에서 자주 보지 못한 작품들도 선곡되어 있어 프로그램만 보아도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PROGRAM 


J.B. Bréval - Sonata No. 5 in G major, Op. 12 


J. Sibelius - Malinconia for cello and piano, Op. 20


J. Brahms - Cello Sonata No. 2 Op. 99, F Major


S. Prokofiev - Cello Sonata in C major, Op. 119

 




이번 무대의 첫 곡으로 요나단 루제만과 문지영은 브레발의 첼로 소나타 5번 사장조를 선곡하였다. 브레발은 1753년에 태어나 1823년에 생을 마감한 프랑스 첼리스트인 동시에 작곡가였던 인물이다. 작곡가이긴 했지만 브레발은 대부분의 작품을 그가 연주하는 악기, 즉 첼로를 위해 작곡했다. 브레발의 첼로 소나타는 1번 다장조가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1번이 아닌 5번이 연주된다. 루제만에게 첼리스트로서 깊은 영감을 준 다닐 샤프란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선곡되었기 때문이다. 브레발의 우아한 멜로디와 활기 있는 리듬감을 만날 수 있는, 아주 따스한 작품이다.


브레발의 첼로 소나타 5번 1악장은 알레그로 브릴리언트로, 빠르고 생기있게 시작한다. 첼로의 부드러우면서 힘있는 선율과 부드러운 피아노의 반주가 어우러져 아름답다. 2악장 아다지오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함이 가득하다. 조용히 읊조리듯 노래하는 첼로와 이를 극대화시키는 피아노 반주로 인해 마치 포근한 햇살을 내리쬐는 듯한 기분이 드는 대목이다. 3악장 론도는 2악장에서 다시금 분위기를 환기하여 우아한 더블스토핑과 살아있는 리듬감으로 객석을 즐겁게 할 것이다. 나름의 비장미를 품은 제2쿠플레가 전개되는 순간 역시 또다른 서정성으로 가득하다. 브레발은 여기서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아르페지오로 변화를 준 뒤, 마지막으로 제1쿠플레를 재현하면서 대미를 장식한다.


*


두 번째 작품은 시벨리우스의 말린코니아다. 요나단 루제만이 핀란드 출신인 만큼, 그의 뿌리와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선곡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루제만은 말린코니아를 연주할 때면, 마치 고국 핀란드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며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말린코니아는 시벨리우스가 자신의 막내딸을 장티푸스로 잃은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두고 핀란드 화가 Magnus Enckell의 작품 <말린코니아>에 시벨리우스가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시벨리우스 본인이 밝힌 바는 없으므로 정설은 없지만, 그림 말린코니아를 보면 적어도 무의식 중에 시벨리우스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림의 분위기와 음악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얽히기 때문이다.


말린코니아는 단일 악장의 작품이다. 먼저 첼로의 독주로 작품이 시작되는데, 이 짧은 작품의 전체적인 톤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분출을 도입부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기교적인 차원에서 뛰어난, 연주자의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작품 속에 녹아있는 슬픈 정서에 무게가 실려 있어, 연주자가 얼마나 이를 잘 전달하느냐의 여부가 감상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피아노의 분산화음과 아르페지오가 모두 슬픔과 공허함을 배가시킨다. 막내딸을 잃고 며칠 간을 내리 술을 마시며 현실을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던, 시벨리우스의 절망과 후회 그리고 슬픔이 서글프게 와닿을 것이다. 멜랑콜리와 동일어인 말린코니아, 그 속의 우울감을 루제만과 문지영이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해 볼 법하다.

 

 

Jonathan Roozeman (c) Heikki Tuuli 1.jpg

 

 

이번 듀오 리사이틀의 세 번째 곡은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2번이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이 작곡된 지 20년이 넘은 후에야 2번이 작곡되었다. 작곡가로서 원숙기에 접어든 시기에 완성된 작품인 것이다. 다양한 음악가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작곡가가 젊고 혈기왕성한 시기에는 기교가 넘치고 활기가 넘치며 힘찬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수록,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원숙미를 작품에 녹여내는 모습들이 보인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2번에서도 초절기교와 활력보다는, 서로 대화를 나누며 서정적이고 고아한 악상을 극대화해가는 첼로와 피아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요나단 루제만의 개인적인 경험과 보다 면밀히 잇닿아 있는 작품들이 나온다면, 2부에서는 그와 동시에 각 악기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작품들을 선곡한 것으로 보인다.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나름의 정열이 가득하다. 소나타 형식을 띠고 있어 피아노와 첼로가 대위법적으로 진행된다. 이를 뒤잇는 2악장은 노래 악장답게 아름답다. 감미롭고 우아한 선율이 홀을 순식간에 가득 채울 것이다. 가을에 들으면 더욱 그 감성에 빠져드는, 그야말로 역작인 악장이다. 브람스가 드물게 낭만적인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악장인 만큼, 2악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하다. 이어지는 스케르초 악장은 당김음을 사용해 역동적이다. 리듬감이 살아있는 동시에 중간 중간에 아름다운 선율이 있어 듣는 재미가 배가되는 악장이다. 마지막 4악장은 론도 형식이다. 앞선 1~3악장에 비하면 굉장히 짧은 구성이다. 그러나 4악장은 간결하지만 굉장히 꽉 차있다. 첼로의 밝고 힘찬 선율에 화려한 피아노 선율이 추가되어 화려하고 당당한 브람스의 피날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 작품은 바로 프로코피에프의 첼로 소나타 다장조다. 이 작품은 프로코피에프가 병상생활을 시작했을 때 작곡된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첼로와 피아노가 서로 대화하듯이 쓰여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바로 직전의 브람스와는 확연히 다른 프로코피에프만의 감성이 확고한 만큼, 이 작품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브람스의 작품처럼 편안하게 듣기에는 너무 난해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프로코피에프의 작품은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확실한 만큼, 6월 9일 공연 전까지 충분히 이 곡을 음미해본 뒤 무대를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프로코피에프의 유일한 첼로 소나타인 이 작품은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첼로의 무반주 서주로 시작된다. 느리고 무겁게 시작하는 서주는 비단 서주에 그치지 않고, 그 선율이 다양하게 발전되어 작품 전반에서 구현된다. 특히 1악장에서 활로 현을 둔탁하게 치는 소리가 나오는데, 굉장히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부분이다. 이는 3악장에서도 재현된다. 이어지는 2악장은 스케르초 악장이다. 1악장의 장중한 분위기에서 탈피하여 프로코피에프만의 재치와 익살스러움이 잘 드러나있다. 2악장은 1악장에 비해 가벼운 선율과 생동감이 있다는 점만 다른 게 아니다. 첼로의 음향이 극과 극을 달린다는 점에서도 매우 다르다. 1악장에서는 첼로의 저음이 두드러진다면, 2악장에서는 첼로의 고음이 당신의 귀를 의심하게 할 것이다. 마지막 3악장은 1악장에서 인상깊었떤 첼로의 둔탁한 주법이 다시금 등장한다. 그러나 1악장에서처럼 무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2악장을 거쳐오며 발전한 듯이, 좀 더 활달한 느낌을 준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어려움 속에서, 끝내 웃음을 잃지 않고 이를 극복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마무리다.

 

 

문지영 (c) Jino Park 1.jpg

 

 

첼리스트 요나단 루제만은 핀란드의 떠오르는 신예 첼리스트로 2015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를 최연소로 입상한 바 있다. 그는 올해 4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의 서울시향 협연자로 선정되어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와 함께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을 아름답게 연주하며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제네바 국제 콩쿠르,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2014, 2015년에 연달아 우승하며 아르헤리치를 연상시키는 신예로 세계에 자신을 알렸다. 그 후 국내외에서 다양한 리사이틀, 실내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종횡무진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5월 29일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한 뒤, 11일 뒤인 6월 9일에 바로 요나단 루제만과의 듀오 리사이틀 무대를 소화할 예정이다.


핀란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비롯해 첼로와 피아노의 서정성과 기교를 골고루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을 요나단 루제만과 문지영의 듀오 리사이틀. 젊고 뛰어난 두 비르투오소의 개성과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레퍼토리의 만남으로, 이번 무대는 한국 관객들이 더욱 손꼽아 기다리는 무대가 될 것이다. 특히나 이번 무대에 오를 작품들이 요나단 루제만의 인생에 손꼽을 작품들인 만큼, 루제만과 문지영이 전달해 줄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의 편린들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1년 6월 9일 (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요나단 루제만 & 문지영 듀오 리사이틀: Dear to My Heart


R석 50,000원 / S석 40,000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뮤직앤아트컴퍼니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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