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노래 [음악]

글 입력 2021.05.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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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유독 봄비가 자주 내리는 것 같다. 겉옷을 더이상 입지 않아도 될 만큼 따뜻해진 대신 잦은 비와 함께 습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벌써 여름날의 꿉꿉한 장마를 연상될 정도라 기분도 왠지 모르게 울적해진다.

 

그래서 오늘은 나와 같이 비만 오면 울적해지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당신이 이미 아는 노래라면 같은 취향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고, 당신이 모르는 새로운 노래라면 비 오는 날 당신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


 

싸구러커피.jpg

 

 

장기하와 얼굴들이 복고 음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정말 엊그제 같은데 시간의 흐름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고, 그 동안 많은 앨범이 나왔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중 가장 히트를 쳤던 노래는 아무래도 1집의 타이틀곡 '싸구려 커피'일 것이다. 당시 장기하 밴드의 싸구려 커피는 산울림 등 대학 가요제를 겪었던 세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종의 불씨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이 노래 이후 복고적이며 독특한 인디 밴드가 한참동안 열풍이 되었고, 락밴드 페스티벌도 그 때부터쯤 활성화되었던 것 같다.

 

'싸구려 커피'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복고적이며 독특한 멜로디도 한 몫 했지만, 자취생의 꿉꿉한 그 생활을 얼마나 적나라하게 묘사했던 가사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작은 방 안 꿉꿉한 공기. 그리고 그 가사와 장기하의 덥수룩한 수염과 얼마나 어울렸던지. (그러나, 놀랍게도 장기하는 그 노래를 작곡할 때 자취한 경험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끈적한 습기가 공기 중에서 느껴지는 날이면, 싸구려 커피의 가사가 계속해서 생각나서 듣게 된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에픽하이 - 춥다(feat.이하이)


 

춥다.jpg

 

 

기분이 좋았던 한 주라면 비가 오는 날이 유독 울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미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면 비가 오는 날은 오히려 왠지 모를 위안을 된다.

 

약간은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비가 오는 날은 밝은 날보다 울적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나만 우울하진 않을 거다라는 점이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날이면 비오는 소리와 함께 나의 기분보다도 더 울적한 노래를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아보곤 한다.

 

그래서 에픽하이의 '춥다'는 결코 밝은 음악이 아니지만 비 오는 날 나의 기분을 어루만져주는 음악 리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윤하가 피처링한 에픽하이의 '우산'이 오히려 비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으로 유명하지만, 나에겐 왠지 '우산'보다는 '춥다'가 더 잔잔한 감동을 준다.

 

우리는 많은 시간들을 억지로 감정을 꾹꾹 눌러서 좋게 만들곤 한다. 그렇기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 숨겨왔던 어두운 감정들을 마음껏 드러낼 때면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든다. 우울한 노래들은 내가 숨겨둔 무거운 생각들을 꺼내볼 수 있게 해주는 매체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 절망적인 생각들을 마주 하며 떨쳐내게 해주는 힘이 있다.

 

 

 

Time in a bottle - Tim Croce


 

time in a bottle.jpg

 

 

방 안의 불을 끄고 창문을 열고 비오는 밖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때론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 놀이터에도 길 위에도 북적이던 사람들의 말소리는 사라지고, 빈 공간을 빗소리가 채워간다.

 

이런 사념의 시간에 듣기 좋은 음악이 바로 Time in a bottle이다. 만약 시간을 병에 모을 수 있다면, 나는 그 시간을 모아 당신과 함께 하는데 쓰겠다는 그 가사의 내용도 낭만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노래의 멜로디가 비내리는 날의 감성을 자극한다.

 

시간은 결국 모을 수 없는 것이라는 슬픈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함께 그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행복하게 상상하는 부분이 이 노래의 분위기를 행복하면서도 슬픈 애절한 감성에 젖어들게 한다.


  

If I could save time in a bottle

the first thing that I'd like to do is 

 

to save every day till eternity passes away

just to spend them with you

 

 

 

비처럼 음악처럼 - 김현식


 

비처럼음악.jpg

 

 

이 음악을 들으면 이제는 잊혀질 것만 같았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아무것도 몰랐던 만큼 앞뒤 안가리고 마음껏 좋아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리워지는 노래이다.

 

희한하게 사람은 알아갈수록 알아가는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저 좋아하기만 해선 안될 문제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점차 어려운 일이 되어간다. 받아왔던 상처만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고 그 경계심으로 인해 이전과 같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감정을 지피는 것도 힘들어진다.

 

그저 잠시라도, 비오는 날만이라도 이 음악을 들으면서 그 때의 순수했던 모습을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 그 때만이라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노라고 조용히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

 

 

 

아트인사이트-송혜인.jpg

 

 

[송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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