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가는 그 길이 옳은 길 [공연]

뮤지컬 '위키드' 비평
글 입력 2021.05.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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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포스터.jpg

(출처 : 뮤지컬 위키드 공식 홈페이지)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나 상당 부분 다르며,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의 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착한 마녀로 묘사되는 글린다와 악한 서쪽 마녀로 표현되는 엘파바의 모습을 “과연 서쪽 마녀는 악하고, 글린다는 착한 마녀였을까?”라는 의문을 바탕으로 하여 “다른 관점으로 보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본 작품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보기”가 매우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오즈의 마법사는 사실은 무능력하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악한 존재였으며, 노는 것에만 관심 있어 보이던 피에로는 사실은 사람을 겉모습이 아닌 내면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단순히 보이는 사실이 아닌, 그 이면의 진실된 면이 무엇인지를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것이 진실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키드는 유명한 작품일 뿐 아니라, 사회 시사적인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들이 이미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선과 악에 대한 고찰이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해석과는 조금은 다른 비평을 해보고자 한다. 극은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을 가장 큰 중심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극을 보면서 엘파바와 글린다가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순간이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우정을 강조함으로써 이 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본 뮤지컬은 글린다와 엘파바 중심으로 흘러간다. 글린다와 엘파바는 극히 대조되는 존재이다. 글린다는 능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자신의 장점인 외모를 살려 그것을 만회한다. 또한, 항상 모든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사랑을 받았고 자신이 그들 위에 서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이에 모블리 학장으로부터 마법을 배워 만인의 선망을 받는 지배자의 위치에 서는 것이 그녀의 꿈이자 목표이다. 반면, 엘파바는 그녀가 가진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녀의 초록 피부 때문에 그것이 무시당할 뿐 아니라 그녀조차 자신이 가진 마법의 힘을 경멸하게 된다. 그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님께 미움받고, 다른 사람에게도 평생 미움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모블리 학장으로부터 그녀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오즈의 마법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자,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더 이상 저주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며,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 할 찬란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추악한 실제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글린다와 엘파바는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글린다 : 엘피, 제발 더 늦기 전에 용서를 빌어. 마법사님께 돌아가. 간절히 원했잖아. 평생동안 기다렸잖아.

 

엘파바 : 알아.. 이제 원하지 않아. 아니, 돌아갈 수 없어. 난. 이런 짓까지 하며 꿈 이루긴 싫어. 예전에 내가 꿈꾼 건 이게 아니었어. 이제 내 맘을 믿고 결정을 내렸어. … 중력 넘어 날아갈 거야.

 

글린다 : 이해를 못하겠어. 왜 기회를 놓치는 거야?

 

엘파바 : 모두가 겁내었던 한계를 넘을거야. 그래 실패할 수 있겠지. 나 한 사람으로선. 하지만 언제나처럼 겁먹고 있다가 후회하는 것보단 나아. 나는 이제 중력을 넘을거야. 이제 그만 내게 인사해줘. 나를 막을 순 없어.

 


중력을 거슬러.jpg

(출처 : 뮤지컬 위키드 공식 홈페이지)

 

 

엘파바는 오즈의 마법사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그녀의 신념이 그것을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발언권을 빼앗아감으로써, 적을 만들어 오즈민들의 주의를 돌리는 오즈의 마법사의 행위에 엘파바는 분노한다. 엘파바는 딜라몬드 교수와 비록 유대관계가 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동물들과 직접적인 어떤 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오즈 사회에서 철저히 배척당해왔으며 평생 소수자로 살았다. 이에 그녀는 소수자인 동물에 대한 탄압과 부조리에 눈 감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그녀는 자신의 찬란한 앞날을 바로 눈앞에서 포기한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이상이었던 것과 대립한다.


 

# Defying gravity (중력을 거슬러)

나를 찾고 싶다면 서쪽 하늘을 봐 누군가 얘기했지 한 번쯤 날개를 펼쳐봐

홀로 날고 있지만 나는 자유로워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린 거야

전해줘 나 모든 걸 떨쳐내고 저 끝없는 세상을 본다고

나는 꼭 돌아온다고 그 누구도 이 오즈의 어떤 마법사도 나를 끌어내릴 수 없어

이제

 

 

하지만, 글린다는 엘파바와 같은 길을 가지 않기로 선택한다. 평생 사람들로부터 사랑만을 받아온 그녀에게 사람들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는 없었다. 그녀는 결국 기존의 세력에게 동조한다.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그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과연 누가 이 행위를 질타할 수 있을까?

 

 

감사해.jpg

(출처 : 뮤지컬 위키드 공식 홈페이지)

 

 

2막이 시작되고, 행복한 얼굴을 한 글린다가 오즈민들에게 습격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며 좋은 소식을 알린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원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선망받고 그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행복해야만 한다. 그녀의 꿈을 이뤘기 때문에. 이런 그녀의 모순된 감정이 “감사해(Thank Goodness)”라는 넘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오늘 전 더없이 기뻐요. 네~ 난 더없이 기쁘죠…. 완벽한 해피엔딩.

엄청난 환호 속에 난 기쁜게 당연해. 이제 행복이 가득해.

뭐든 꿈을 이룬 지금 더 없이 행복해. 난 그래요. 평생 꿈꿔왔죠. 지금 이 순간.

 


오즈의 마법사는 엘파바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녀를 다시 한번 회유한다. 이때, 엘파바는 원숭이들을 놔주는 조건으로 마법사의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완전히 언어능력을 상실하고 ‘동물’이 된 딜라몬드 교수를 마주한 순간 마법사의 제안이 거짓된 것임을 다시 한번 자각한다. 오즈의 마법사를 적으로 돌린 순간, 모든 오즈민들의 적이 되고 외로운 방랑생활을 계속하여 지친 엘파바였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날아오른다.

 

 

“당신.. 내가 원하는게 뭔지 안다고 했지. 난 당신과 끝까지 싸울거야. 죽는날까지!”

 


for good.png

(출처 : voxatl)

 

 

엘파바와 글린다는 각자의 길을 간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마치 물과 기름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서로로 인해 달라졌다. 엘파바의 ‘미움받을 용기’와 ‘추악함과 타협하지 않는 모습’은 기존의 시스템 속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던 글린다를 변화시켰다. 반면,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애매하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생각한다. 무도회 사건을 기점으로 서로 친구가 된 그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서로의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며 베스트 프렌드로 거듭난다. 비록 같은 방향을 향해 같이 가지는 않지만, 서로의 길을 존중해 주며 서로를 잊지 않는다. 어느 쪽도 옳거나 그리지 않기에.

 

 

# For good (너로 인하여)

태양에게 이끌리는 작은 혜성처럼 바위를 만나 휘도는 시냇물처럼 

너라는 중력이 손을 내밀어 난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우리 다시 만날 수 없다 하여도 너는 이미 심장의 일부가 되어 

나 숨쉬는 매 순간 항상 곁에서 힘을 내라 미소 지어줄테지

 


글린다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기존의 지배 세력과 결탁하였으나, 종국에는 기존의 세력을 내쫓고, 자신이 실권을 잡는데 성공한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등을 돌린 엘파바와 달리, 글린다는 자신의 방법대로 그들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하고 그들과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암시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글린다는 이제 진짜 ‘선’한 글린다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의 오즈민 여러분. 나의 친구들. 우린 함께 힘든 시간들을 견뎠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어려움이 우리에게 닥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를 믿어주신다면 제가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선한 글린다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은 중심으로 극을 만든 것은 서로 다른 길을 감에도 서로가 베스트 프렌드일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선으로 대표되는 글린다, 악으로 대표되는 엘파바. 완전히 극명한 대비점에 있는 두 사람이 베스트 프렌드로서 서로의 길을 응원하는 사실은 어느 쪽의 편도 들 수 없게 한다. 그들은 서로의 신념과 가치관을 존중한 채 각자의 길을 갈 뿐이다.

 

 

 

김소정 명함.jpg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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