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테일로서 완성할 것, 사토리얼리스트 맨 [도서]

글 입력 2021.05.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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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할머니 댁에 갈 때면 무슨 옷이든지 옷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기가 어려웠다.

 

할머니는 오랜 시간 옷을 만들며 살아오셔서 원단, 품, 기장, 체형에 맞는지까지 단번에 캐치하시고선 늘 옷에 대한 총평을 하셨다. 원단의 품질이 어떻고 기장과 품이 옷에 어떻게 맞아 떨어져야 하는지 등을 다 읊고 나신 후에야 다음 대화 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다 크고 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바지나 셔츠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편이시다. 이번 어버이날에 본가에 다녀왔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한 번쯤 그저 잘 어울린다, 예쁘다로 끝나지 않던 옷 이야기가 지겹기도 했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할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손녀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좋은 옷을 입기 바라셨을 테고, 오랫동안 옷을 만들었던 사람으로서는 프로의 견해를 내비치신 것일 테다.

 

*

 

스트리트 패션 사진의 선구자인 스콧 슈만이 전 세계 거리에서 만난 남성들의 사진이 페이지마다 빼곡하다. 사진들 사이로 패션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적인 글들과 디테일한 스타일 노하우, 옷과 삶을 대하는 애티튜드가 실려 있어 보는 재미와 읽는 맛이 잘 어우러지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이 탄생했다.


지난 시간 동안 '남성성'의 의미는 계속 변해왔다. 저자는 구시대 유물이 된 전형성을 피하고 오직 길거리에서 자신의 개성을 스타일로 표현한 '진짜 남성'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우아하고 자유롭다. 이름이 다르듯 모두 다른 스타일과 감각을 보여주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겐 전통과 파격 사이에 자신만의 해석과 표현 방식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패션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기본 원칙부터 자신의 삶을 좀 더 존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스타일 철학까지 담은 책으로, 티셔츠 제대로 입는 법, 가방 챙기는 방법, 세탁과 건조, 다림질을 하며 옷을 손질하는 법,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까지 망라한다. 단순히 패셔니스타를 위한 '규칙 목록'이 아니라 하루를 여는 순간 좀 더 확신을 갖고 오늘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미 패션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들에게는 예술적 영감을, 패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의 자신감을, 좀 더 옷과 삶을 개성과 의미로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빛나는 아이디어를 전해주는 책이다.


 

 

사토리얼리스트 맨



사토리얼리스트의 뜻부터 알아야 할 것 같아 사전을 찾아보았다.

 

 

Sartorialism: [Noun] An interest in matters of or relating to the tailoring of clothing.

Sartorialist: [Noun] A person who practices or is interested in sartorialism.

 

 

사토리얼리스트는 옷을 재단하거나 맞춰입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주문 제작한 의복을 뜻하는 비스포크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기성복도 포함하여 전반적으로 옷을 입을 때 신경써야할 것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룬다. 맞춤 제작할 때 뿐만 아니라 기성복을 입을 때에도 나에게 맞고 어울리는 옷을 찾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재킷과 셔츠에 관한 용어들에 대한 사소한 지식들부터 옷을 고르거나 매치하여 입을 때 색은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좋은지, 아이템 간 조화는 어떤 것들이 좋은지, 옷을 입을 때의 규칙과 일탈은 무엇이 있는지 등 패션에 관한 어느 흥미로운 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 사진의 비중이 더 높긴 하지만, 텍스트마다 걸맞은 예시 이미지를 적절히 넣어 이해를 높인 것도 중요한 구매 요인이 될 듯하다.


 

 

액세서리 활용법



기본적으로 의복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관한 지식과 색 배치, 액서서리의 종류들을 고루 담고 있으나,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액세서리를 선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챕터였다. 가방, 양말, 안경, 장갑, 벨트, 숄 등의 액세서리는 패션의 완성도를 더해주며 다양한 종류가 있어 선택지도 매우 넓었다. 남성의 경우에도 말이다.

 

액세서리를 포인트로 활용할수록 그 날 입고 나갈 옷에 대한 이해가 잘 이루어져야겠지만, 어렵다면 최대한 간결한 의상에 생기를 더해줄 몇 가지를 추가적으로 매치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 될 듯하다. 액세서리를 활용한다는 것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 특히 남성일수록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들이 옷의 완성도를 더하고 나를 더 돋보이게 한다면야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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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차투라 혹은 원칙주의



최근 보았던 한 드라마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을 가리켜 그의 패션은 ‘스프레차투라’라고 말한 장면이 있었다. 아직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뉴페이스를 두고, ‘스프레차투라’ 라고 말한 것은 그가 치밀히 계산된 무심함을 지닌 캐릭터임을 단번에 설명해주었다.

 

겉보기에는 규칙을 벗어나고 자유로운 듯하지만, 실은 많은 계산과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속뜻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이 말이 패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수트를 차려 입은 사람에게서 셔츠 소매 단추를 푼다거나, 넥타이를 조금 다르게 맸다거나 구두의 버클 하나를 풀었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프레츠투라를 만들어보아야 한다고도 말이다. 남의 것을 모방해 보아도 좋지만, 스스로가 적당히 원칙주의자이면서 일탈도 허용 가능한 사람임을 어필할 수 있는 나만의 숨겨진 디테일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남성을 위한 패션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하나였다. 옷을 입을 이 좋은 방법들과 조언들을 남성에 한정하여 말하고 있다는 점. 저자도 남성이고 설명하는 옷들이 전통적인 남성성을 위해 제작되었으며 현재도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으나, 굳이 남성을 위한 책이라 규정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었으나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젠더 프리는 패션계에서도 이미 대중적인 이슈가 되었다. 남성이 치마를 입을 수 있고, 여성이 수트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매체에도 그러한 패션은 이미 많이 노출되었다. 스콧 슈만이 블로그를 시작할 즈음에는 젠더 프리 패션이라는 이슈가 화두로 떠오르지 않았을뿐더러 젠더와 패션의 경계가 명확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책의 어느 부분에 짧게라도 언급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치마를 좋아하지 않고 수트를 선호하지 않는 여성 혹은 남성이 있으며, 패션은 그동안 전통적 여성성과 남성성을 공고히 하는 데에 숱한 역할을 해왔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 경계와 젠더 정체성을 흐리기도 한다. 부디 이 책이 인기를 끌어 개정판이 나오게 된다면 그런 서술이 추가되기를 바란다.

 

젠더프리 패션보다 전에 등장한 유니섹스 패션은 뭉툭하고 퍼진 라인과 무채색 라인을 많이 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더 아름답고 감각적인 젠더 프리 패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을 남성의 책만으로 소비하기보다 읽는 사람도, 엮어내는 사람도 모두를 위한 패션 안내서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더 유익한 방향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

 

사토리얼리스트 맨

- The Sartorialist Man -

 

 

지은이 : 스콧 슈만

 

옮긴이 : 안진이

 

출판사 : 윌북

 

분야

예술/대중문화

 

규격

188*245mm

 

쪽 수 : 304쪽

 

발행일

2021년 04월 20일

 

정가 : 28,000원

 

ISBN

979-11-5581-351-5 (13590)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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