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이퍼 리얼리즘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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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던 4월의 마지막을 마르첼로 바렌기의 전시회를 보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전시는 하이퍼리얼리즘의 대가인 마르첼로 바렌기의 100여 점의 작품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전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첼로 바렌기의 전시는 4월 24일부터 용산 아이파크 몰에서 볼 수 있는데 처음 찾아가기에는 길이 조금 복잡한 감이 있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갈 것을 추천한다. 들어가기 전, 전시 브로슈어와 티켓을 받을 수 있다. 브로슈어에는 전시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비롯하여 전시장 구성에 대한 설명이 zone별로 나누어져 쓰여 있어 전시를 보며 참고하기에 좋다.
마르첼로 바렌기는 극사실주의 화가이자 유명한 유튜버이다. 이탈리아 태생인 그는 모든 물건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모든 대상을 꾸밈없이 표현해내는 화가이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극사실주의 작품답게 사진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의 그림들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극사실주의 그림을 보면서 이러한 그림들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참 의문인 경우가 많았는데 작가의 생각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모든 사물은 각자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있다. 아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일상의 사물을 표현할 때 그 순수함에 매료된다.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그림들이 펼쳐지는데 작은 사이즈부터 큰 사이즈까지 굉장히 다양한 크기의 그림들이 걸려져 있다. 전시장이 아주 넓은 편이 아님에도 촘촘히 배치된 그림들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는 그가 보고 그린 사물도 같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의 유튜브 영상이 그림 옆에 작은 화면으로 제공되어 더욱 생동감 넘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그림들뿐만 아니라 앉아서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과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으며 커다란 모형들이 곳곳에서 전시장을 채우고 있어 단조로우면서도 굉장히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확실히 전시는 그 전시의 테마별로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데 이번 전시는 극사실주의 전시여서인지 전시장의 분위기 자체보다는 사물,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배치된 조형물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동물
전시장에서 보면 보이는 이미지보다 더욱 실물같은 그림을 마주할 수 있다. 그래서 동물작품들을 보면 동물이 가진 눈빛이나 표정이 읽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상어 그림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동화나 만화에서나 볼 만큼 티끌 하나 없이 파란 바다에 덩그러니 표현된 상어를 보면서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았다. 파란 바다는 환경오염을 생각해보게 하였고, 순간 아주 깊은 바다에 대한 공포감이 느껴지면서 인간으로서의 나약함에 대해 느낄 수가 있었다.
보석
그림을 보면서 굉장히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보석이었는데 반사된 빛까지 표현되어서 다른 것들보다도 더욱 사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작가가 이 보석을 그리는 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 작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세심한 작업이 필요했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드는 것이란 걸 직접 보면서 알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펜과 손으로 이 모든 걸 표현하는 것을 보며 하이퍼 리얼리즘에는 실력뿐만 아니라 엄청난 관찰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업의 목표는 보는 이의 감각기관을 교란하는 것이다.
그의 그림 중에는 이미 유명한 명화를 똑같이 그린 것이 있었다. 너무 진짜 같아서 눈을 의심하게 되었는데 그 그림들을 보며 그의 작업 목표를 완벽히 이해했고 완벽히 경험한 것 같았다. 하이퍼 리얼리즘 작품들은 신기해서 자꾸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다른 전시의 경우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에 관한 것이나 작가가 살던 시대에 대해 알고 봐야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이런 극사실주의 작품들은 그럴 필요 없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낵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인 스낵 봉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실제로 보고 그린 봉지들도 옆에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비교하며 볼 수 있었다. 이 역시 너무나 실제 같아서 놀라울 뿐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작품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소재여서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름답게 그리려고 하거나 아름다운 걸 그린 것만이 멋진 작품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있는 그대로의 것들도 충분히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가본 하이퍼 리얼리즘 전시회였는데 굉장히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있는 그대로 똑같이 표현하는 것이 어떤 예술적 의미가 있을까 했는데 '있는 그대로' 그 자체가 예술적 의미로써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그림들을 지나쳐 전시장 출구를 나가면서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너무 많은 의미를 찾다 가장 기본적인 중요한 의미들을 놓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바른 예술은 없고 잘못된 예술도 없다. 아티스트는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 마르첼로 바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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