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왜 지금 극사실주의인가? - 마르첼로 바렌기展

글 입력 2021.05.0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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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바렌기_포스터.jpg


 

극사실주의 그림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1.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입체감을 끌어냈는가.

2. 얼마나 가까이서 바라보아야 그림임을 인지할 수 있는가.

   (실제와 얼마나 똑같은가)

3. 그림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그림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려냈지?에 의문이 생기며 테크닉과 표현력에 주목하게 된다. 상을 그대로 기록하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등장했음에도 극사실주의 그림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얻고 있다. 사진이 비록 한번의 동작으로 순간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회화의 자리를 위협한 것은 맞지만, 극사실주의 그림이 형태를 뭉개거나 단순화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를 그려냈다고 해서 사진과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초반의 극사실주의는 팝아트의 영향을 받아 대상에 대해 작가가 어떤 주관이나 의미를 갖지 않고 사진같은 화면을 구성하는 경향을 일컫는 사조였다. 작가의 사견이나 의도가 없는 것이 곧 의도로, 이는 감정이 배제된 작품이 사람들로 하여금 충격을 받게 했다. 극도로 확대한 화면을 그려내어 어떤 잔혹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의 극사실주의는, 적어도 마르첼로 바렌기는 그의 작품이 일상의 특별함을 담은 것이길 바랐다. 냉장고 속에서 마주친 케첩, 과자가 담겨있던 봉지, 빛을 받은 보석이 당신의 일상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돌아보길 원한다고 말이다.

 

*

 

마르첼로 바렌기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3억 8천만뷰와 각종 SNS등 이미 해외에서는 다양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폭발적 인기를 가지고 있으며 당당히 입지를 굳힌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극 사실주의 화가이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정도로 일상 속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소재들을 실제보다 더 실제같이 그려, 보는 이들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작품들은 평범함 속에 감춰진 특별함과 일반적인 것들의 아름다움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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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답답하고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일상을 ‘환기’ 시킬 수 있는 전시이자 지난 날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전시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구성별로는 페인팅, 드로잉, 카툰 등 총 약 100여점에 달하는 작품들로 알차게 구성되며, 작품 소재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주변의 사물들과 음식이다.

 

*


"일상의 특별함" 마르첼로가 그린 작품들의 의미는 공통적으로 이것이다.

 

초반의 극사실주의는 앞서 말했듯 일부러 의도를 담지 않고 현실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다면 마르첼로는 그보다는 따뜻함을 담아 작업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일상은 생각보다 특별하고 곳곳의 다양한 색채와 형태로 인해 그리 지루하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메시지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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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시각 예술이다. 작품이 한번 완성되면 시간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부러 훼손하지 않는 한 반영구적이다. 빛의 흐름을 탐구하는 인상주의가 예외가 될 수 있겠으나, 그림이 시시각각 변화하지는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미술은 시간 예술이라 하기는 어렵다.


시간예술에는 음악, 퍼포먼스 등이 해당되는데 요즘에는 이러한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미술작품인 결과뿐만 아니라 작품을 그리는 행위도 사람들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마르첼로 바렌기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마추어&프로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실시간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코멘트를 주고 받는다. 이러한 현상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미술이 점차 시간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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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는 그런 유튜버들 중에서도 시작이 빠른 편이었던 작가로, 꾸준한 활동과 튜토리얼 및 라이브 영상,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보함으로서 유명 작가로 자리잡게 된 듯하다.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했던 부분들은 전시장의 영상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나는 작품보다 이 영상들이 더 흥미로워 감상하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쏟았다.


과거의 예술가들일수록 작품의 과정을 은폐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으니 관심을 받는 만큼 많은 부분을 노출하는 것이 작가 개인을 브랜딩하는 좋은 방법이자 실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전략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팝아트가 생겨날 적에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있었다면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건들이 더 많이 역사에 남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극사실주의 작품임을 넘어서 예술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마르첼로 바렌기는 프로 작가 유튜버로서는 시작점이 빨랐지만, 점차 그와 같은 아티스트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소통의 욕구가 있고, 지금은 완성된 작품 만이 아닌 그 과정도 콘텐츠로서 유의미한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더 많은 이들의 작품으로써 소통하고 어필하길 원할 것이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렇듯 누군가 불러주지 않아도 자신의 플랫폼으로 노출의 기회를 얻으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르첼로의 첫 월드 투어가 한국에서 열렸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

 

마르첼로 바렌기展

- IT'S LIFE -



일자 : 2021.04.24 ~ 2021.08.22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00)


장소

용산 아이파크몰 팝콘D스퀘어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기획

메이드인뷰 주식회사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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