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에 초점을 맞추어보기 - 마르첼로 바렌기展

사물을 관찰하는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과 삶
글 입력 2021.05.0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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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ello barenghi

 

 

Marcello Barenghi (1969, Italy)

 

마르첼로 바렌기는 이탈리아 출신의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있는 하이퍼 리얼리즘 작가입니다. 일상의 사물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사물만이 지니고 있는 모습을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화풍으로 담아내는 바렌기의 작품 원화를 월드투어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전시이기에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유명 작가의 개인전에서 연표나 작가의 예술이념, 창작 의도를 텍스트로 소개하는 것은 익숙한 전시 구성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그 삶을 나열하고 정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예술가라는 한 사람의 삶'에 주목합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라는 대중매체 SNS 플랫폼을 통해 작업을 알리게 된 작가의 특징을 솔직하게 소개하며, 작가가 그림을 그리며 마주했던 현실에 대해서 담담하게 전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전형적인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배웠던 마르첼로 바렌기는 교수들로부터 '대상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그림자는 필요 이상으로 완벽하며, 여백은 이상하리만큼 깨끗하다.'라는 비평을 받았습니다. 그림 그리라는 방식을 바꾸라는 조언을 거부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고자 했던 바렌기에게는 '개인의 스타일은 배움으로 얻는 것이 아니며,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술가로서 산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보다 '살아내는 것'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었고, 작가란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소득을 가져다주는 '직업'이라기보다 일종의 '상태'로서 시작해야하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마르첼로 바렌기는 삶을 지속하기 위해 함께 공부했던 건축을 진로로 잡아 15년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실직을 경험한 뒤 방치했던 미술도구들을 다시 꺼내어 그림을 통해 많은 대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마르첼로 바렌기展 - IT`S LIFE>에서는 이처럼 누구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솔직하게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작품 원화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서, 100점이 넘는 작업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하이퍼 리얼리즘 작업을 통해,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갈 소재를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재현하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평범한 일상 속의 아름다움에 대해 마주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가 스쳐지나간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환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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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ello barenghi

 

 

모든 사물은 각자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있다. 아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일상의 사물을 표현할 때 그 순수함에 매료된다.

 

- 마르첼로 바렌기

 

 

사실 서양화를 전공하고 학사 졸업을 한 사람으로서, '재현과 표현'의 괴리에 대해 고민이 참 많은 상태와 무거운 마음으로 전시를 보러갔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가벼운 환기가 되길 바란다는 '마르첼로 바렌기'의 그림을 개념미술 작품을 보듯이 심각한 얼굴로 감상하고 있다면, 그림을 너무 진중하게 대하고 있는 격이니 말 그대로 '과몰입'이 따로 없었습니다.

 

마르첼로 바렌기가 하고있는 하이퍼 리얼리즘식의 재현이란, 사실 작가의 생각이 개입될 필요가 없는 사조라고 여겼습니다. 작가의 눈으로 관찰한 것을 손으로 옮겨낸 것 뿐이고, 그 '테크닉'을 카메라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사람이 그린 그림으로서 감상할 수 있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는 회의가 제 안에 자리잡고 있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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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ello barenghi

 

 

그림을 보면서도 '참 잘 그렸다.'는 감상 이외의 것을 하며 빠져들고 즐기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독하기로 정평이 난 한국식 입시미술을 거쳐, 전형적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그림을 배우고, 그림을 즐겁게 대하던 때의 감동이 제 안에서 사그라든지 오래였기에 '그저 사물을 똑같이 재현한 것' 이상으로 무엇을 느껴야 할지 참 어려웠죠.

 

전시 리뷰를 남기고자 전시와 작가에 대해 찾아보고 다시 한번 곱씹어보며, 새삼 그림을 전공하고 배운 사람들은 모두 기피하려고 하는 하이퍼 리얼리즘을 2021년에, 그것도 SNS와 유튜브라는 아주 빠르고 유연하며, 가벼운 플랫폼에서 전하고 있는 바렌기의 행보 자체가 현대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바렌기에게 자신들의 테크닉을 사사했던 교수들조차 버리라고 했던 특유의 하이퍼 리얼리즘 화풍과, 과장된 정교함은 사실 동시대에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많은 작가들이 '이미 지난 것','완전히 정복되어버린 분야'쯤으로 한계를 그어버리고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예술가의 이름이 아닌 건축가라는 이름으로 직장 생활을 해보며 누구보다도 작가의 창작을 가로막는 외부의 현실적인 제약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작가가 되려 '가장 고리타분하다고 터부시될 수 있는 화풍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고 사랑을 받는 것' 자체의 과정과 결과가 무척 흥미롭다고 느껴졌습니다. 만일 바렌기가 붓을 꺾어버리고, 특유의 화풍을 동시대에 맞추고자 애썼다면 지금 우리는 그의 전시를 한국에서 이렇게 큰 규모로 만나보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하고도 기분이 짜릿해지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포기'하라고 했던 '나다움'을 포기하지 않은 것.

끝까지 계속 무언가를 그려나간 것.

 

그것을 느끼고 나니 바렌기의 수많은 정물들을 보고 느꼈던 하이퍼리얼리즘은 생동감을 재현해낸 죽은 그림이라는 냉정한 비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가는 이 그림 한 장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이 정물을 관찰했을까. 이 그림을 이렇게 그리는 테크닉을 가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홀로 외로이 단련해왔을까. 만약 바렌기를 사사했던 그때의 교수가 이 전시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될까. 그런 상상들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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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ello barenghi


  

올바른 예술은 없고, 잘못된 예술도 없다. 아티스트는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 마르첼로 바렌기

 

 

새삼 이렇게 한 전시와 작가에 대해 리뷰 하는 것이 얼마나 작업을 해나가는 스스로에게 있어 가치로운 일인지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마르첼로 바렌기가 원했던 일상의 ‘환기’를 같은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제게는 작가의 삶으로서 다가왔고, 이 그림을 그려내기까지 작가의 삶에 대한 여운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이 전시를 보기 전에 재현에 대해 비관했던 저 자신의 생각에 대해 ‘환기’해보게 되었습니다. 하이퍼 리얼리즘 전시에서 작업 전반과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긍정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무척 격앙되고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바렌기의 눈으로 오랜 시간 관찰되었고, 삶으로 그려진 사물들은 이처럼 각자의 삶과 생각에 따라 다른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각자의 일상과 눈으로 마르첼로 바렌기의 작품을 마주해보는 기분 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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