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담담한 죽음의 서술 - 죽음의 춤

우리 모두의 죽음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5.0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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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탄생도 보고 죽음도 보았는데 그 둘이 다른 줄만 알았다.

 

-T.S. 엘리엇

 

 

책의 첫 장에 나오는 말이다.

 

죽음은 긴 이별처럼 느껴졌다. 출국 날을 모르고 헤어져서 작별 인사도 못 하고 떠난 사람을 떠올리는 것과 돌아가신 분을 떠올릴 때 큰 차이가 없었다. 해외로 떠난 사람은 문자나 이메일로 연락할 수 있지만 말이다. 죽은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죽음 자체만 떠올리면 그렇다.


 

연설 후 관중이 환호하며 던진 옷에 깔려 숨진 드라곤, 자동차 문에 낀 머플러에 목이 졸린 무용사 이사도라 던컨, 죽음을 노래하던 중 심장마비가 와서 무대에서 세상을 떠난 바리톤 성악가, 무언가에 홀린 듯 잠도 안 자고 몇 날 며칠 춤만 추다가 죽은 사람들,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깨어났다가 놀라서 곧바로 다시 숨을 거둔 여인, 한날한시에 태어나 한날한시에 영면한 쌍둥이 수도사.

 

 

<죽음의 춤>은 많은 사람의 독특한 죽음을 담았다. 때론 고통이 상상되어 눈을 찌푸리게 되기도 하고 때론 어처구니없어 헛웃음을 짓게 되기도 한다.

 

책 속의 죽음은 너무나 한순간이며 일상적이다. 밥을 먹고 소화 불량으로 죽는 왕이 있는가 하면 지팡이에 발이 찔려 괴사하여 죽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생각보다 잘 안 죽으면서 또 생각보다 잘 죽는다는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다윈 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책엔 죽음의 나열 외에는 어떤 내용도 안 적혀있다. 안타깝다거나, 황당하다거나 따위의 후세 사람들 반응도 없다. 담백하다. 몇 년에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가 서술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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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알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왜곡하거나 과장한다.

 

당장 자다가도 죽을 수 있고 걷다가, 뛰다가, 학교에서, 회사에서, 버스 안에서, 집 안에서도 죽을 수 있다. 죽음은 운이 나쁜 사람에게만 종종 찾아오는 사고가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겪는 사건이다.

 

<죽음의 춤>은 괴물을 처음 보고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그림자라는 단어와 특성을 알려주는 일을 한다. 미지의 영역을 나열하면서 죽음을 친근하게 만든다. 오리무중의 체험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가 아닌 현실이자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막연한 공포를 없애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잘 죽을지 삶의 근본을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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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하고 안타까우며 때론 우스운 죽음의 기록 옆에 그려진 그림은 책의 별미다. 죽는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음울하거나 비극적으로 만들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보다 보면 그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게 된다. 앞뒤를 상상하면서 짧은 그림책이지만 적힌 글보다 더 많은 내용이 읽힌다. 죽기 직전의 상황이나 죽은 뒤 남은 사람들의 반응을 상상하다 보면 짧은 그림책도 한 시간 동안 붙잡는다. 상상이 꼬리를 물고 또 문다. 고인의 이름 위에 그려진 이모티콘도 각 죽음의 특색을 담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책의 처음과 중간, 끝에 사슴과 사슴을 쫓은 사냥꾼 그림이 나온다. 사슴은 다급하게 달려 사냥꾼과 그가 쏜 화살을 피하고, 사냥꾼은 사슴을 놓치고 만다. 사슴이 안심하고 여유를 부릴 때에, 사냥꾼이 몰래 다가가 사슴을 죽인다.

 

책에서 말하는 죽음은 이 간단한 서사와 밀접하다. 인간이 아무리 죽음으로부터 도망쳐도 가장 안심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하는 순간 죽음의 신이 화살을 쏘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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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고 서서 바람을 맞이하고 태양에 녹아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죽음이 아니겠는가? 흙이 팔다리를 가져가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춤을 추리라.

 

-칼릴 지브란

 

                                                                   

우리의 죽음은 어떤가.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죽음의 춤>에 적힌 사람보다 더 황당하거나 인상 깊은 죽음이 될 수도 있고 장례식에서 누구도 의아해하지 않을 아주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다만 죽음의 순간에 마냥 두려움을 느끼지 않길 바란다. <죽음의 춤>에 나온 죽음을 떠올리면서 아, 죽음은 일상적인 거였지, 하고 눈을 감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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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춤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
 
 
원제 :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
 
지은이 : 세실리아 루이스
 
옮긴이 : 권예리
 
출판사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역사
 
규격
216*140 / 양장본
 
쪽 수 : 80쪽
 
발행일
2021년 04월 16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1389-4-3 (07900)

 

 

[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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