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넌 뭐하니 심심하면 나랑 놀자 [만화]

글 입력 2021.05.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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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아이들은 즐겁다>의 포스터를 처음 본 것은 이상희 배우의 영화 홍보 게시물을 통해서였다. 포스터에는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미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집>으로 아이들이 주연인 영화를 처음 접하고,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아이들의 연기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5월에 개봉하는 <아이들은 즐겁다> 영화에 관심이 갔다.


포스터 속 맑은 아이들의 웃음을 살펴보다가 '네이버 웹툰 원작'이라는 글씨를 발견했다. 순간이 담긴 이미지만으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이 영화의 원작이 궁금해서 웹툰 첫 화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내가 예상한 영화 분위기와 다른 그림이 있었다. 알록달록했던 영화 포스터와는 달리 흰 바탕에 검은 선으로만 표현된 단순해 보이는 그림체였다. 아주 가끔 등장하는 붉은 표현(부끄러움에 붉어진 뺨 등) 말고는 오직 절제된 흑백의 색으로만 그려진 아이의 일상은 한순간에 나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웹툰.jpg

 

 

<아이들은 즐겁다>에 담긴 아이의 일상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2013년 7월부터 2014년 5월까지 허5파6 작가가 정식 연재한 작품 <아이들은 즐겁다>은 '흐릿하지만 섬세했던 유년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현재는 이 작품을 '완결웹툰' 구역에서 찾을 수 있다. 1화부터 28화까지는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되어 있으며, 로그인하면 네이버 웹툰 앱을 통해 매일 한 화씩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웹툰은 초등학교 저학년 주인공 '다이'가 사는 환경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린다. 작은 동네의 학교에 다니는 '다이'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병원에 오래 머무는 엄마를 만나러 간다. '다이'의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이유는 작품에서 다뤄지지 않지만, 그는 환자복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하여 언제나 '다이'를 사랑으로 대한다. '다이'의 아빠는 바쁘게 일하느라 집에 오지 못하는 날이 많고, 가끔 집에 오는 날도 대부분 늦은 시간이라 '다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다이는 화초를 돌봐주는 사람이 아니니까 오랜만에 봐서 그래.

그거랑 똑같은 거야. 다이는 매일같이 엄마를 보러 와줘서 잘 몰랐던 거야."

-엄마의 아픔을 친구가 먼저 알아서 속상한 '다이'에게 엄마가-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 39화 中

 

 

심지어 이야기의 중간까지는 병원에 있는 엄마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집에서 함께 사는 아빠보다 많이 나올 정도이다. 몇 번 없는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가 어색해서 그 상황을 보고 있는 내가 조금 민망한 기분이었다. 무뚝뚝한 아빠도 '다이'를 많이 아끼고 사랑한다. 어린이날에 조용히 간식을 사 온 장면이나 '다이'와 함께 엄마 병원에 간 날 '다이'가 먹고 싶은 음식과 과일을 물어보고 장난치는 모습처럼, 그는 서툴지만 아이를 마음 다해 보살핀다.

 

만화의 내용은 보통 한 화로 끝나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된다. 앞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면 인물들 간의 관계로 보이는 세세한 표현까지 인식할 수 있지만, 어느 한 화만 찾아서 보더라도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전체적인 내용이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에서 비롯된 말과 표현들로 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등장인물의 이름과 모습을 미리 알고 보는 것이 내용 이해에 좋다.

 

 

 

만화의 주요 인물 : 아이들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이 '아이들' 이야기가 위주이기 때문에 만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생김새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되지만 어렵지 않다.

 

정수리 부근에 머리카락 세 가닥이 있는 친구가 웹툰의 주인공 '다이'다. 머리 위에 삐뚤빼뚤 산이 세 개 그려진 친구가 '다이'의 절친 '민호'다. 대부분 채색이 안 된 머리카락으로 묘사되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흑색으로 색칠되어 있고 오른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머리를 가진 친구가 '다이'의 다른 친한 친구인 '유진'이다. 이 셋은 아지트를 만들고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다.


또 알아두면 좋은 인물로 아이 중 유일하게 안경을 쓴 '안경'이와 가운데 가르마 단발을 한 '시아', 다른 아이들보다 몸짓이 크고 단정한 머리의 '현이', 눈에 띄는 갈래머리에 주로 원피스를 입고 등장하는 '아리'가 있다. 그림에 대한 저작권이 있어서 이미지를 삽입하지는 못하지만, 아마 이 설명만으로 아이들의 이름과 모습을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다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그가 활동하는 장소에 따라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다이'가 학교에 갔을 때는 반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이 등장하지만,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주로 '다이'와 엄마만 등장한다. 집은 처음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조용한 곳으로 그려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사귄 친구도 놀러 오고 아빠와 보내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활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소년 : '다이'



 

"다이는 엄마랑 같이 살고 싶지 않아? 엄마가 미안해. 다이는 아직 애기인데...”

"어쩔 수 없지. 엄마가 아프니까...”

-'다이'가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들고 병원 간 날, 엄마 병실 침대에서-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 16화 中

 

 

영화의 원작으로 처음 보기 시작한 이 작품을 끝까지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린아이들, 특히 '다이'의 어린 나이에 비해 일찍 철든 말과 행동이 내 마음을 아렸기 때문이다. 허5파6 작가는 단행본 작가의 말을 통해 '다이'가 '마음 한구석 생각하면 어쩐지 가슴이 저릿해오는 소년' 중의 하나로 기억된다면 기쁠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이'는 분명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시작한 나는 '다이'의 주변 환경에 대해 하나둘 알게 될 때, 한동안 다음 화로 바로 넘기지 못하고 멈춰서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은 즐겁다>를 보면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부분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수업이 끝난 후 항상 곧장 엄마 병원을 찾았던 '다이'가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처음으로 놀이터에서 놀다가 평소보다 늦게 병원에 간 3화에 등장한 대사이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다가 뒤늦게 시간이 늦었음을 확인한 '다이'는 걸음을 바삐 옮겨 엄마를 만나러 갔다. 병실 입구에서 빼꼼히 바라본 엄마는 벌써 잠들어 있었다. 그런 엄마 곁에 다가가서 '다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한다. "이제 친구들하고 안 놀게. 일찍 올게..."


아이가 친구들과 학교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건 전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난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하교 시간에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아이의 행동임에도 '다이'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다이'가 병원에 있어서 자신과 오래 함께 있지 못하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어린 나이에 엄마와 아빠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다이'는 쉽지 않은 삶의 환경 속에서도 한글을 쓰고 읽을 수 있을 만큼 똑똑하고,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고 나름대로 인기도 있는 밝은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친구 '민호'가 '다이'를 반장 후보로 추천했을 때 아이들이 동조하고, '현이'가 '다이'에게 먼저 친해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장면도 나온다.

 

또 '다이'는 자신이 받은 친절에 고마움을 느끼고 다시 베풀 줄도 안다. 그 예로 운동회 날에 '시아'가 준 과일 도시락을 고맙다는 말과 함께 기쁘게 받은 후, 반 대항 줄다리기 때 '시아'가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 자신의 것을 주는 장면이 있다. 이런 모습은 '다이'처럼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환경의 '유진'이 자신에게 사인펜을 선물한 '민호'에게 고마움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는 장면으로 연결되어 작품에서 그려진다.

 

자신의 상황이 좋지 못할 때, 상대의 친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을 내가 직접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다이'의 솔직한 표현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내가 나 또는 내 주변 모습에 불만족스러울 때 타인이 선의로 베푼 행동이 고마움을 넘어서 부담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고맙다는 생각이 불안정한 마음속에서 엉켜버리며 부조화하게 불편을 느끼는 것이다. 나의 상황에 상관없이 고마운 감정을 온전히 전한다는 점에서 '다이'가 건강한 아이로 자랐다고 생각했다.

 

 

포스터.jpg

 

 

 

못내 아쉬운 어른의 모습



제목처럼 아이들이 만화의 주인공이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 그중 '다이'의 엄마와 아빠, 외할아버지, 임시로 온 담임선생님은 그나마 '좋은 어른'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아이들의 엄마, 병원 사람들 등은 현실적이며 세속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물론 아이의 모습도 모두 바르게만 그려진 것은 아니다. 이름 없이 '왕눈이'로만 등장한 아이는 가게에서 주인아저씨 몰래 물건을 훔치는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난 만화 속 바람직하지 못한 어른들의 태도를 더 엄격하게 바라본다. 그 이유는 어른들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어른은 다시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게 분명히 알려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른이 좋은 예를 보여야 한다. '현이' 엄마와 '시아' 엄마가 뒤에서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는 모습은 그런 점에서 아쉬웠다. 자신의 잘못을 보지 못하는 어른의 꾸짖음은 아이들에게 어불성설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싸움은 그렇게 서로 잘 몰라서 생긴단다.

시아가 정말로 슬퍼하는 걸 몰랐기 때문에 안경이는 심한 말을 해버린 거구."

-반에서 작은 소동이 있던 날, '안경'에게 임시 담임 선생님의 말-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 47화 中



만화에서 그려진 몇몇 어른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영화로 제작되면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어른 캐릭터가 '다이'의 엄마, 아빠, 담임선생님 이렇게 세 사람인 것이 좋았다. 만화를 보면서 아이를 진심으로 아끼는 바람직한 모습의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영화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들이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바른길을 안내하는 '좋은 어른의 모습'이길 기대하고 바란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예고편과 영화에 참여하는 성인 배우들의 이미지로 미루어 보면... 나의 바람이 이루어질 것 같다!)

 

 

 

영화로 들려주는 아이들의 이야기



오월, 나무가 파란 옷을 입고 싱그러운 여름의 분위기를 조금씩 띠는 시기가 돌아왔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생기 넘치는 오월 중 어린이날에 맞추어 극장에서 개봉했다.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어떤 작품인지 미리 알고 싶어서 처음 웹툰을 보기 시작했지만, 홍보 영상에 담긴 영화의 내용은 원작 만화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확실히는 영화를 확인해봐야 안다). 웹툰에는 절제되어 있던 색이 영화에서는 풍부해진 것처럼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를 영화를 통해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만화와 영화의 내용에서 가장 큰 차이로 보이는 점은 '여행'이라는 기존 만화에 없던 소재를 이야기 속에 넣었다는 것이다.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 떠나는 여행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불안하지만, 정작 영상 속 당사자들은 새로운 경험에 신나고 설레는 표정이다. 원작과 다른 소재가 추가되었지만 만화의 주요한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 여전히 녹아있어서, 그림이 화면으로 구현된 모습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다섯 명 아이들의 맑은 웃음 배경으로 흐를 OST는 싱어송라이터 이진아가 처음 음악감독으로 모든 곡의 작사 작곡을 맡아 참여했다고 한다. 평소에 본인만의 개성 있고 기분 좋아지는 가사와 멜로디의 노래를 공개했던 그이기에, 이번 작품에서 영상과 얼마나 잘 어울릴지 그 활약이 궁금하다. 영화 개봉 전날인 4일에 OST 앨범이 먼저 발매되었으니, 영화를 감상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먼저 들어보길 바란다.

 

 

더 놀자 이거 저거 하며 놀자

너와 함께 걷는다면 슬픈 일도 거 아니야

난 좋아 너가 너무 너무나도 좋아


더 놀자(2021) - 이진아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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