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의 모순 [사람]

글 입력 2021.05.0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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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 이 시기만 되면 감기에 걸렸던 기억이 있다. 따뜻한 낮에 가볍게 입고 나오면 새벽에 어김없이 추운 바람에 오들오들 떨었다. 치기 어렸던 나는 외투를 챙겨 나온다거나 저녁에 일찍 들어가면 되겠지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 청춘은 봄의 일교차를 온몸으로 맞는 것과 비슷했다.

 

 

 

봄의 따뜻함


 

봄의 낮은 따뜻하다. 마치 여름인 것처럼 산뜻하게 옷을 입고 그렇게 덥지 않은 햇볕이 나를 포근히 감싸준다.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하다. 그들의 활기찬 말소리가 담장을 넘어 내게 들려온다.

 

그래서 그런 건지 사람들이 사랑을 많이 한다. 아득한 해와 따스한 봄 냄새가 그들의 마음을 쉽게 흔들어놓는다. 겨우내에 움츠렸던 몸을 힘껏 펼쳐 자신을 뽐낸다. 그 위로 벚꽃들이 아스라이 떨어진다.

 

그럴 때면 첫사랑이 생각난다. 아마 봄은 모두의 첫사랑이지 않을까? 어딘가 설레고, 이상하고, 울렁거리는 봄 내음이 마치 첫사랑의 열병처럼 다가온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에서 이런 가사가 있듯이 말이다.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네 모습이 자꾸 겹쳐”

 

봄의 낮은 이렇게 희망차고 따뜻하다. 그러나 저녁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고 나를 춥게 만든다. 누군가 사랑에 성공한다면 누군가는 실패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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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나 또한 봄에 희망을 걸어본 적이 있다. 추운 겨울 얼지 않고 버티면 내 외사랑이 나를 보듬어주진 않을까 희망을 품었다. 마침내 봄이 되었지만 벚꽃이 흩날리면서 내 사랑도 같이 흩어져 버렸다.

 

그래서 봄을 청춘이라고 하는 걸까 싶다. 따뜻했다가도 어느새 춥고 기뻤다가도 슬프고 시작인 것 같으면서도 끝인 것처럼 느껴져서.

 

꽃샘추위에 오들오들 떨다 보면 그 노래가 생각이 난다. High4의 <봄, 사랑, 벚꽃 말고>. “꽃잎이 피어나 눈앞에 살랑거려도 난 다른 얘기가 듣고 싶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버릴 봄, 사랑, 벚꽃 말고”

 

그래 그거야. 내게 봄, 사랑, 벚꽃 말고 다른 걸 줘. 다들 떠들어대는 뻔한 이야기 말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이야기를 하자. 봄, 사랑, 벚꽃 말고 야망에 대한 이야기는 어때. 우리 지금 꿀 수 있는 꿈을 마구 꿔보자고.

 

 

 

봄의 일교차


 

봄의 일교차가 어떤 우울을 만드는 것일까? 새소년의 <亂春>은 그런 봄의 우울함을 다뤘다. 제목의 뜻은 어지러운 봄이라는 의미다. 황소윤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서 고요히 죽어간다면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난춘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 그대여 부서지지 마

바람 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 마

이리 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겨울의 추위보다 봄의 추위에 우리는 더 취약하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처럼. 봄의 추위는 우리의 빈틈을 파고든다. 그래서 황소윤은 봄을 어지럽다고 생각한 것 같다. 추위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계절 속에서 황소윤은 해를 자처한다.

 

봄은 겨울의 끝이고 사계절의 시작이다. 누군가는 끝을 내고 누군가는 시작한다. 중요한 건 겨울은 끝났고 봄이 왔다는 것이다. 어지러운 봄, 어지러운 청춘. 마냥 따뜻한 건 진짜 봄도, 청춘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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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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