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별난 죽음'이 말해주는 '죽음의 평범함' - '죽음의 춤'을 읽고 [도서]

글 입력 2021.04.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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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죽음'이 말해주는 '죽음의 평범함'

 

<죽음의 춤>은 역사 속 특이한 죽음들을 수집해둔 책이다. 자신의 수염을 밝고 넘어져서 죽은 사람, 스스로 죽을 때까지 춤을 추다 죽은 사람, 관에 깔려 죽은 사람 등, 읽다 보면 ‘세상에 이렇게 죽은 사람이 있다니…?’라는 생각이 절로 따라오는 죽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별스럽고 특이한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보편성이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오는 죽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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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오는 죽음: 죽음은 벌이 아니다

 
어릴 때 읽던 동화책에서 죽음이란 악당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결말을 뜻했다. ‘인과응보’라고나 할까, 영웅이 악당을 정의의 칼로 처단하는 장면이 나와줘야 속이 시원-하면서, 이야기 한 편이 잘 끝났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음은 그런 게 아니라는,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말해준다.
 
책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죽음은 시민들에게 존경받던 어느 입법관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연설을 들은 시민들이 존경의 표시로 던진 옷에 파묻혀서 죽었다. 훌륭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이토록 허무하고 우스꽝스럽게 죽다니.
 
착한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있거나, 적어도 그에게 ‘어울리는 죽음’ 같은 게 따로 정해져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죽음은 나쁜 짓을 해서 찾아오는 벌이 아니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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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오는 죽음: 우리는 죽음 옆에서 살아간다


책에서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은 다양하다. 매일 걷던 거리를 걷다가도, 누군가의 환대를 받다가도, 평소처럼 제 일을 하다가도, 사람들은 죽는다.
 
흔히들 태어난 후부터 늙어가면서 점점 죽음과 가까워지다가 종국에 죽음과 만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은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죽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상황도 가리지 않고, 느닷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점점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음의 한 발짝 옆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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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부족하면서도 충분한


각각의 죽음에 대해 길게 풀어내고자 하면 끝이 없겠으나, 작가 세실리아 루이스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서너 문장만으로 간결하게 묘사한다. 누군가의 삶이 끝났는데 세 문장만 써주는 건 조금 매정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이 죽음을 설명하는 데 그 외에 어떤 말이 더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작가가 죽음을 묘사하는 이런 방식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 닮아 있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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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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