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리 두기 시대의 '접속', 2021년 김사월쇼 '접속' [공연/음악]

사랑과 관계의 철학을 노래하다
글 입력 2021.04.2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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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김사월쇼가 올해도 열렸다. 거리 두기 공연으로 홍대 벨로주에서 진행된 이번 ‘김사월 쇼 접속’은 수잔, 7102, 헤븐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을 밴드 세션과의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거리 두기 시대에 듣는 김사월의 노랫말은 우리가 새로운 차원으로 열망하는 ‘접속’에 대한 심상을 덧입힌다. 김사월은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거리를 둔 접속과 만남, 사랑과 이별의 회한을 곧잘 노래하곤 했기 때문이다. 김사월의 노래가 아프거나 슬프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한 포크 가수 김사월은 단절의 노래만을 하기에 슬픈 것이 아니다. 행복하고 연약한 순간들까지도 모두 우울의 레이어 속에 존재하고 오히려 그 역설적인 우울의 정체성을 잘 알고 있는 노래들이기에 단전으로부터 올라오는 슬픔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준다. 김사월의 노래를 접속을 촉구한다. 여리고 강한, 포크 전사의 목소리로. 김사월쇼에서 불린 노래들을 사랑과 관계의 철학적 일면으로 느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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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도, 시대도 유별난 거리 두기를 강조하며 서글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리가 ‘보통’이라고 느끼던 코로나 이전의 삶은 과연 모두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었을까? 우리는 다양한 거리와 다면적인 접촉을 거쳐 서로를 느끼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 거리의 세밀한 차이 속에서 우리는 많은 감정을 느끼며, 접촉을 향한 열망에 사랑이라는 탈을 씌우기도 한다.


김사월쇼 접속은 ‘짐’을 시작으로 서정적인 쇼의 시작을 알렸다. 관계와 마음의 변화를 느끼는 것은 복합적이고 기묘한 일이다. “눈을 맞춰도 작은 움직임에도 나는 헤어짐을 느끼네” 닿고자 하는 시도의 불발이 어떤 쓸쓸함을 안기는지, 그 무거운 마음이 헤어짐과 짐으로 연결되는 가사가 아름답다.


사랑의 불균질한 애틋함이 잘 나타나는 노래인 ‘그리워해 봐’가 김사월쇼의 라이브에서는 더욱 사랑스럽게 불린 듯하여 인상적이었다. “날 보면 마음이 아프니?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시작된 노랫말은 마치 서로를 미워하거나 서로의 곁에서 괴로운 이들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우리 만큼 우리를 잘 아는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사랑이 없으면 그리움도 없다는데. 나를 그리워해 봐.”로 이어지는 가사는 결국 화자가 원하는 관계의 모습을 알게 한다. 꼬이고 엉킨 관계들 속에서도 우리는 자꾸만 접속을, 사랑을 원한다. 사랑이 없다면, 사랑에서 기원한 그리움이라도 내어달라고 산뜻하게 노래 부르는 라이브 무대의 목소리는 더욱 모순적이고,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이다. “나를 그리워해 봐.”라는 가사로 끝이 나는 이 노래는 제법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한 단계 부족하다고 판단될 그리움이란 모양의 사랑을 당당히 갈구하는 모습은 뻔뻔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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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의 로맨스 앨범에는 앞선 ‘그리워해 봐’가 수록되어 있고, 앨범과 동명의 곡인 ‘로맨스’ 역시 수록되어 있다. 사월쇼에서는 담담한 포크송 위에 아주 조금의 재즈적인 기교가 섞이며 원곡보다 관능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핫핑크색 조명이 점점 진해지며 ‘로맨스’의 진솔한 가사가 튀어나온다. “사랑보다 먼저 넌 나를 사랑하라 했잖아. 너도 그거 못하잖아. 우리를 돕고 싶어.” 교조적인 세상의 사랑을 학습하며 우리는 연정의 사랑 속에 우리의 낭만을 끼워 맞추며 살아간다. 그러한 말들에의 파격처럼 다가오는 이 쏟아지는 솔직한 사랑은 얼마다 강렬한지. 사랑이 엄청 많으니 아무 때에나 찾아오라고 화자는 사랑의 숨겨진 진실을 이미 첫마디에서 알려줬다는 것을 상기하자.


‘향기’의 가사에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참 이상하지. 한없이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다는 게” 그러나 이 사랑은 불발된다. 제목이 알려주듯, 사랑의 대상이 지닌 고유한 향에 대해 노래한다. 그러나 “향수 비누 담배 땀 내음 그 어떤 것도 아닌 너의 공기. 그 향기에 코를 박고 그 뺨에 얼굴을 묻고 영원토록 있고 싶었지.” 감정의 거리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 당연하게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나, 우리는 그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고 하여 그 감정의 기억과 궤적까지 통째로 잊어버리지 못한다. 2절의 화자는 “참 이상하지. 사랑은 할수록 세상에 없다는 게.” 사랑의 방향성에 급커브를 튼다. 우리는 사랑이 대등하거나 아름답다고 상찬하는 삶을 살았지만, 사랑이란 결국 대상을 대상화하여 주체의 주관 속에 녹여버리는 행위인 것은 아닐까. 실존과의 거리를 점점 더 벌려가며 주체의 감정을 양육하는 것이 사랑은 아닐까. 결국 화자는 마지막에 이르러 “되돌아보면 세상 어느 것도 사랑하지 않은 게 없었는데”라고 고백한다. 참 이상하다. 사랑의 위대함은 결국 무차별적 사랑의 대상화와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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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쇼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새회용품’은 수잔 앨범에 수록된 ‘새’와 가장 최근 앨범인 헤븐에 수록된 ‘일회용품을 연달아 부르며 구성되었다.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향한 갈급이 두 곡의 공통된 테마일 수 있으나 두 곡의 화자는 서로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이들처럼 양극단에서 마주 보며 대화 중인 사람들 같다. ‘새’의 화자는 “난 네게서 자유롭고 싶어 널 이해하려 들었지만”, “도망치는 건 이미 수준급”이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완전한 사랑에 도달하는 완전한 이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우리는 결국 빈틈과 결핍의 결에 서로를 맞대어보며 자꾸만 새롭게 들어맞는 퍼즐을 찾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망을 시도하고 새로운 이를 아무리 찾아도 “오늘도 널 따돌리는 데 실패하고 네 품에 안겨 잠들겠지.” 상대가 능동적으로 ‘새’를 붙잡지 않더라도 새는 무상한 사랑으로 자꾸만 돌아와 싫은 아침을 맞을 것이다. 이상적이지 못한 지루한 사랑이라니, 그러나 이 사랑은 듣는 이에게 강렬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어지는 ‘일회용품’의 화자는 강렬하게 선언한다. “난 내가 일회용품이면 좋겠어.” 새롭지 않게 반복되는 것들은 죽음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화자는, 이럴 것이라면 소진되고 대체되길 소망한다. 기쁨도 슬픔도 잠깐이며 그것조차 아주 기쁘거나 아주 슬프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이 권태로울 뿐이다. 그러나 이 화자의 속마음은 조금 엉켜있을지도 모른다. 1절과 2절의 같은 구간은 “넌 내가 몇 번 울 수도 없게 날 만드는걸”, “넌 내가 점점 더 늙었다고 말하는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발된 영원을 향한 욕망은 찌그러진 종이컵의 표면처럼 굴절된다. 사기그릇이 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은 현실에게 찌그러져 종이컵이 된다. 정말 일회용품이 되고 싶은지, 일회용품으로 소진되어 차라리 새로이 누군가와 표면을 마주대고 사랑을 담아내고 싶은 것인지. 세상 속의 사랑을 찾는 과정은 이렇게 ‘새로움’과 연관되어 있다.


‘내가 사랑할 그 사람은’에는 사랑의 그 모든 주관성이 잘 드러난다. 우리는 특별한 그 누군가를, 혹은 특별한 나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이다. 양 볼에 점이 있다거나, 아주 따듯하거나 아주 냉정한 사람을 떠올리며 스스로의 사랑을 조형한다. “모두 널 사랑할 거야. 내가 사랑하니까.” 객관의 세계가 무용한 순간을 우리는 스스로 창조할 뿐일지도 모른다. ‘새회용품’의 화자가 지닌 유약함 또한 매력적이지만 위풍당당하게 사랑의 외연을 넓히는 ‘내가 사랑할 그 사람은’의 화자는 사랑의 가장 연극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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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늑대’는 라이브 세션의 베이스와 일렉기타 선율이 겹겹이 쌓이고 리드미컬한 드럼이 얹어지자 구연동화 같은 순간으로 돌입한다. 사냥에 매우 취약한 붉은 늑대는 모두가 그 존재를 알아챈다. 가장 약하고 무력하기에 가장 강렬한 존재. 우리는 그런 존재가 지닌 매력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평등하고 고고한, 그리스적인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의 우리는 얼마다 취약함에 이끌리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가 얼마나 취약한지. 그러나 약할 때에 사랑을 찾고 약한 냄새에 우리는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김사월의 사랑이 유성애적 연정에서 무한히 확장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취약함에 끌리는 사랑을 연극적으로 조명하면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타인과의 관계 맺음의 연원을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셋리스트 상으로는 앞부분이었지만, 이쯤에서 7102 앨범에 수록된 ‘달아’의 가사를 떠올려보게 된다. “사랑하는 미움을 멈추고 싶어.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달아.” 중독적인 달콤함이 로맨스 적인 사랑의 은유가 아니라니. 우리는 자기혐오와 자기애의 줄타기 속에서 중독적으로 미움을 택하기도 한다. 그렇게 선택한 미움을 전심전력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번 김사월쇼에서 우울한 포크 가수 김사월은 그 아픈 노랫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쓴 말들이지만 어쩜 이렇게 아프게 썼는지 생각하게 될 때도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이면을 꺼내어놓는 노래만으로 카타르시스의 작용을 느끼기도 하며, 곰살궂은 동감 속에서 위로를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각자의 개체로서 김사월의 노래를 통해 서로를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김사월쇼의 이름이 '접속'이 된 것은 아닐까, 이 거리 두기의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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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새회용품’처럼, 연결되어 있던 두 세션이 있었다. ‘오늘 밤에게’는 ‘오늘 밤’과 ‘세상에게’를 연결하여 부른 것이었고, 마지막 곡으로 불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와 ‘사바스’ 또한 연결감이 부드러웠다. ‘오늘 밤’은 가장 최근 앨범인 ‘헤븐’에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로맨스 앨범의 ‘키스’와 연결되는 노래라고 생각해왔다. ‘오늘 밤’은 고독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김사월 특유의 다정이라는 변주를 만난다. 노랫말은 무서우리만치 설화적이다. “오늘 밤 나는 좋은 칼과 총을 과거의 우리에게 겨누고 들어가 귀엽고 잔인한 사람이여 너의 차가움을 잊지 않게 해줘. 너의 침대에 저주를 보내서 세상 가장 불행한 사랑을 나누게 할 거야.”

 

비극의 주인공 같던 정열의 사랑은 ‘세상에게’로 이어지며 땅에 발을 붙인 상념들로 급변한다.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막막함은 드라마틱함을 무화시키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느끼고 있을 쯤에 2절의 “눈 뜨면 내 목을 조르는 영수증에 네가 건네준 일 달러도 그저 돈이 돼버리는 게 너무 싫어.”라는 가사가 그러한 무력화 자체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드라마틱한 감정을 일깨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자체가 예술의 동력이며, 귀중한 질료임을 까먹고 사는 때가 많으니 말이다. 우리는 세상에게 자꾸만 말을 건다. 그러면서도 체념하고 다시 기대한다. “세상에게 난 견뎌내거나 파멸하거나 할 수밖에. 불확실한 나에게 이미 정해진 것은 방황 하나뿐이라는 걸” 우리는 세상을 더욱 떠돌아도 된다는 기묘한 위안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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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김사월쇼의 마지막을 장식한 두 곡의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와 ‘사바스’였다. 제목만을 들어도 눈물이 핑 돌 만큼 서러워지고 또 애틋해지는 노래가 아닐까. 우리는 우리를 소진하여 타인을 사랑하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타인에게 노출하는 기꺼움으로 사랑을 구성하기도 한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주는 열쇠. 그건 절대 쓰지 마 생각할수록.” 그러나 인간은 그리스 비극 속에서 신의 손바닥 안에 놀아나듯, 이 중요함을 망각한다. “손에는 흐르는 땀과 금속 냄새. 너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느끼고 싶어. 그럴 순 없지. 방금 전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가사가 끝이 나고 강렬해지는 기타의 선율과 드럼은 보컬 또한 절규하는 것처럼 들리게 만든다. 같이 목놓아 울고 싶어지는 이 노래는 우리 모두의 어리석은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어리석은 채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먹먹하고 감성적인 순간이 창출된다.

 

이어지는 ‘사바스’는 전주를 듣자마자 너무 놀라 벌떡 일어설 뻔했다. 김사월의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한다고 꼽는 곡이 바로 ‘사바스’이기 때문이다. ‘사바스’가 김사월쇼의 대미를 장식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와 이어지니 사랑을 향한 막무가내가 오히려 명쾌한 해답이자 다정함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어찌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고 시작한 노래는 “잠시라도 영원할 수가 없다면 사라지는 게 나을 거야.”라고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형태의 사랑과 온전함에 대해 노래한다. “그대 나와 함께 병들어줘. 무너져 내릴 것들이 우리를 감싸줄 거야.” 우리는 엉망인 채로 서로와 함께, 엉망인 세상 속을 계속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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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맺고 거리를 조정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외로워하는 모든 일들은 일대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자를 구성하는 세상도 함께 테이블에 나와 마주하는 시간들을 김사월은 보드랍고도 날카롭게 포착하고 노랫말과 소리로 담아내는 것이다. 거리 두기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때에 서로가 멀리 있기에 더더욱, 서로에게 접속을 시도한다. 서로의 거리감 속에서 보내는 접속의 신호들은 우리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며 우리를 담고 있는 세상까지도 하나의 관계 일면으로 수용하게 된다. 김사월의 접속이 매년 4월 회차를 쌓아갈 때마다 더욱 다이내믹한 사랑이 노래가 될 것이다. “너와 함께라면 내 인생도 빠르게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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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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