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전 동화 속에 숨겨진 의미 [도서/문학]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을 때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면?
글 입력 2021.04.2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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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수많은 고전 동화를 읽으며 자랐고,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영화로 리메이크된 디즈니 영화를 보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동화 속에도 숨겨진 철학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필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책으로 읽었을 때도, 영화로 보았을 때도, 이 동화 특유에서 느껴지는 괴기스러움과 이상함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본 <오페라의 미학>에서 이 감정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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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미학>은 음악미학연구회 저술로 다양한 오페라를 미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중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분석글(원유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하나의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표현하고자 했던 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목할 점은 ‘앨리스의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던지는 물음은 일견 어떤 서사적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이 오페라를 관통하는 핵심적 화두이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합리적인 이성을 주축으로 하는 근대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근대적 세계에서 인간은 이성적 사고를 통해 모든 대상을 판단하고 파악할 수 있는 주체이다. 즉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한, 주체는 하나의 일관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앨리스가 가진 이성적 사고로는 이상한 나라의 사고와 언어는 물론 선악의 기준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생각하는 자신의 존재까지 불확실해진 앨리스는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p.16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느끼는 괴기스러움은 우리가 우리의 시선으로 그 세계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근대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서 우리의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 앨리스가 살고 있던 세계의 규칙들은 이상한 나라에서는 단 하나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앨리스는 혼돈을 느끼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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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中 체셔 고양이)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바꾸며 신출귀몰하는 체셔 고양이는 고정된 하나의 실체로 머무르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광기와 초현실주의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잘 표현하였다. 어떤 구심력도 없이 ‘미쳐 돌아가는’ 광기의 세계가 감각적으로 구현된 것이다. (p.171)


체셔의 모습이 표상하는 것은 이상한 나라에는 어떠한 고정된 기준도 없다는 것이다. 즉,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또, 고정되지 않은 그의 모습에서 일관된 정체성 또한 부정된다.

 

앨리스는 계속해서 일관된 규칙을 찾고 자신의 관점을 고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이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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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中)

 

 

이 오페라의 마지막에서 앨리스는 자신이 쓰고 있던 탈을 벗어버린다.

 

탈은 이성적 사고를 하는 머리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그녀가 근대적 시각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그녀는 고착화된 근대적 정체성에서 벗어나 그녀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보다 넓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진은숙은 자신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이런 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녀의 오페라(동화) 뿐 아니라, 다른 동화 또한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녀와 야수>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로 해석될 수 있으며, 여기서 아름다움(Beauty)을 뜻하는 Bell은 곧 '선(善)'으로 벨은 철학자를 상징한다고 분석될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것 속에 복잡함이 있으며, 교훈이 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유년시절 읽었던 또는 최근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 번 본다면 누구나 새로운 무엇인가를 깨닫고 느끼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본 글은 <오페라의 미학 1> 원유선의 글을 참조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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