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봐요, 계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세히 본 적 있나요? - 마르첼로 바렌기展

마르첼로 바렌기의 담백한 전시회
글 입력 2021.04.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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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리얼리즘 아티스트이자 세계적인 유튜버 마르첼로 바렌기의 <마르첼로 바렌기展> 월드투어 전시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작했다. 용산 아이파크몰 6층 끄트머리에서 숲처럼 조성된 자그만 돌담길을 지나고 도토리 숲의 토토로를 찾으면 '팝콘D스퀘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평일 낮 12시에 방문했는데 입장하는 사람과 관람하는 사람도 우리밖에 없었다. 덕분에 전세 낸 것처럼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지만 좋은 전시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조금 더 많은 홍보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전시 구성


 

전시장은 8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앞의 두 파트는 작가의 인생을 살펴보고 pre-show로 몰입도를 유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을 보기 전 준비운동을 한다.

 

마르첼로 바렌기의 페인팅 작품을 볼 수 있는 Painting Zone, 극사실 작품 외에 그렸던 카툰과 일러스트 등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Reproductuin / Cartoons / illustration, 색연필로 그린 작품을 모아놓은 Drawing Zone, 그의 작품을 세계로 알린 유튜브 영상을 즐길 수 있는 Video Zone, 바렌기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들만 모아놓은 Lighting Zone, 마지막으로 화려한 스테이지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Photo Ending Zone으로 구성되어 있다.

 

Video Zone에서는 드로잉 영상이 나오기 전 바렌기의 한국어 인사를 들을 수 있다. 3문장이 넘는 긴 한국어를 말하면서 어려운 발음도 열심히 표현하는 모습이 재밌으면서 고마웠다. 그가 표현하는 문장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유튜브를 오래 해서 그런지 마르첼로 바렌기는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고 관람객을 존중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마로첼로 바렌기의 극사실주의


 

Painting Zone에 들어서자마자 바렌기의 일침이 담긴 질문이 눈에 띄었다.

 

 

이봐요, 당신은 냉장고에 있는 케첩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세히 본 적이 있나요?

  

 

사물은 사용하는 목적에 맞게 쓰이면 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바렌기는 평범한 사물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의 신선한 접근에 매료됐다.

 

 

 

 

'빈 감자칩 봉투'는 실제 감자칩 봉투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가 그려낸 작품들을 보고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작품은 사물을 공허하게 따라 그린 것이 아닌 바렌기만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었다.

 

바렌기에겐 특별한 관점이 있다. 주변에 당연하게 있던 일상의 물건들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사물의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그의 관점으로 탄생한 작품 속 사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색감은 더욱 살아나 눈길을 잡아끌었고 실제보다 더 실제 같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것'은 지나쳤던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그리고 일상을 찬찬히 살펴보는 여유를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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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예술은 없고 잘못된 예술도 없다. 아티스트는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 작가의 삶을 정한 바렌기는 무난하게 예술 학교에 진학한다. 교수들은 바렌기의 작업을 당시 만연한 관념으로 비난한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그림자는 완벽하고, 여백 처리는 이상할 만큼 깨끗하다는 것이다.

 

바렌기는 그림을 그리는 관점과 화풍을 바꾸라는 강요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다. 바렌기는 개인의 스타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그림은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

 

결국 바렌기가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건 자존감, 예술가 정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세상이 정한 관념과 자신이 다르다고 잘못된 것이 아님을, 자유롭게 예술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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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재미없는 물체라도 그만의 정점은 있다.

 

 

바렌기가 가진 최고의 재능이다. 재미없는 사물에서 정점의 모습을 끌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관점을 바꿨기 때문이다. 예술의 소재로 쓰이지 않을 것 같던 일상의 재미없던 소재들은 바렌기의 손을 거쳐 전 세계를 사로잡는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세상을 모든 것들을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모든 사물은 각자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있다. 아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일상의 사물을 표현할 때 그 순수함에 매료된다.

 

 

바렌기는 사물의 아름다움을 캐치하는 눈을 갖고 있고 사물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마음의 눈이 있다. 그러나 그는 사물을 더 이쁜 모양으로 변형하거나 편집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사물의 순수함을 표현한다.

 

 

 

 

가위의 녹슨 자국, 큐브에 난 흠집, 선글라스 안경알에 묻은 지문. 작가는 사물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그런 디테일로 인해 사물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녹슨 가위에서 엄마는 어릴 적 나와 언니가 색종이를 오리던 가위를 떠올렸고, 나는 큐브를 보고 학교에서 친구 여러 명이서 가지고 놀던 큐브를 떠올렸다. 선글라스에 묻은 지문에서는 '바렌기의 초상화에서도 선글라스를 썼던데 닦을 새도 없이 얼마나 많이 사용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을 많이 할수록 함께한 시간이 많을수록 사물에는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을 따라가 사물의 이야기에 집중시키는 바렌기의 시선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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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을 다시 일으키다


 

미술사에서 사진기의 발달로 사실주의는 줄어들고 미술계의 화풍은 인상주의와 추상주의로 옮겨갔다. 그리고 1960년대 미국에선 팝아트의 영향으로 극사실주의가 탄생한다. '마르첼로 바렌기'가 대단한 것은 극사실주의 드로잉을 그대로 노출하고 대중을 예술의 세계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극사실주의를 아름다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바렌기의 극사실주의 작품은 사물을 따라그린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인간이 사진기라는 기계를 뛰어넘었다.'라고 생각했다. 기계는 사물의 아름다움을 찍어내지 못하지만 마르첼로 바렌기는 사물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사물에 담긴 이야기를 담았다.

 

 

 

담백한 전시


 

<마르첼로 바렌기展>은 담백한 전시이다. 필자는 다른 전시회에서는 작품을 꼼꼼히 보기도 하고 동선이 길기도 한 탓에 보통 2시간 넘게 관람한다. 그렇게 관람하고 나면 마음은 풍족해지지만 몸은 쉽게 피로해진다.

 

하지만 <마르첼로 바렌기展>은 적당한 동선과 깊은 인상을 남긴다. 딱 적당하고 깔끔한 전시였다. 코로나시대에 그가 본 아름다운 세상을 보면서 우리는 밝은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다. 그렇게 무겁지도 그렇게 가볍지도 않은 담백한 전시였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마르첼로 바렌기라는 사람을 더욱 알고 싶어졌다. 바렌기가 갖고 있는 철학과 그가 살아온 인생이 너무 멋있었다. 마르첼로 바렌기는 자신의 스타일을 관념에 따라 바꾸지 않았다. 그렇기에 현재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내고 원하던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의 삶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살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을 잃지 말아야 함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이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을 구축하는 용기를 얻어갈 수 있었다.

 

마르첼로 바렌기의 작품을 보다 보면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감을 느낀다. 그가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처럼 작은 부분에서도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느끼며, 일상의 소중함을 얻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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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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