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각 프레임 속 인간과 사회 그리고 이념 [미술]

에곤 쉴레 Egon Schiele
글 입력 2021.04.26 19:57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입시 미술을 준비하는 친구의 크로키를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빠르게 그려내는데도 표정과 동작 묘사가 정확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밥을 먹는 모습, 복도에서 장난치는 모습 등 평범한 일상들을 기록하는 그림들을 보면서 점점 인물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아마 사람의 실루엣만으로 전하는 메시지가 깊고, 왠지 친근함이 드는 그들의 삶이 궁금해서 호기심이 생긴 듯하다.


모든 문화적 창작물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인물화는 다양한 인간상을 담아낸 자화상이고, 의복과 생활양식 등을 통해 사회상의 변화를 드러낸다. 사각 프레임 속 그들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moma-klimt-schiele-1024x774.jpg
Gustav Klimt, Hope, II (1907-08) and Egon Schiele, Portrait of Gerti Schiele (1909) By MOMA

 

 
최근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인물화가 역사적 기록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물화를 통해 19세기 시대상을 드러낸 작가를 뉴욕현대미술관 MOMA에서 볼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은 인물을 통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이념을 드러내고, 매우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감정에 토대를 두고 있다.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이해도가 다르고 정확한 해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술 비평가인 아투어 뢰슬러는 그의 작품들이 ‘일종의 독백’과도 같은 것으로, 작가 본인이 아닌 이상 관찰자의 입장으로서 작품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작품 중 과장된 제스처를 지닌 독특한 인체를 표현한 작품이 있다. 장식성을 배제한 비어 있는 배경 속에 자신의 모습을 담았는데 인물의 손동작이 당시 히스테리 환자의 포즈와 유사하다. 또한 선명한 윤곽선을 뒤틀면서 선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당시 세기말 오스트리아 사회 속 절망과 공허함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self-portrait-with-hand-to-cheek-1910_painter-egon-schiele__73778__78419__24427_1567386466.jpg
Egon Schiele, < 뺨을 잡아당기는 자화상 (Self Portrait with Hand to Cheek) >, 1910

 

 
앞서 말한 작품은 에곤 쉴레의 <뺨을 잡아당기는 자화상>이다.
 
쉴레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대변되는 인체의 병리학적 표현은 1910년 작품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굳이 왜 인체의 병적인 요소를 선택했을까?
 
19세기 유럽에서는 범죄자나 정신질환 환자 등을 모델로 선택하여 그들의 표정 유형을 포착하고 그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다. 당시 사회악으로 치부했던 그들의 동작과 표정을 조형 예술적인 포즈로 이용하는 사고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쉴레도 마찬가지로 당시 그들의 사진들을 접한 동시에 영감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나 시대가 외면한 비주류의 사람들에게 주목함으로써 사회가 부여한 관습적 가치에 대해 저항했음을 보여주는 행보이다.
 
 
77495a24d0b5e0c723cae1541cacd053.jpg
Egon Schiele, < 팔을 엇갈리게 한 오젠(Osen with crossed arms) >, 1910

 

 
<팔을 엇갈리게 한 오젠>을 보겠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연극배우 에르빈 오젠은 길게 늘어진 팔과 크게 그려진 손 그리고 과장된 제스처를 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색의 대비를 통해 독특한 인체를 강조하였다. 기괴한 포즈를 연구한 끝에 쉴레는 오늘날까지 그의 인물화로 대변되는 인체의 병리학적 표현을 탄생시켰다.
 
그의 그림 속에 있는 경련을 일으키는 듯 절박한 상태의 인물들은 실레가 살아가던 시대의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그의 인물화에 나타난 인체의 병리학적 표현은 곧 인간의 잠재의식의 표현이다. 쉴레는 인물화를 통해 비정상적인 태도로 관람자들을 바라보았고, 관람자들 또한 작품을 통해 실레의 비정상적인 정신세계를 들여다보았다.
 
 
AAABB890-0870-4C3C-82F2-FCA8B23D8B36.jpeg
<이빨을 드러낸 자화상(Self Portrait showing tooth)> (1910) <벗은 어깨의 자화상(Self Portrait with Raised Bared Shoulder)> (1912)

 

 
위 작품 이외에 이러한 병리학적 인체 표현이 두드러진 작품은 <이빨을 드러낸 자화상>과 <벗은 어깨의 자화상>이 있다. 인체의 주름과 근육을 강조하기 위해 조형적으로도 붓질이 상당히 거칠고 뾰족한 윤곽선을 이용했다. 당시 진부하게 정형화된 아카데미즘 미술의 표현양식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생각한다.
 
쉴레는 인체의 병리학만을 작품에 담았을 뿐만 아니라 종교 관련 인물을 지인과 자신의 얼굴로 표현했다. 이러한 표현은 종교인들만이 희생정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가 자신의 삶에 있어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즉 그들만의 권위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5D6DD3A6-A602-4A89-8F4F-4F37A714C28C.jpeg
<‘빈 공방’을 위한 엽서 디자인, 후광이 있는 두 남성 포스터> (1909)<은둔자들 (에곤 쉴레와 구스타프 클림트)> (1912)

 

대표적으로 <‘빈 공방’을 위한 엽서 디자인, 후광이 있는 두 남성 포스터>와 <은둔자들 (에곤 쉴레와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 속 인물은 쉴레와 그의 스승 클림트이다.

 

초기작의 두 사람은 상당히 경건한 분위기 속에 있으며 그들의 몸동작과 표정을 통해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임을 드러낸다. 다만 1912년 작품은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 두 사람의 위태로운 관계가 우울하게 느껴진다.

 

위 두 작품을 통해 신 중심의 가치만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인간 삶에 있어 인간적인 가치들을 중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c65576dd3abb.jpg
에곤 쉴레와 그의 스승 클림트

 

쉴레는 데생의 경우 목탄이나 콩테를 사용했는데, 완성작에 주로 사용한 재료는 유화물감이다. 처음 그림을 그리며 테라핀과 린시드를 섞은 오일로 그렸기에 오일 느낌이 많이 나지만 점점 오일의 양이 적어지면서 질감이 두툼해졌다.

 
에곤 쉴레가 살아갔던 시대는 근대적인 것과 원시적인 것이 나란히 공존하던 19세기 말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저항’, ‘투쟁’, ‘의문’이라는 키워드가 당연한 것들이었다.
 
쉴레는 낭만주의 규칙에 의해 미화된 세상을 깨부수어 가감 없이 현실을 이야기한 작가였다. 사실 그의 인물화는 누드화가 대표적이다. 이는 성적으로 문란해진 시대상의 반영이자 성에 대한 이중 잣대를 조롱하기 위함이었다. 즉 쉴레는 작품을 통해 당대 사회가 낳은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였다. 소아 나체화나 동성애와 같이 당대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주제들을 그려내어 성적으로 문란해졌으나 그것에 솔직하지 못한 사회의 위선을 고발하였다.
 
그가 살았던 독특한 현실의 조건을 고려할 때, 실레의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들의 형상을 통해 그가 다분히 사회비판적이고 사회참여적인 예술가였음이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가를 제한하는 것은 범죄다.

그것은 태어나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에곤 쉴레 Egon Schiele-

 

 
 

참고문헌 : 김윤재, 2017, 「에곤 쉴레(Egon Schiele)의 작품에 나타난 저항의식 연구」

 

 

[황희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난자유롭고싶어
    • 에곤쉴레의 재평가 잘봤습니다
    • 1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