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서로의 소울을 빌려 윈윈하는 소울메이트

글 입력 2021.04.25 17:3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영화 '소울'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들 '우리는 달라서 잘 맞는다'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경우 쉽게 소울메이트가 되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는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서로 다른 두 사람, 아니 두 영혼이 있다. 이루고 싶은 열렬한 꿈이 있는 조, 아무런 꿈도 없는 22.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조,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22. 이런 수식어구들로 대척점에 있는 둘을 설명할 수 있다. 이루고 싶은 열렬한 꿈이 있는 조는 행복할까? 그 꿈을 이룬 끝은 무엇일까? 22는 왜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걸까? 그런 22는 불행할까? 영화는 이 많은 질문들에 대해 우리에게 차차 답을 준다.


소울 비하인드 영상에서 감독은 조는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강해 인생에서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지만,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22와 더 비슷하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도 22가 삶의 목적을 찾기 어려웠던 자신의 경험을 말하자, 미용실에 있던 사람들이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이것은 좀 더 열정적인 소수일 수도 좀 더 무기력한 다수일 수도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당신은 조에 더 이입할 수도, 22에 더 이입할 수도, 둘 다에 이입할 수도, 혹은 둘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관없다. 결국 이야기의 결말은 하나니까.

 

 

 

이루고 싶은 열렬한 꿈이 있는 가 깨닫는 사소한 일상


 

[크기변환]2.jpg

 

 

 전 죽을 수 없어요. 오늘 밤 공연이라고!

천만에, 일생일대의 기회가 온 날 죽진 않을 거야!

새 인생을 시작하는 날 죽을 순 없어.

 

 

조는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재즈 바에 간 뒤 줄곧 자신 인생의 '목적'은 음악이라고 굳건하게 믿어온 사람이다. 음악을 하기 위해 밴드 활동도 하다 결국 생계를 위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그러던 중 조는 어느 날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는다. 자신의 평생 꿈이었던 도로시아 윌리엄스와의 공연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날, 하필이면 맨홀에 빠져 의식을 잃게 된 조는 죽은 후 세계인 '머나먼 저 세상'과 태어나기 전 세계인 '유 세미나'에 떨어져, 지구에 가기 싫어하는 영혼 22를 만나게 된다. 조의 목표는 오직 하나. 22가 지구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인 22의 '불꽃'을 찾아 '지구 통행증'을 만든 다음, 그 지구통행증으로 본인은 지구의 몸으로 돌아가고 22는 평생 지구에 가지 않아도 되는 '윈윈'작전을 세운다.


그렇게 조가 지구로 돌아가려는 일련의 사건 끝에 조와 22의 영혼이 바뀌어버리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22의 영혼은 조의 몸으로, 조의 영혼은 고양이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조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몸을 되돌려 공연에 가려고 한다. 삶과 꿈에 대한 조의 대단한 열정과 집념이 만들어 낸 우연들이 모여 결국 조와 22 모두를 살리게 된다.

  

 

[크기변환]3.jpg

 

 

조는 영혼이 바뀌어있는 동안 자신의 몸에 들어가 있는 22에게 세상을 안내하며 함께 다닌다. 그러면서 조 스스로도 깨닫는 바가 많다.


조와 22는 조의 머리를 다듬으려다 고양이 상태인 조가 자신의 머리를 망쳐버리고, 지역 미용사 데즈를 찾아간다. 조는 데즈가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라면서 매일 재즈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고 한다. 조는 데즈의 불꽃이 이발이라고 믿지만, 자신의 몸에 들어간 22를 통해 사실 데즈가 원래 미용사가 되려고 한 것이 아니었으며 재즈 얘기 말고 다른 얘깃거리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미용실에서 나온 22가 삶의 즐거움을 느끼며 돌아다니던 중 조의 바지가 찢어져, 어머니의 수선집에 찾아가게 된다. 어머니가 계속 공연을 반대하자 이번에도 우연히 22가 조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조는 방금 전 바버샵 일로 결심이라도 한 듯 어머니와 솔직한 대면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뀐다.

 

 

-영화가 끝날 때쯤 조는 좀 더 보편적이고 중요한 뭔가를 추구하게 되죠.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게 의미 있는 인생인지 말해주기 때문이에요. 자기 재능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을 사랑할 때 뜻깊은 인생이 되죠. 택일할 필요가 없어요. 두 가지를 통합할 때 삶의 의미를 진정 깨닫게 되죠. 정말 놀랍고 강력한 메시지예요.

 

-중요한 건 이겁니다. 영화가 말하려는 건 이거죠. 천직이든, 열정이든, 소명이든 다 좋지만 그걸 인생이라는 엄청난 모험과 결부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현재를 살아갈 방법을 발견해야 하죠. 자신을 정의하는 게 음악만은 아니니까요.


-소울 비하인드 영상 중


 

재즈에만 몰두했던 조가 친구와 더 친밀해지게 된다. 어머니는 무조건 내 음악에 대한 의지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오해도 풀고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에서 전하려는 바는, 인생에서 한 가지 목적만 쫓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가 22와 영혼이 바뀐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그가 그의 몸에 돌아가서도 인생에 진정한 목적이란게 있는 것인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가 온다. 재즈와 음악에만 온통 몰두했던 조가 한차례 목표를 이루고 난 뒤에 느낀 허무함은, 이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한 가지의 뚜렷한 목적이 아닌 일상의 소중함임을 깨닫게 해준다.

 

 

 

아무런 꿈도 없는 22가 깨닫는 사소한 즐거움


 

[크기변환]4.jpg

 

 

22 지구에 대해 다 아는데 갈 가치 없다고.

 빈칸 채우고 싶지 않아?

22 난 여기가 좋아. 나도 일상이 있다고. 안갯속을 떠다니고 스도쿠 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런 유 세미나에 억지로 얼굴 비추고. 대단하진 않지만 안정된 생활이지.

 

 

이제 22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아보자. 태어나기 전 세계인 '유 세미나'에서 22는 굉장한 골칫거리였다. 무려 1082억 1012만 1415번째 영혼이 태어날 때까지도 22번 영혼인 22가 유 세미나를 졸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온갖 저명한 위인들이 그의 '불꽃'을 찾아 지구로 보내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22가 지구에 내려갈 생각조차 안 하고 유 세미나의 일상이 편하다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지금까지 저명한 인사들이 '22를 너무 완벽하게 잘 가르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면서 22에게 지구란 완벽히 그의 '불꽃'인 '목적성'을 찾기 전까지는 내려가서는 안 되는 장소가 되었다.

 

 

22 조, 여기 무지 오래 있었지만 뭘 봐도 살고 싶단 생각 안 들었거든.

근데 당신은 우울한 인생인데도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잖아. 이유를 알고 싶어.

 

 

그래서 오히려 완벽한 멘토가 아닌, 엉망진창인 조의 인생을 봤을 때 22는 세상이 궁금해진 것이다. 조는 왜 완벽하지도 않은 인생을 그렇게도 살고 싶어 하는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살고 싶다는 의지는 별게 아니다. 어떤 것에 대해 궁금한 게 생긴다는 것. 나의 내일이 궁금해진다는 것.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크기변환]6.jpg

 

 

22 어쩌겠어? 지구는 지루해.

 

 

지구에 대해 22의 흥미를 끌만한 것이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지금까지 22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혼자서 생각만 하는 '간접 경험' 뿐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직접 경험'해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유 세미나는 '직업'을 체험해 볼 수는 있지만 냄새도, 맛도, 촉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22를 '살고 싶게' 하는 것은 유 세미나에 존재하지 않는다.


22가 조의 몸에 들어간 이후 생생하게 느껴지는 햇살, 사람들의 소리, 시끄러운 도시 소리, 배고픔, 피자의 냄새, 피자의 맛. 이것들은 모두 감각이 없었던 22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들이었다. 지구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22에게 갑자기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22는 이제 지구가 궁금해진다.


이로 인해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직업'과 '소명'같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매일매일 느끼는 바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행복감, 좋은 노래를 들을 때의 행복감 등 사소한 일이라고 전하고 있는 것이다.

 

*

 

앞서 서론에서 우리는 조의 입장에 공감할 수도 있고 22의 입장에 공감할 수도 있다고 했다. 왜냐면 우리 안에는 조도 존재하고 22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조와 22 사이의 '적당함'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조처럼 열정적인 마음만 갖고 있으면 안 된다.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고 22처럼 무기력한 마음만 가져서도 안된다. 사소한 즐거움의 소중함도 깨달아야 한다. '한 가지 목적만 추구하다 보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선물을 간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하루하루를 잘 살아간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일상의 사소한 즐거움을 아는 조와 22의 '소울'이 우리에게 모두 있을 때, 나의 자아와 또 다른 자아는 서로 소울메이트가 되어 우리는 행복과 평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이채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