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글 입력 2021.04.25 11:3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표지-웹용.jpg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니, 더욱이 비행기가 타고 싶은 요즘이다.

 

만일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나는 스웨덴행 티켓을 끊을 것이다. 스웨덴, 내 마음의 고향을 향해서!

 

나는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거주했던 경험이 있다. 난생처음, 혈혈단신으로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났더랬다. 내가 살던 동네 벡셰(Växjö)는 몹시 추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맹렬한 추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들이 있으니, 바로 넓디넓은 호수와 그곳에서 몹시 평화로웠던 나의 모습이다.

 

요즘처럼 세상이 뒤숭숭하고 마음이 바쁠 때면, 그저 오늘은 뭐 먹지?의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스웨덴에서의 삶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그 순간이 행복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특히나 책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를 읽으며 스웨덴에서의 생활을 참 많이 떠올렸다. 아마, 책의 시작이 스웨덴어여서 그랬던 것 같다.

 

 

예코타: 느긋한 시간 한 조각을 끼워 넣다

1. 새벽에 자연으로 나가 첫 새소리를 듣는 것 (pp.17)

 

 

예코타, 어감이 참 예쁜 단어이다. 새벽에 자연으로 나가 첫 새소리를 듣는 행위를 정의하는 한 단어가 있다니! 예코타를 반복해 읽으며 나는 벡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벡셰의 호수 주위를 달리는 나의 모습과 함께.

 

나는 스웨덴에서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교통비가 비쌌던 까닭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탈 수 없는 자전거가 일상화되어 있는 이곳에서 그간의 한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가까운 거리든 먼 거리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지독한 자전거 사랑을 실천했다. 시간에 쫓기지도, 특별히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이 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참 평화로웠다. 물론 타지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런 불안감에 사로잡히기에 벡셰는 참으로 평화로운 곳이었다. 가끔 도시의 불빛이 그립긴 했지만, 그렇다고 지겹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내가 이런 잔잔함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자연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그 행복이 예코타가 아니었을까?

 
 

2021-04-07 22;28;24.jpg


 

책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에는 수많은 행복의 단어들이 담겨 있었다.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은 세계 공통이라는 듯, 구체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정의하는 단어들. 하지만 참 아쉽게도 한국의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조차도 떠올릴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행복'말고는..., 구체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이내 슬프기도 했다.

 

나는 타투가 있다. 가끔씩 타투의 도안을 고안해보곤 하는데, 특히 레터링을 고민할 때면 평생 간직할만한 좋은 의미를 담은 단어들을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말임에도 한국어에서는 단어를 찾지 않게 된다.

 

단순히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단어라는 것 이상의 한국어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나 자신에게 질문해보았다. 답은 명료했다. 딱히 적고 싶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한국어에도 예코타와 같은 단어가 있었다면, 선택지에 올려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생각한다. 그렇기에 책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유독, 추상적인 단어에 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무거운 마음이 남았다. 언어가 가진 힘의 크기는 생각보다 어마 무시하기에, 나는 우리가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여유 있는 삶을 칭하는 단어들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단지 단어 하나에도 마음이 일렁거릴 수 있기에,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어여쁜 단어들이 하나둘씩 국어사전에 등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소망하는 바이다.

 

 

[김규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2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