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어렵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뇌과학과의 만남 - 세계를 창조하는 뇌 뇌를 창조하는 세계

글 입력 2021.04.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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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뇌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이집트인처럼 뇌를 통통한 우동사리로 취급해서 따로 통에 담지는 않는다. 이 순간에도 영상과 텍스트, 심지어 식품으로까지 `뇌를 키우는` 무시기가 열심히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확신하는데, 아인슈타인은 동양의 한 나라에서 우유갑에 봉인될지 몰랐을 거다. 솔직히 학계가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천재 히어로로 군림하게 되는 것도 몰랐을 거다). 이토록 현대인들은 뇌의 기능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이해하고 있지만, 정작 그것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한 불균형은 대체 왜 일어날까? 왜 우리는 뇌의 기능에 관해 지대한 관심이 있고 신뢰도 하고 있으면서 여전히 뇌를 블랙박스로 남겨두려고 할까? 대중 중 한 사람으로서 두 가지를 원인으로 꼽아 보았다. 특별히 근거도 찾아보지 않은 원인 나열이기 때문에 뇌과학에 대해 일반인이 가진 인식 정도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첫째, 뇌과학은 대중과 거리가 먼 학문이다. 뇌의 구조는 복잡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화학작용은 더 복잡하다. 뇌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각 부위에서 일어나는 신경생물학적 반응에 대한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지심리학과 같은 실증적 실험 연구들을 이해하고 연결하여야 한다. 충분한 지식 도식을 형성한 의사끼리 하는 대화를 의학 교과서 한 번 읽어본 적 없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뇌과학은 직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학문이다.

 

인공지능도 복잡한 신생 학문이었지만, 기술의 특성상 극적인 변화를 직접 목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뇌과학은 유전적 소질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 내부요인에 관한 연구다. 이처럼 뇌과학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결정론적인 시각이다. 최근에는 후생 유전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뇌과학의 관점은 일반적으로 포스트 모던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좀 `뒤떨어진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뇌과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 뇌과학적 지식은 말하기 불편한 부분이 있다. 앞서 기술했듯이 뇌과학은 결정론적인 시각이다. 책을 리뷰하면서 후술하겠지만, 뇌과학에서는 특정 성별에서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기능이 있다고 본다. 동성애 역시 선천적인 경향성에 의한 것으로 본다. 앞서 기술했듯 현대사회에서 너무나 구린 부분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뇌과학의 관점은 차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콘텐츠의 서사, 단어 사용이 젠더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는 오늘날, 이러한 관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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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 당신이 충분히 공감했다면, 다크스왑의 <세계를 창조하는 뇌 뇌를 창조하는 세계>는 뇌과학에 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앞서 나는 크게 뇌과학이 높은 난이도와 결정론적인 시각으로 인해 대중적인 지식이 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두 이유를 완벽하게 보완한다.

 

이에 본 리뷰에서는 책의 세부 내용을 하나하나 다루기보다는, 이 책이 가지는 두 가지 의의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본 리뷰가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을 독자가 직접 보면서 고민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는 범위는 넓고, 어떤 점에 주로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통찰의 대상이 다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가지 장점을 이 책을 묶어 리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첫 번째 장점은 쉬운 난이도다. 이 책은 아주 쉽게 쓰여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교육심리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교육 과정에서 뇌과학에 관한 글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나마 대학 교재의 일부나, 논문 몇 개 읽은 것이 전부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연결될만한 책들을 읽은 적 있긴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뇌과학을 충실하게 읽었던 것은 박문호 박사의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이었다. 생물학적 뇌에 기반을 둔 이 책은, 저자의 그래픽 제작 실력과 일목요연한 정리 실력에 감탄하게 하는 멋진 책이다. 뇌과학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을 때, 이 책은 머나먼 항해를 위한 지도에 기꺼이 첫선을 그려준다. 하지만 솔직히, 이 책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유희적인 책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한 책을 꼽긴 했지만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충실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 중 무엇 하나도 쉽게 쓰인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다크스왑의 이 책은 다르다. 책의 저자는 SCI급 저널에 600개 이상의 논문을 출판한(학술적 글쓰기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낀 사람이라면 이 묘사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괴물이다. 대중에게도 흔히 알려진 자궁 안 호르몬과 생화학적 호르몬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의 주인공이 이 사람이다. 저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학술적 글쓰기 하듯 모든 연구의 출처를 하나하나 달기보다는 흐름에 따라 참고문헌을 다는 식으로 기술했다.

 

이처럼 대중적인 글쓰기로 내용을 제시하기 때문에 책이 정말 전체적으로 읽기 쉽다. 복잡한 뇌의 도식이나 MRI 사진은 등장하지 않는다. 각 연구의 결과를 명쾌하게 소개함으로써 대중들이 뇌과학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글을 썼다는 점은 책의 중간중간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섞은 점에서 두드러진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이런 글쓰기 능력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이런 글쓰기가 가능했던 것은 그가 오랜 시간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였을 뿐만 아니라,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글을 썼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그 누구에도 추천할 수 있는 뇌과학 대중서적이다. 다만 페이지의 수는 참고문헌이나 용어설명을 제외하고도 665페이지로 가벼운 책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빠르고 쉽게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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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 책은 뇌과학에 관한 편견을 극복하는 데 장점이 있다. 책은 `문화적 환경 안에서의 뇌 발달`, `미술과 뇌`, `음악과 뇌`, `뇌와 작업과 자율` `환경과 뇌 손상`, `뇌와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 `새로운 발전과 사회적 귀결`로 총 7부로 나누어져 있다. 책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책은 뇌가 현실에서 보여주는 `창조성`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의 뇌 발달, 문화, 직업과 자아, 나아가 폭력성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뇌과학이 다루는 자유의지 문제와 발달 부분이었다. 뇌과학의 발달로 우리는 이제 뇌의 작동방식, 자유의지, 무의식적 결정, 도덕적 행동과 같은 부분에서 새로운 사고가 가능해졌다.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진 조너선 하이트의 도덕적 직관 문제와 최근 내가 PRESS로 다룬 진화심리학적 발달 문제가 여기에 끼어들 수 있다. 골자는 우리 감정과 행동방식은 진화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우리의 사고와 감정보다 선행되는 뇌의 신호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분야의 다른 연구들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며, 저자가 밝힌 것처럼 인간성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이 그러한 연구들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뇌과학은 과학적인 증거를 제공함으로써 학문의 영역을 넓힌다.

 

무엇보다 저자는 서문에서 뇌과학이 환경의 상호작용을 등한시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글을 전개한다. 그의 말대로,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학습을 통해 독특한 그 만의 도식 연결을 하게 된다. 다만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그런데도 우리의 뇌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DNA의 변이로부터 시작되며,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벌어지게 된다.

 

뇌과학의 이런 관점은 차별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인류는 우생학이라는 부끄러운 학문을 한때 신봉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고, 연구를 멈추게 된다면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야 할 길을 영영 잃어야 할까? 나는 이러한 질문의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보며, 이러한 경향성에 대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차별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사회학적 문제지, 결코 과학적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 증거는 차이를 확인할 뿐, 차별을 의미하지 않는다.

 

과학적 사고는 경향성을 확신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므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뇌과학은 결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연구들은 언제든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다 보면 너무나 쉽게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남자는", 혹은 "여자는"으로 시작하는 글들을 본다. 그런 글들은 개인이 상실된 집단으로서 기술된다. 그래서 어느 성별에 속하건 불쾌하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정의와 젠더갈등은 너무 복잡한 문제다. 우리 사회가 살아가는 곳은 여러 정치 사회적 문제가 섞이는 곳이다. 이러한 뇌과학 연구의 특성이 대중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실 뇌과학은 차이와 구분을 지지하지 않는다. 뇌과학의 목표는 각 개인의 뇌가 가지는 독특한 차별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당장 뇌과학을 좀 더 공부하다 보면, 최소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러한 집단별 분류는 정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뇌과학의 목표는 인간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히려 뇌과학은 개인의 소질과 가능성을 지지할 수 있는 자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종합하면, 본 리뷰는 책의 장점을 낮은 난이도와 뇌과학의 편견 극복으로 구분하였다. 각각 책의 좋은 구성과 내용으로 대응된다. 이처럼 다크스왑의 <세계를 창조하는 뇌 뇌를 창조하는 세계>는 뇌과학에 관해서는 최고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다른 분야의 연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난제를 다른 분야의 학문과의 융합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대중적 입문서를 시작으로, 뇌과학이 더 친숙하고 자주 융합되는 학문으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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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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