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음악]

그 때 그 시절로 데려다주는 음악의 힘. 지금 90년대생은 추억에 허덕이는 중입니다.
글 입력 2021.04.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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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노래가 좋지."

 

요즘 푹 빠진 최근 노래를 늘어놓아도, 엄마의 답은 늘 한결같았다. 어렸을 때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엄마는 늘 듣던 음악만 들었고, 난 언뜻 들어본 적은 있지만 '옛 감성'이 느껴지던 엄마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세대 차이를 느꼈다. 그러다 아주 최근에 '옛날 노래가 좋지'라는 엄마의 말에 동감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SG 워너비가 쏘아 올린 2000년대 감성



주말 오후 가족과 저녁을 먹다 TV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했다. 뒤이어 반가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마음이 저릿해졌다.

 

 

내 사람.jpg
MBC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본

 


지난주 17일 MBC <놀면 뭐하니> 방송에서 SG 워너비가 완전체로 깜짝 등장하여 데뷔곡 'Timeless'부터 '살다가', '아리랑', '내 사람', '라라라'까지 2000년대 가장 사랑을 받은 히트곡을 메들리로 선보였다. 자리에서 함께 듣는 가족 모두 그 순간만큼은 같은 추억, 감성, 기억을 공유했다.

 

진짜 추억이다. 역시 옛날 노래가 좋네.

나도 모르게 동감했다.

 

방송 이후 SG 워너비 노래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무대 풀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1929만 뷰(22일 오후 8시 기준)를 돌파했으며, 해당 영상 댓글에서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방구석 콘서트'를 염원할 정도로 그들을, 그들의 목소리를, 그들의 노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방송에 나온 곡들은 음원 차트에 나란히 재진입하였다.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이 SG 워너비에 진심으로 감동하고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주변의 동년배들의 반응을 보면서 느꼈다. SG 워너비는 노래를 통해 2000년대의 감성을 그대로 쏘아 올렸고, 우리는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그때의 감성과 기억을 추억하고 있다.

 

나 또한 추억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본 방송을 보고 나서도 오랜만에 받은 '저릿함'이 잊히지 않아 방송 직후 올라온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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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본

 

 

영상을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분명 세 사람 모두 다른 목소리와 감성을 지녔는데, 하모니는 지나침과 부족함 없이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정말 숨도 쉬지 않고 노래가 끝나는 순간까지 감정에 몰입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노래만큼 좋았던 것은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열성을 다해 힘껏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노래를 부르는 내내 서로의 눈 맞춤에서 '우리 이렇게 같이 노래하니까 너무 좋아'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덩달아 애절하고, 저릿하고, 행복해졌다. 동시에 그때 그 시절 그들의 노래가 흐르던 그날의 기억이 아주 반짝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가슴이 웅장해졌다.

 

 


음악이 주는 힘 - SG 워너비 노래를 들으며


 

이쯤에서 조심스럽게 TMI를 밝히자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SG 워너비 노래 메들리를 듣고 있다.

 

사실 나는 SG 워너비가 좋아서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SG 워너비의 '라라라'와 '내 사람' 모두 엄마가 좋아해서 즐겨 듣던 노래였다. 엄마로 살아가는 당신의 인생에서 늘 그리워했던 노래였고 가수였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익숙한 노래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2021년 4월 17일, 제일 먼저 익숙한 귀가 반응했다. 듣자마자 과거 여행 한 번 다녀왔다. 2008년 당시 드라이브를 하며 창문을 열고 해맑게 '라라라'를 듣던 날,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아이리버 MP3를 귀에 꽂고 노래를 무한 반복 재생하던 그때, 지금의 카톡이 아닌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던 때, 인스타가 아닌 싸이월드 방명록과 일촌평을 남기는 재미로 살아가던 때. 그때 그 시절의 감성과 향수를 느끼게 했다.

 


울컥.jpg
MBC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본

  

 

울컥. 격한 감정이 갑자기 일어나는 모양을 말한다. 슬픈 것이 아니라 그때가 그립고 행복했으며, 머릿속에서는 생생한 기억이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괜히 '울컥'하게 되는 것이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시간이 지남으로써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지나서야 과거의 흔적이 더 값지고 남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로, 음악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 사람을 웃고 울게 하며, 잊힐 법한 과거의 추억과 감성을 함께 불러온다.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머무르는 노래의 존재가 왠지 모르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리듬을 타고 살기 때문에 타성에 젖기 쉽다. 

음악을 들으면 무뎌진 감각이 살아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자기 흐름을 살펴볼 수도 있고, 나아가 새로운 리듬을 만날 수 있다. 

음악은 형태도 색깔도 냄새도 없지만 그렇게 감각을 연다.

 

오종우, 책 <예술적 상상력-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 p.187

 

 

모든 음악에는 공통적으로 '리듬', '멜로디'가 존재한다. 그것들로 음악은 특유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거나 아프게 하고, 눈을 뜨게 한다. 마음의 반동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이 주는 힘이다. 무뎌진 감각도 다시 살게 만드는 것. 여기에는 음악 자체의 감성이 주는 힘도 존재하지만, 노래와 함께하는 추억의 힘도 크다.

  

모든 노래에는 추억이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겹쳐진 추억의 힘은 꽤나 세게 작용한다. 익숙한 전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찌릿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노래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추억 속 한 장면이 자동 재생되고, 그때 그 시절 몸담았던 시간, 분위기, 공기, 기분, 상황까지 함께 쓸어온다. 과거에 느꼈던 감정에 지금 느끼는 감정까지 더해진다. 노래가 흐르는 그 시간 동안 추억도 함께 흐르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런 면에서 음악은 겹겹이 점철된 추억과 감정을 담아내는 창구 같다. 음악은 흐르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꽤나 구체적인 잔상들을 가져온다. 그것이 나만이 기억하는 추억 속 한 장면일 수도, 그 시절 모두가 공유했던 감성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 너머의 감성을 보다 가시적으로, 그리고 감각적으로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음악의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 추억 음악 하나를 듣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소중한 추억 한 장면 정도 꺼내어 기억할 수 있으니, 이보다 값싸고 좋은 타임 머신이 어디 있을까.

 

 

행복.jpg
MBC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본

 

 

서로가 하나씩 이별의 선물을 나눠간 거잖아

난 마음을 준 대신 넌 내게 추억을 준거야

다시 또 나를 살아가게 할 거야

날 아프게 했지만 울게 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고마워

눈 감는 그날 내가 가져갈 추억 만들어 줘서

 

SG 워너비- Timeless 가사 中

 

 

 본 방송 마지막에서 'Timeless'를 끝으로

유야호는 "고맙다!" 외친다.

 

나도 그 자리에서 외치고 싶다.

고맙습니다!

 

그때 그 시절 노래해 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노래해 줘서

함께 가져갈 추억을 만들어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래 기억할게요.

오래 노래해 주세요.



 

 

아트인사이트 신송희 에디터.jpg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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