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재와 사유 - 나의 우주가 들린다

글 입력 2021.04.15 00:3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존재와 사유 입체표지.jpg


 

"사유가 나이며 존재의 힘이다. 사유하는 일상을 찬찬히보면 새벽 별 같은 반짝임이 있고 삶을 긍정하는 손길이 머문다. 화려하지 않아도 삶의 힘을 길어내야 할 마르지 않는 우물은 일상의 사유가 아닐까?"

 


하루 24시간이 너무 모자라다. 정신없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또 일하다 보면 어느덧 해는 저물고 하늘이 짙어진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면 어느덧 시계바늘은 7과 8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가리키고 있다. 밥을 할 힘도 없어 대층 시켜 먹고 씻고 나오면 창밖은 새까맣고 내일 출근을 위해 또 잠에 들어야 한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여유도 없고 생각을 할 틈도 없다.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이 정말 내 스스로 생각하는 건지 타인의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고 헷갈린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핸드폰 속 뉴스, 정보들을 보고 화내고 웃고, 유튜브에 들어가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몇 시간 동안 생각할 틈 없이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게 됐다. 어떤 게 맞는지 생각할 틈 없이 이게 맞는다고 하면 그게 맞는 것 같고, 저게 맞는다고 하면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요즘은 주식 안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주식의 주자도 모르면서 주식 계좌도 만들었다. 빨간 불 파란 불을 반복적으로 넘나들면서 또 핸드폰만 하루 종일 쥐고 초조해하다가 기뻐하다가 막 그랬다.

 

쉬면서 나의 생활을 곱씹어 보고 성찰하는 시간 대신에 핸드폰 속 정보들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세상을 대하게 된다. 기계의 부속품처럼 내 생각은 없고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질질 끌려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정리가 안 된 방처럼 마음이 복잡했다.

 

가만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오롯이 나의 마음에 집중할 시간.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길을 헤매고 있기에 정신을 차리고 나를 똑바로 마주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명상을 알게 되었고, 잘은 못하지만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고 오로지 내 호흡에 집중하는 순간이 좋다. 숨을 마시고 다시 내 뱉으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을 켜 주식 차트를 확인하고 뉴스를 보지 않고, 가만히 편안하게 앉아 명상을 시작한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투명해진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조금 일찍 일어나 답답한 지하철 대신 단단한 운동화를 신고 땅을 밟아 본다. 핸드폰은 잠시 가방에 넣고 출근길에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고 곳곳에 핀 꽃들을 하나둘씩 눈에 새긴다. 항상 핸드폰만 보고 걸어서 하늘을 볼 일이 많이 없었는데 요즘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도시의 풍경과 골목골목 가득한 공간들을 눈과 마음에 담는다. 그렇게 출근을 하면 오히려 좋은 에너지가 날 감싸고 피곤함도 싹 가시는 기분이다.

 

하루 끝에는 일기를 쓰며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의 마음을 돌아보고 정리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오직 나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사유하는 생각을 나를 더 온전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사유의 중요성을 느낄 때쯤 <존재와 사유>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책의 저자는 굉장히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그중에 깊은 사유를 통해 삶을 만끽하는 듯하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저자의 생각과 일기를 훔쳐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색의 조각들이 가득했다. 배려, 시선, 연결, 인식, 시간 총 5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는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따스한 빛이 스미는 느낌이 든다. 일상 속에서 작가의 소중한 생각들을 함께 읽고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요즘 일기를 조금 미뤘는데, 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일기를 열심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찰나의 소중함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사유하는 시간을 더 가져야겠다. 책을 통해 사유의 힘을 또 한 번 느꼈고, 사유를 실천하면서 내 마음속의 깊은 우주를 느끼며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더 좋은 에너지로 나를 채우고 그 힘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정윤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