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들은 몰라요 - 어른들은 정말 몰라요? [영화]

어른들이 회피하는 10대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21.04.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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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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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10대들의 생태계를 그린 화제작, 영화 ‘박화영’의 스핀오프 격인 이환 감독의 차기작이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에는 전작 박화영에서도 보였던 감독 특유의 세계관과 다채로운 연출이 눈에 띈다.

 

영화는 현실을 과하다 느껴질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무작정 자극적인 것만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 이면에 여린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 약자들의 생존기를 담았다. 박화영보다 전형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덜 불쾌하지는 않다.

 

영화의 주인공은 18세 세진(배우 이유미)이다. 세진은 전작 박화영에도 등장한 인물로, 전작에서 매듭이 덜 지어진 인물에게 확장된 서사를 부여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에 따라 이번 작품에 재소환됐다.


18세 고등학생 세진은 덜컥 임신을 했다. 그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그들의 태도에 지쳐 곧바로 집과 학교를 떠난다. 그리고 가출 경력 4년차인 주영(배우 안희연, 하니)을 만났다. 친구가 된 둘과 스무 살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은 재필과 신지, 총 네 명의 미성년이 모여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우선 돈을 모아야 한다. 가진 것 하나 없이 길거리로 나간 아이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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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배우는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가 너무도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그래서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아이들의 모습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순간적 판단으로 미래를 결정해대는 영화 속 아이들은 미성숙했고,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이들은 잔인했다.

 

어른이지만 어른이 아니기도 한 나는 그들을 딱 반만 이해했다. 그래서 영화 제목처럼 어른들은 모른다.

 

 


모르는 척 하는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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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로 어른들은 모르는가.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해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세진이 임신하고 나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던 날, 그리고 교장실에 불려간 날이었다. 교장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세진에게 임신했으면 잘 먹어야해 같은 말을 하며, 세진의 눈앞에서 담배연기를 뿜어댔다.

 

알맹이 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세진은 그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도와줄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비교적 빨리 깨달았고, 그래서 어른들의 안전하지 않은 울타리를 떠나기로 했다.


집을 나간 세진은 주영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을 도우려고 온 재필과 신지를 만났다. 그들은 세진에게 꽤 도움이 됐다. 적어도 어른들보다는 그랬다. 세진이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미성년이며 집도 없는 그들이 큰돈을 벌어낼 방법은 없다고 봐야했다. 임상실험에서 약을 훔쳐 먹고, 계단에서 굴러가며 제발 유산되기를 바라던, 돈을 벌기 위해 키스방 같은 것들을 전전하던 어느 날, 재필이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아는 형이 하는 술집에서 손님을 받는 일이라고 했다. 술집에 어린 세진과 주영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은 전부 나이 많은 어른들이었다. 세진이 애를 떼려고 일을 하는 중이라고 말하자 그들은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세진과 주영이 미성년임을 들켜 경찰서에 갔을 때 세진이 말한다. “우리도 살아야 하잖아요.” 그런 어른들이 있는 이상 아이들에게 선택지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틈만 나면 손목을 긋는 세진이었지만 어쨌든 세진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에 등장한 어른들은 모르지 않았다. 그들은 모르는 척 할 뿐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의 일에 개입하지 않거나, 제대로 개입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어른들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존재감에,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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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한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을 혐오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약간의 기대감을 가졌다가, 곧바로 다시 사라짐을 반복한다.


영화는 어른도, 그렇다고 아이도 아닌 이들의 존재에 주목한다. 세진의 남자 친구인 상섭이 그렇고, 재필과 신지가 그랬다. 그들은 영화의 ‘어른’들과는 달리 그러나 보통의 어른의 역할인 책임과 보호를 논한다. 세진의 남자친구는 아기를 책임지겠다고 말했고, 세진의 수술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아기는 세진의 뱃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진만의 책임이 될 뿐이었다. 그의 작은 책임은 교장에게 몇 대 맞음으로써 쉽게 사라졌고, 앞으로 세진이 책임져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책임한 어른들처럼 그랬다.


재필과 신지도 다르지 않다. 그들의 등장은 위기에 처한 세진과 주영을 돕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처음부터 세진을 강간하려는 남자의 덩치에 힘없이 떨어져나갔을 때, 우리는 곧바로 그들의 무능력과 암담한 미래를 예상한다. 재필과 신지의 도움은 세진과 주영을 성매매 업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끼워주는 것의 수준에서 그친다.


영화 말미에는, 재필이 어른인 형에게 폭력으로 굴복되었던 것처럼, 똑같이 약자인 세진과 주영을 잔인하게 굴복시킨다. 한 때 어른을 혐오하던 미성년들이 결국은 기성세대로 흡수되고, 끔찍한 어른으로 재생산되는 것. 재필과 신지는 그것을 거부없이 받아들인다.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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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간신히 살아난 세진은 시설을 찾아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세진의 눈빛은 공허하다. 아마 불임으로 추정되는 어떤 부부가 세진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들은 좋은 사람 같아 보인다. 부부의 집에서 지내던 세진에게 갑작스런 통증이 온다. 고통스러워하는 세진의 뒤에 보이는 그의 방에는 세진의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전부 뱃속의 아기를 위한 것뿐이다.


힙합 사운드가 크게 흐르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진은 롱보드를 타고 있다. 세진이 영화 내내 유일하게 놓지 않은 것이다. 마치 세진의 꿈과 같다. 세진은 보드 위에서만이 온전하게 자유롭다. 오랫동안 보드를 타는 세진의 모습은 그를 불행하게만 했던 뱃속의 아주 작은 것에서 비로소 벗어났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나서 세진은 동생 세정에게 전화를 건다.

 

아이들은 사실 영화 내내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른들은 정말로 모르지만, 모르는 척 하기도 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남아준 것은 어른이 아닌 세진과 주영, 그리고 어린 동생 세정뿐이다.


안희연 배우는 그냥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작품을 시작했다고 했다. 사실 우리는 영화가 많은 것을 바꿔낼 수 있음을 예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르지 않는 것'이 그들을 진짜로 돕는 시도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다시 음악이 크게 흐른다.

이제는 모르지 않는

그대들은 지금 어떤 기분이신가요.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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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ㅇㅇㅇ
    • 미성년자 돈주고 사먹는놈들 진짜 역겹다 ㄹㅇ ㅋㅋㅋㅋ 같은남자지만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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