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관심한 어른들에게 - 어른들은 몰라요

글 입력 2021.04.14 01: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영화 <박화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어른들은 모르는 미성년들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가감없이 다룬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를 감상하고 온 후기입니다.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8세진_포스터.jpg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화려한 색감과 과감한 표현을 통해 어쩌면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직설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환 감독의 전작인 <박화영>의 스핀오프 격인 이 영화는 <박화영>의 등장인물인 세진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저는 <박화영>을 보지 않았기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런 걱정이 필요 없는 영화였어요. <박화영>을 본 사람이라면 세진의 상황을 조금 더 일찍 눈치채고, 더 흥미롭게 볼 수 있겠지만 보지 않았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1.jpg

 

 

열여덟 고등학생인 세진은 겉으로 보면 태연하게 주위에 "나 애 뗄 거임!" 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흔히 말하는 비행청소년이자 가출청소년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누구보다도 위태롭게 버티고 서 있는 미성년자이죠. 학교에, 병원에, 주변에 계속해서 도움을 청하지만 끊임없이 거절당하면서도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다시 방법을 찾아나가는 그런 미성년자입니다.

 

 

10.jpg

 

 

세진이 가출하면서 만난 주영과 재필은 세진을 돕기 위해 여기저기 방법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무관심한 어른들 앞에서 그들의 시도는 결국 좌절되고 말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진과 주영, 재필은 끊임없이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어른의 도움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어른들의 무관심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옳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모습도 많이 비추지만, 이들의 절박한 모습에도 계속해서 무관심만 내비치는 어른들의 모습은 영화의 제목 그대로 우리에게 '어른들은 몰라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어요.

 

 

 

끝까지 곁을 지켜준 주영


 

6.jpg

 

 

주영은 세진이 이만 찢어지자고 말하기 전까지 세진의 곁을 지켜준 인물입니다. 홀로 있던 세진과 처음 만났기 때문일지, 아니면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더욱 곁을 지키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세진을 돕고 싶어한 인물이에요.

 

가출한 세진과 만난 후로 주영은 세진과 함께 다니며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서로를 의지하며 구원하려 하죠. 성인이지만 아이같던 재필이 세진을 돕다가 기성세대에 흡수되어 '어른'과 같은 행태를 보일 때도 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며 끝까지 세진의 곁을 지킵니다.

 

하지만 세진과 주영은 결국 무관심한 어른 앞의 무력한 미성년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를 이기지 못하고 둘은 갈라지게 되죠.

 

아무리 노력하며 서로를 도우려고, 구원하려고 해도 어른의 도움 없이는 그저 무너지고 마는 세진과 주영의 관계는 어른의 무관심 앞에서 무력하고 나약해지고 마는 아이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에 흡수되고 만 재필



11.jpg

 

 

재필은 세진과 만난 이후로 가장 적극적으로 세진의 임신중절수술을 위해 노력한 인물입니다. 힘도, 변변찮은 능력도 없지만 어째서인지 임신 후의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세진을 위해 여러 방법을 갈구하죠.

 

그런 재필이지만 결국은 기성세대에 흡수되어 이들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공감하지 못하던 '어른'의 행태를 따라가게 됩니다.

 

누구보다 세진을 적극적으로 도우려던 재필은 '너 하나 도우려다 이게 다 무슨 꼴이냐'며 세진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것이 재필의 진심이었는지, '형'이라는 사람에게 맞은 후로 격양된 감정에 하게 된 선택이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재필의 모습은 아이와 어른의 모습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재필이 결국은 기성세대의 '어른'과 같은 모습을 선택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어요.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는 이겨낼 수 없는 아이들


 

5.jpg

 

 

이환 감독은 <박화영>에서는 어떻게 해도 어른들이 개입할 수 없는 미성년의 모습을 그렸다면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어떻게 해도 어른들을 이길 수 없는 미성년의 모습을 담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 말대로 <어른들은 몰라요>에 나오는 세진과 주영, 재필은 결국 어른들을 이기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기성세대에 흡수되고 마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더라도 어른들이 무관심하다면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중 세진은 경찰서에서 "이런 아저씨들이 있으면 우린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데"라는 말을 합니다. 저는 그 대사를 듣고 뒤통수를 맞은 듯했어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 대사가 영화의 내용을 관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진 역을 맡았던 이유미 배우는 세진에게 롱보드는 꿈이자 자유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떠한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세진은 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웠기에 보드는 놓을 수 없는 꿈이었다고 해요.

 

세진이 바라던 것은 '임신했으니 이제 어떻게 하죠,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도와줄 어른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세진은 단순히 임신중절수술만을 필요로 했던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자유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지금껏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 적이 있었을까요? '나쁜 것'이라 취급하며 그저 묻어두고 있던 것은 아닐지, 이들의 절박함에 그저 무관심으로만 답했던 것은 아닐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tag_박주희.jpg

 

 

[박주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