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유를 통해 '나'로서 존재하다 - 도서 '존재와 사유'

사유 속의 나와 친해지는 방법
글 입력 2021.04.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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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든 것을 소재 삼아 쓰는 소설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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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유다. 일상에서 스치는 모든 것이 소재이다. (중략) 나만의 특별한 일상을 사유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존재와 사유 中>

 


이 구절은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으며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유독 이 문장이 나의 기억 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이유는 나 또한 필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 그러니까 그저 평범하고 늘 마주치는 것이더라도 그 모든 것은 사유의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 지하철 보다는 버스를 선호한다. 몇 분쯤 더 걸리더라도 여유가 있다면 버스를 타는 편이다. 버스를 탄 채 좋아하는 음악을 배경삼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눈에 담으면 그것 만으로 나만의 유희가 시작된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때로 매우 익숙하고, 또 때로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곳이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한 풍경이라도 날마다 다르게 보이는 것은 그 위에 어떤 사유를 첨가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의 사유속에서 나는 창밖 풍경의 주인공이 된다. 어느 주택가의 한적한 골목을 산책하는 중일 수도 있고, 때로는 이국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오면 사유 속의 나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바게뜨 빵 한 조각을 사 먹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듯 상상 속, 그러니까 나의 사유 속에서 만들어가는 소설 한 편은 비록 현실은 아닐지라도 일상에 다채로운 색깔을 더하고 그것들이 모여 결국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가치관, 감정, 사념, 경험들이 뒤섞인 나의 사유를 통해서 결국 나는 현실에서의 행동과 결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떄문에 일상의 모든 것은 사유의 재료이고, 내 안의 사유들로 만들어낸 한 편의 소설은 또다시 현실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일상의 스쳐가는 조그만 풍경 하나를 놓치는 것도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나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이 되었을 수도 있을 재료를 지나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유라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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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의 이해 정도와 사유의 한계 내에서 세상을 본다. (중략) 현실 자체에 고통스럽기 보다는 많은 경우 관점이나 해석에서 오는 고통이 더 크다.

 

<존재와 사유 中>

 

 

앞선 내용은 하지만 결국 우리가 ‘사유’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현실은 객관적이지만 그것이 사유를 거쳐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각자의 경험은 다른 색을 띄게 된다. 그렇기에 어떤 사유를 가졌는지에 따라 같은 상황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것이다.


나의 사유를 색으로 표현하자면 사실 그리 밝은 색은 아닐 것이다. 회색이나 잘 쳐줘야 갈색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사유는 무엇이든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을 굴리고 굴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인으로부터 ‘왜 그런 것까지 걱정해?’ 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는다. 같은 상황에 처해도 나는 남들보다 훨씬 짙은 색의 사유를 거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학창 시절, 한 친구와 문 가에서 부딪힌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나를 본체만체 하고는 사과 혹은 몇 마디의 말도 없이 가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 던져진 후 나의 사유는 검은 빛을 뿜어내며 그 상황이라는 재료를 짙게 물들여 결국은 ‘걔가 사실은 나를 되게 싫어 했나봐’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그 이후 스스로 결단을 내려버린 나는 그 친구를 피해다녔고, 실제로 그 친구와의 관계는 데면 데면 해졌다. 그런데 성인이 된 이후 오랜만에 우연한 계기로 만난 그 친구는 알고 보니 그때 부딪혔던 상황을 딱히 기억하지 못했고, 오히려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피해 다니기에 서운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친구는 화장실이 급했을 수도, 누군가로부터 급한 부름을 받고 정신 없이 나가느라 나와 부딪힌 줄도 몰랐을 수도 있다. 나의 이러한 걱정과 우려로 가득한 짙은 색의 사유는 이렇듯 상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상대는 그럴 생각이 없었음에도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었고 결국 혼자 결론 내리고 불편함을 주는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만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경계심과 걱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듯 사유라는 필터를 통해서만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에 내가 가진 사유의 색을 조금씩 조정해가고 개선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내가 받아들이는 세상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고 조금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유 속의 ‘나’를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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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갈림길에는 주인의식이 있다. (중략) 사유도 내가 주인이 되면 재미있고 더욱 의미가 있게 성장한다.

 

<존재와 사유 中>

 

 

이 구절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스스로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른 행동, 결정이라 믿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사유는 우리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했다고 착각하기가 쉽다. 외부의 개입이 있더라도 결국은 내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더더욱 곱씹고 곱씹어 보아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사유는 결국 그로인한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가 책임질 수 없게끔 만들고 그러다 보면 하염없이 상황 탓 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다시금 나의 사유를 병들게 만들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은 사유 속에 존재하는 또다른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어쩌면 ‘나’를 아는 것은 다른 이를 이해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이들이 자신이 현재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만 해도 누군가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라고 묻는다면 곧바로 답을 내어 놓기가 어려워 ‘그저 그래요’라는 말로 얼버무리고는 한다.

 

내 안의 나를 모르기에 결국 내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행복은 선택이다. 아침에 눈을 뜨며 행복을 선택하는 것이다. (중략) 행복하길 선택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으로도 행복할 수 없다.

 

<존재와 사유 中>

 


그렇기에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만이 결국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

 

행복은 가만히 있는 이에게 저절로 굴러 들어 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주위에 내가 ‘행복’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널려 있을 수도 있다.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같은 상황에 처해도 누군가는 그것을 행복으로 선택하고 누군가는 그저 흘려보내 버릴 수 있다.


내 주변에 ‘행복’이 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취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 자신’이 어떤 것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아는 자 만이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진심으로 그것을 행복으로 느끼는 사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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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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