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정한 클래식 - 클래식을 읽어드립니다.

글 입력 2021.04.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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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악기와 가까운 삶을 살았다. 당시 어머니의 모토는 '살아가면서 하나쯤은 잘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었으나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고 대단한 생각이었음에도, 당시 어렸던 나는 그 생각이 그저 무겁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졌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악기는 더욱, 연습량이 뒤받쳐주지 않으면 실력 향상을 꿈꿀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 반강제적으로 시작한 악기를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이 꽤 괴로웠던 것 같다. 도망 다니기 바쁜 하루하루였다. 피아노 학원을 가는 날, 몰래 놀이터에서 놀다가 어머니에게 들켜 혼이 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당시의 나에게 악기는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감사한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때 조금만 더 성실히 연습해둘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그 거친 과정 속에서도 얻은 것이 있으니, 비록 악기는 잘 다루지 못함에도 클래식을 듣는 귀가 생겼다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은 그저 지루하고 따분한 음악이라 여기는 클래식이 나에게는 오히려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감상의 대상'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나 스스로가 나름 교양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뭐 이래저래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과거에는 가끔 기회가 되면 클래식 공연에 찾아가기도 헸었다. 모든 곡을 전부 알지는 못했지만, 음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며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지곤 했다. 곡을 이해한다는 것, 음악을 연주하기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해한 곡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똑같은 곡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들리는 결과물, 느껴지는 결과물이 다르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더랬다.

 
*
 

책 <다정한 클래식>은 성악 전공자인 유튜버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가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작업한 클래식 에세이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자신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 클래식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을 소개하기까지, 말 그대로 클래식으로 점철되어 있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1막인 <내 삶은 언제나 클래식이었다>를 소개해보려 한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극 영화학과 입시를 준비하다 쓴맛을 보게 된 저자는 우연히 주변의 권유로 성악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전부터, 저자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저자의 삶 속에는 클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유독 클래식 교육 만화를 좋아했던 저자는 만화를 통해 소개된 여러 곡들 가운데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들어보았다.

 

자신의 존재를 감추듯 여리게 시작되었다가 이내 강렬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전개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카페 배경 음악으로 틀어두면, 손님들이 깜짝 놀라서 커피를 흘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율이 무척 아름다웠다. 하지만 처연한 아름다움이었다. 무언가 피어나는 아름다움이라기보다, <빗방울>이라는 이름처럼 비가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느끼는 멜랑꼴리함을 담고 있는 아름다움에 가까웠다. 그러다 가끔 바람도 불고 천둥도 치며 이 비는 그리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는 듯했다.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도 들었고 조금 두려운 감정도 일었다. 봄비보다는 겨울비의 인상이 짙은 곡이었다.

 

한편 군대에서 야간 행군을 하다, 지친 몸을 잠깐 쉬이는 휴식 시간에 슈만의 가곡 <낯선 곳에서>가 떠올랐다고 한다. 훈련 기간 중 지치고 힘이 들 때면, 위로가 되어주는 곡이었다고 하는데 역시나, 직접 들어보았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흘러가는 아름다운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김기찬 테너의 곡이었다. 서정적인 보이스에 강한 의지가 결합되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뽐내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저자가 느꼈다는 위로를 가늠해보았다. 짧은 한 곡을 힘차게 부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행군을 이어나갔을 저자를 떠올리며 때로는 강한 나무 몸통보다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을 음미할 수 있었다.

 
*
 

책 <다정한 클래식>을 읽으며 이 책이 단순히 클래식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서 좋았다. 책의 중심에 저자가 있었기에 클래식이 일상에 충분히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을 보다 공감할 수 있었으며 나의 삶 속에서 잠들어 있던 클래식을 끄집어볼 수 있었다. '클래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라는 사실을 주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의 일상엔 이러이러한 클래식들이 함께 했었다고 말해주니, 저자가 성악 전공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저자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라고 하니, 먼저 저자의 영상들을 찾아보며 클래식의 흥미를 찾아보고 이후에 본 책을 읽는다면 마치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원작이 궁금해지는 것처럼 긍정적인 확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클래식은 결국은 보는 것이 아닌 듣는 것이기에, 유튜브든 책이든 실상 중요한 것은 클래식에 호기심이 생기고 그 호기심을 직접 찾아 듣는 과정일 테니 말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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