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무엇도 내 열정을 막을 수 없는 곳 [공연]

설령 높새바람이 불어도
글 입력 2021.04.0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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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는 무조건 막콘 스탠딩이지. 친구와 콘서트에 대한 설전을 벌일 때마다 내가 고수하는 입장이다.


내가 다니던 K-POP 아이돌의 콘서트의 경우, 보통 금, 토. 일 삼 일 동안 진행되는데 나는 항상 마지막 콘서트를 가곤 했다. 같은 셋 리스트로 진행되더라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에너지는 언제나 한계를 뛰어넘기 마련이었다.


좌석도, 스탠딩도 전부 가봤다. 좌석에 갔을 땐 운 좋게도 무대와 가까운 좌석을 잡아서 편안하게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고, 스탠딩에 갔을 땐 내 모든 체력을 공기 중에 녹여 무대 위에 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탈진할 것처럼 온몸의 에너지를 쏟아 내는 스탠딩을 더 좋아한다.


재작년까지는 콘서트를 여럿 갔었다. 음악을, 특히 K-POP을 좋아하는 나에게 콘서트는 가장 좋아하는 문화생활이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라는 단순한 이유만은 아니었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동일한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날 뛰게 만들었다. 그 현장감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었다.


그런 나도 어릴 땐 앰프 소리를 싫어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크게 울리는 소리를 무조건적으로 피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베이스 소리를 좋아한다. 증폭되는 드럼 소리를 좋아한다. 마이크를 통해 울리는 목소리를 좋아한다. 그 모든 것들에 어우러지는 함성 소리를 좋아한다.


나의 첫 콘서트는 2010년 다녀왔던 YG 패밀리 콘서트였다. 사촌 언니의 눈부신 활약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한 피켓팅이었을 그 콘서트를 무려 스탠딩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내가 K-POP 고인물이 되게 해준 2NE1이 나왔던 콘서트였는데,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때 느꼈던 벅찬 감정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같은 노래를 열창한다는 것은 어린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 같은 시기, 내게 있어 가장 그리운 것은 콘서트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공연장에서 나왔을 때 피부에 내려앉는 차가운 공기가 그리워지는 지금, 아무래도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왜 콘서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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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몇 번 가봤어요? 하면 우선 손가락부터 꼽아봐야 한다. 집에 있는 티켓 북에 꽂혀 있는 콘서트 티켓들만 해도 한 손은 넘기고도 남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시험과 같은 것들의 보상, 혹은 각종 선물 등을 끌어 모은 명목으로 엄마에게 비용을 부탁해야 했다.

 

그랬는데 성인이 되자 내 돈으로 내가 직접 입금하고, 내 이름이 찍힌 티켓을 가질 수 있었다. 나한텐 그런 점이 좀 크게 다가왔다. 티켓이 10만원이 넘어가다 보니 어떤 친구들은 비싼 콘서트를 왜 가냐고 묻기도 했다. 그때마다 난 이렇게 답했다.


돈 주고 사기 힘든 좋은 기억을 사는 거야.


조금 오글거리게 들릴 순 있어도 나는 아직도 콘서트들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기억들에 기대어 살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날들이 있다. 유난히 무기력하고, 뭘 해도 재미없는 그런 날들 말이다. 나에게 그런 시간들은 종종 아주 늦은 밤, 혼자 있을 때 찾아온다. 그럴 때 밀려오는 상실감은 날 깊은 암흑으로 끌고 가고는 한다. 뭐에 대한 상실감일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 찾은 상실감의 근원은 바로 열정적인 나의 부재이다. 있는 그대로의 열정을 쏟던 내가 이제는 사라져 버려서.


열정을 쏟는 일은 힘들다. 그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열정을 들이는 건 온전한 나의 시간과 체력, 그리고 정신력을 필요로 하니까. 그래서 나는 종종 상실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열정을 쏟을 체력도, 마음도, 정신력도 전부 바닥나버린 나를 마주할 때마다, 내 열정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그러면 나는 콘서트의 기억에서 나의 열정을 되새긴다. 그 현장에서의 나는 문자 그대로 열정적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뛰고, 웃고, 때로는 울기도 하면서 내 감정을 쏟아내는 일에 굉장히 솔직하고 열정적이었다. 비단 나뿐 아니라 그곳의 모두가 열정적이었다. 무대 위 아티스트만이 아닌 관객 하나하나가 함께 같은 열정을 공유했다.


콘서트에서 찾은 열정적인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나도 그렇게 모든 힘을 쏟아낼 수 있다는 확신은 생각보다도 더 단단하게 나를 잡아주는 힘이 된다.


그 현장감 역시 내가 콘서트를 좋아하는 이유다. 지난 학기, 수업에서 배웠던 공연의 가장 큰 요소는 바로 현장감이다. 관객과 아티스트가 공연장에서 공유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라고도 생각한다.


콘서트의 현장감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느껴진다. 조금 일찍 콘서트장에 도착하면 리허설하는 소리가 들린다. 웅웅거리는 악기 소리와 어렴풋이 들리는 목소리 같은 것들을 듣고 있으면, 조금 뒤에 마주할 공연이 상상되면서 기대감이 차오른다.


공연 중의 현장감은 말할 것도 없다. 크지만 시끄럽게 느껴지진 않는 음악에 녹아 들어가는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 콘서트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 같다. 겨울에도 후덥지근한 공기가 관객들이 얼마나 공연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크게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곳의 모두가 그렇게 소리 지르면서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게 피부에 와 닿는 현장감은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다.


콘서트가 끝나고도 현장감은 지속된다. 안이 워낙 덥기에 여름에도 공연장 밖의 공기는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편인데, 그 공기를 느끼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모습들이 펼쳐진다.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무리가 보이기도 하고 탈진한 듯 아무렇게나 앉아 이온 음료를 수혈하듯이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주로 마지막 무리에 속했다. 콘서트는 끝났지만 열기는 식지 않은 그 어둠 속의 시간들이 참 그립다.


현장감이 잘 나타난 예시를 하나 가지고 왔다. The Primals 라이브 투어인데, 이 콘서트의 무대 중 RISE라는 곡에서 아티스트들이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연출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 투어에서, 한국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관객들도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연출했다. 한국에서 성공한 이후, 다른 국가의 투어에서도 관객들이 이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하니, 아티스트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좋은 상호 작용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떼창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이런 이벤트는 처음 봐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런 게 바로 콘서트에서 관객과 아티스트가 소통하는 모습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영상을 첨부하겠다. 궁금한 사람은 21분부터 감상하면 된다.

 

 

 

 

 

기억에 남는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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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콘서트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콘서트가 있다. 날짜까지 기억할 수 있다. 2018년 8월 18일. 나는 종종 그날의 기억을 불러온다.


정말 오랜만의 콘서트였다. 아티스트도, 관객들도 그걸 알았다. 그래서 기를 쓰고 티켓팅을 했다. 꼭 보러 가고 싶었던 만큼, 무대와 가장 가까운 스탠딩 구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무대를 보고 싶었다. 그래야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았다.


잘한 선택이었다. 공연이 너무 신났다. 오랜만에 하는 콘서트인 만큼, VCR을 비롯한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 확실히 좋았다. 무대 구성도 좋았고 관객들도 그만큼 열성적으로 즐겨서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더라. 앵콜을 무려 두 번이나 했는데도 그랬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앵콜은 한 번이었는데, 관객들이 집에 갈 생각이 없어서 아티스트가 스태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앵콜을 한 번 더 했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의 나는 그게 마냥 좋았는데, 콘서트 기획에 대해 조금 배운 현재로서는 앵콜을 한 번 더 했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 그건 진짜 광기였다. 관객도, 아티스트도, 스태프도. 그때의 우리는 다 미쳐 있었다.


그래서 앵콜의 영상이 없다. 뭐든 영상이나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해서, 콘서트에 갈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핸드폰에 담아오는 편인데, 그럴 겨를조차 없었던 무대였다. 내 주변에도 핸드폰 든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진짜 같이 놀다 왔던 여름의 그 날.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하겠지.


나는 앞으로 이 콘서트를 이길 만한 콘서트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온라인 콘서트의 장단점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콘서트는 모두 멈춰버렸다. 현재, 뮤지컬이나 연극의 경우는 다시 관객들을 받고 있지만 콘서트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대신 등장한 것이 바로 ‘온라인 콘서트’였다. 티켓을 구매한 후, 코드를 통해 실시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는 형식의 콘서트인데, 한국에서는 비욘드 라이브와 브이앱이 독보적인 포맷으로 이용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콘서트도 생겼다.


나 역시 여러 개의 온라인 콘서트를 감상했다. 유튜브와 네이버에서 진행된 콘서트를 보기도 했고, 티켓을 구입해야 했던 단독 온라인 콘서트를 본 적도 있다. 무대를 볼 수 없는 지금 온라인 콘서트로밖에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온라인 콘서트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가장 중요한 현장감을 전혀 살릴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면서 무대 위 아티스트가 댓글을 읽기도 하지만, 무대를 보고 즐기는 상호 소통이 없다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콘서트에서 스토리텔링 역시 중요한 요소인데, 내가 감상했던 온라인 콘서트는 그게 조금 부족해서 아쉬웠다. 그로 인해 녹화된 무대 영상을 인터넷으로 감상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앞으로도 오프라인 콘서트가 되살아나기 어렵다면 개선되어야 할 부분임에는 분명하다.


장점도 있었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은 장점으로 다가왔다. 집에서 즐길 수도 있고, 친구나 다른 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또한 기존의 콘서트는 수용 인원이 한정적이기에 티켓팅에 따라 시야의 차이가 있고, 실패하면 관람할 수 없다. 더불어 지역에 따라, 가기 힘든 콘서트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콘서트는 누구나 구매할 수 있고, 누구나 같은 시야에서 관람이 가능하며, 어느 지역에 있든 볼 수 있기 때문에 콘서트 관람의 장벽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나는 서울에 거주 중인데, 2017년 겨울, 대절 버스를 타고 부산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나의 지인은 부산에 살면서 대절 버스를 타고 서울 콘서트에 온 적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분명 온라인 콘서트가 환영받을 수 있다. 온라인 콘서트의 단점들이 개선되고 장점을 극대화해서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콘서트의 대체재의 역할을 충실히 하길 바란다.

 

 

 

티켓팅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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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는 내 원동력이다. 콘서트의 뜨거운 열기가 좋고, 콘서트에서 뛰어노는 내가 좋다.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이제 예전과 같은 콘서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걸 기본으로 하면서, 스탠딩 좌석을 없애고, 좌석 거리 두기를 진행하는 등의 확산을 방지할 방안이 고안되었으면 좋겠다.


오프라인 콘서트가 다시 진행되길 바라는 건 단순히 철없는 요구가 아니다. 콘서트가 가진 현장감이라는 최고의 장점을 다시 살릴 수 있게 되면 더 풍성한 문화생활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죽어 가고 있는 콘서트 문화 사업도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그를 위한 철저한 방역과 시민 의식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콘서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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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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