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두려움을 똑바로 마주보기 [사람]

막연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글 입력 2021.04.08 10:5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람이 무언가에 두려운 이유는 막연함 때문이라고 한다. 결과나 구체적인 원인을 알게 되면 일부 두려움은 사라질 수 있다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과거 나를 두렵게 하는 요소를 찾아보면서, 원인을 짚어보다 보니 부끄럽게도, 동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극복했지만, 예전엔 직접 동물이 다가오면, 심장부터 빠르게 뛰었다.


초등학생일 때는 더 동물을 무서워해서 친구들이 놀리거나, 어른들이 자주 “어릴 때 개나 고양이에게 물린 적 있니?”라며 묻곤 했다. 생각해보면 물리적으로 해를 입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그리고 왜 동물을 무서워하게 된 걸까?’ 막연한 두려움의 원인을 찾기 위해 기억을 반추하다 보니, 몇 가지가 기억났다. 단 과거의 기억들이라 좀 과장되고,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다.

 


boy-666803_640.jpg


 

첫 번째 기억은, 한 고양이와의 첫 만남이다. 엄마를 따라 새벽에 길을 나섰던 날이었다. 당시 6살이었는데, 일단 거리에 아무도 없는 ‘새벽’이라는 요소 자체가 두려웠던 것 같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걷다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골목에서 한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앉은 자세로 우리를 응시하다가, 피해서 들어가려고 하면 일어나서 공격적으로 다가왔다.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던 고양이와의 대치는 10분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배가 고파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을지 생각이 든다.


고양이의 눈을 오래 바라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만큼 나를 공격하려는 것 같다는 무서움을 느꼈다. 당시 엄마는 최대한 고양이와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양이를 오랫동안 기다리셨고, 덕분에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무튼, 크기를 따지자면 아주 큰 트라우마로 볼 수는 없겠지만, 평소에도 겁이 많던 어린 나에게는 굉장히 두려운 일이었고, 동물과의 첫 만남이 공격적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물고기를 먹는 모습을 본 기억이다. 지금은 가물가물한, 어떤 지인의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10살 남짓이었는데, 이 기억이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그 집에 살던 장난기 많은 오빠가 물고기들과 고양이를 함께 키웠는데,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키우던 어항의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산 채로 고양이의 밥그릇에 던져 주었는데, 고양이가 순식간에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생명이 있는 존재의 파닥거림, 그리고 그를 먹는 고양이. 물고기는 5초도 안 되어서 뼈밖에 남지 않았고, 그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white-tailed-eagle-2015098_640.jpg

 

 

생명을 다른 생명이 먹는다는 이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었고, 인간도 그러했지만, 살아있는 생명이 죽어감은 차마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로 고양이는 내게 야생의, 본능의 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았다.


사람도 첫인상의 느낌을 많이 받는 것처럼, 고양이와의 나와의 첫 만남은 썩 좋지 못했던 까닭이다. 누군가 보면 정말 별것 아닌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나에겐 두려움의 크기가 커져서 트라우마로 다가왔고, 이후 고양이를 비롯한 강아지들, 반려동물들이 가까이 오면 겁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유를 알게 된 과거 어느 순간부터 최근까지 동물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많이 감소했다. 그저 무엇이 원인인지 살펴보고, 다잡으려는 시도가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


트라우마나 징크스로 여겨지는 두려움 말고도, 미래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지금껏 겪어온 인생의 길이로는 다가올 두려움에 대해 감히 알지 못하지만, 현재까지는 대학과 취업에 관한 두려움을 느꼈다. 이외에도 개개인의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것에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기에.

 

 

writing-2339737_640.jpg


 

그렇다면 미래에 관한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각자의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글로 적어보는 것이다. 어떤 것이 제일 겁나게 하는지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써보면 된다. 취업이나 이직이 고민이라면 지금 당신을 가장 두렵게 하는 감정 덩어리들을 써도 좋다. 그렇게 적다 보면 은근히 큰 고민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보다는 주위의 상황이나 시선에 의해 생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그 거대한 고민 덩어리가 조금씩 작아진다. 글을 쓸수록 자신이 성장한다는 말이 있듯이, 직접 쓰다 보면 생각보다 큰 위로를 받기도 하기에, 우선 펜을 들고 적기를 추천한다.


두 번째는 틈틈이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것이다. 영화관이나 극장, 전시관에 가는 것도 좋지만, 각자가 좋아하는 사소한 취미를 잃지 않는 것이다. 낮잠 자기, 산책하기,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목욕하기, 드라마 몰아보기 등 스스로 재미있는 것, 관심 있는 것을 계속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바쁘다 보면 이러한 소비적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요리를 해먹을 여유는 없다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시간보다는 외국어 듣기공부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고 스스로 되뇌곤 했다. 하지만 이내 사람이 매번 독하게 시간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서 매번 생산적일 수는 없는 건데, 욕심을 부린 것이다.

 

 

woman-2827304_640.jpg


 

물론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은 중요하나,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 평온한 마음은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에서 발휘되기 쉽다. 그래서 되도록 문화생활을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향유 하려고 한다. 가벼운 명상, 편안한 스트레칭, 짧은 독서가 주는 ‘전환’이 나머지 생산적인 일을 할 때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현실의 거대한 스트레스로부터 거리를 두게 해주기 때문이다. 즉 문제의 실마리를 마련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뻔하지만 필요한 이야기인 ‘두려움을 마주하는 일’에 대해 적고 싶었다.

 

쉽진 않겠지만 나를 두렵게 하는 요소를 똑바로 바라본다면, 대부분의 심리적 두려움이 사라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은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