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로가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건네는 위로의 손길 – 나의 아저씨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4.0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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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하면 월 5~600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가 있을까. 성실한 무기 징역수처럼 꾸역꾸역.”

 

[나의 아저씨] - 4화 마지막

 

 
사람이 지닌 따스한 온기와 호의를 받아보지 못한 채 어릴 적부터 주어진 버거운 삶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살아가는 21살 이지안.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위한 부담감이 몰려와도, 아내와의 삐걱거리는 상황이 주어져도, 후배에게 밀려나 부장의 자리를 압박받아도 어느 것 하나 자신을 위하기보단 가족의 행복을 위해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뎌나가는 45살 박동훈.
 
같은 회사라는 것 이외엔 접점이 없었던 두 사람이지만,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사정을 차츰 알아가게 되고, 오랜 시간 꾸깃꾸깃하게 뭉쳐진 각자의 아픔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두 사람에겐 감당하기 힘든 많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주어지지만, 서로가 지닌 아픔을 이해할 수 있기에 묵묵히 곁을 지켜주고 함께 이겨내 행복을 찾고자 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저마다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견뎌나가는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에서도 지겨운 하루하루로 인해 메말라가는 감정,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 사람으로 인해 다시금 따뜻하게 녹여지는 상황과 같이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그들의 마음을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과 그들의 표정연기를 통해 굉장히 잘 드러냈다. 그들이 겪은 아픔을 다 헤아리고 이해할 순 없어도, 그들의 마음만큼은 고스란히 공감하고 느껴질 수 있도록.
 
 
 
해하려 했던 요소의 도청이 반대로 그 사람의 따뜻한 면모를 이해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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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남긴 끝없는 빚더미 속에서 늘 허우적대며 살아왔다. 어느 누구도 이 빚더미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빚을 갚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아왔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지안의 작은 세계 속에선 오직 지켜야 할 사람인 아픈 할머니와 자신을 도와주었던 청소부 할아버지, 그리고 친구 종수만 있을 뿐이다.
 
늘 ‘혼자’ 힘으로 견뎌왔고 이겨내야 했기에 때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대고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사람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버리며 살아왔다.
 
그렇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보고 자라지 못했기에, 처음엔 박동훈도 자신의 빚 처리를 위한 수단으로 접근했고 그를 끌어내릴 만한 요소를 찾기 위해 도청을 시작한다. 하지만 오히려 도청을 통해 지안은 박동훈이 살아가는 세상을 듣게 되고, 우리도 그의 주변 인물들이 살아온 인생들과 현재, 그리고 살아갈 인생들에 대해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지안 : 정말 내가 안 미운가?...

동훈 :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지안 : 아저씨 소리, 다 좋았어요. 아저씨 말(“착하다.”), 생각(“모른 척해줄게.”), 발소리. 다.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것 같았어요.

 

[나의 아저씨] - 15화 마지막

 

 
‘도청’이란 장치를 통해 지안이 자연스레 동훈의 힘든 상황과 지친 마음에 녹아들며 동훈의 따뜻한 내면, 내력을 알게 해주었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동훈을 통해 다시금 ‘사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허탈하고 무거운 그의 발소리, 자신을 억누르는 듯한 한숨소리, 가족과 함께하는 웃음소리, 그가 걷는 주변 소리, 그가 내뱉는 한숨소리.
 
그 모든 ‘소리’를 통해 지안은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 아님에도 안정과 위로를 받는다. 동훈 역시 항상 묵묵히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많은 위로의 말 대신 진심 어린 한 마디와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안을 통해, 어딘가 동질감을 느끼며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자신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항상 묵묵한 모습을 보이는 두 사람은 서로가 안타깝고 안쓰럽기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함께 변하고자 한다.
 
 
 

살얼음 같던 지안이 ‘어른’을 통해 마음을 열게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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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사람’의 면모와 인연에 대해 다시금 느끼고 생각해 보게끔 하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다. 나는 이 드라마가 처음 나왔던 2018년부터 시작해서 그 후로 여러 차례 봐왔지만, 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대사가 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나의 아저씨] - 5화 중반

 

 

항상 수많은 계단과 함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작디작은 창문 하나밖에 없는 집에서 달을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를 위해 카트를 훔쳐 할머니를 태우고 힘겹게 내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다 박동훈을 만나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 순간 고마움을 느끼기보단 불편함과 불안함을 먼저 표현하는 지안이가 굉장히 마음 아팠다.

 

사람과 벽을 쌓고 살아왔기에 그녀에겐 호의가 익숙지 않았고,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고 자라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꺼려 하고 불편해하는 행동과 말들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그렇게 마음속에 아직 크지 못한 아이의 형태를 품고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살아왔다.

 

지안의 인생에선 4번 이상 잘해준 사람이 없었다. 딱 4번까지다. 모두가 그 후부터는 지안을 포기하고 없는 사람 취급했기에 늘 ‘혼자’였다. 하지만 그런 지안에게 박동훈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지금까지 받지 못했던 사람다운 대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었고, 그 덕에 누군가에겐 늘상 쉽게 찾아오는 호의를 오랜만에 받게 된다.

 

지안은 자신에게 “착하다.”라고 말해준 동훈이 점점 궁금해졌고, 꽁꽁 얼려있던 지안의 마음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가 말해준 ‘착하다’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해 들으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그렇게 점차 동훈을 통해 사람이 사람과 만나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망가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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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 : “여기 다 네가 좋아하는 망가진 인간들이야. 은행 부행장이었다가 지금은 모텔에 수건 데우고, 자동차 연구 소장이었다가 미꾸라지 수입 돌리고, 제약회사 이사였다 지금은 백수. 좋겠다, 여기 다 네가 좋아하는 망가진 인간들이라.

유라 :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서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것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것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나의 아저씨] - 7화 후반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대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들은 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루고픈 무언가를 위해 계속해서 아등바등 살아간다. 그렇게 자신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러다 내가 잡고 있던 긴 줄을 놓쳐버리면 세상이 무너진 듯 절망하고 괴로워한다.

 

나조차도 항상 더 나아지기 위해, 불안하지 않기 위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앞만 바라본다. 하지만 그렇게 점차 위로 올라가도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막상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스트레스 받는다. 결국엔 겉으론 탄탄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이곳저곳이 망가져있다.

 

누구나 마음속에 망가진 부분을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도 유라의 대답과 그들로 인해 위로받고 웃는다. 다들 늘 불행할 순 없기에 괜찮은 척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통해 웃고 떠든다. 힘든 상황들이 주어져도 서로가 있기에 함께 이겨내고 다시금 왁자지껄해진다.

 

이 장면을 보면서 느낀 것은 사실 우리가 너무 쉽게 걱정하고, 작은 일조차 큰일로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은 일들은 앞으로 넓은 내 인생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일 텐데 나를 나 자체로 만족하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이 중에서도 자신이 어떤 처지이든 기죽지 않고 “난 내가 제일 좋은데.”라며 자신을 제일 사랑하는 동훈의 형 박상훈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정이 간다.

 

 

 

행복하자


 

 

 
동훈 : "거지 같은 내 인생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 살겠다. 너처럼 어린애가 어떻게.. 어떻게 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 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난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거. 다 아무것도 아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지안 : (울컥하며)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동훈 : 어. 꼭 행복할게.

 

[나의 아저씨] - 15화 후반

 

 

이 대사는 읽기만 해도 그때의 그 장면이 머릿속에 펼쳐지기에 마음이 아프다. 지안과 동훈은 자기 자신을 가치 없다 여겨왔고, 그런 서로가 너무나 가여웠기에 더욱 눈길이 갔고, 그들의 사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둘이 마주하는 장면은 대사도 굉장히 좋았지만,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에 녹아들며 진실된 연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기에 더욱 빛났다고 생각한다. 이지은은 이지안이 되어, 이선균은 박동훈이 되어 그 인물들이 견뎌오고 감춰왔던 과거들을 이 장면에서 풀어냄으로써 조금은 마음속 응어리를 덜 수 있게 감정연기를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 시간이 지안과 동훈에게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며,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박동훈에겐 이지안이, 이지안에겐 박동훈이 최악의 상황을 달리는 절정의 순간에서 서로에게 구원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어른은 과연 어떤 어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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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기준은 무엇일까? 진정한 어른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들도 어린아이와 같이 떼쓰고 싶고, 멋대로 화가 휘몰아쳐 조절이 안 되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하고 싶은 순간순간들이 있다. 어른이라고 해서 늘 성숙하고, 올바른 생각을 하고, 참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린아이와 다른 점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의 차이라 생각한다.

 

 

“이제 진짜 행복하자.”

 

[나의 아저씨] - 16화

 

 

그렇기에 진정한 어른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자신의 감정, 행동,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질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닌 때론 타인을 감싸고 보듬어주며 함께 살아간다는 점에서 박동훈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지안에게 동훈은, 동훈에게 지안은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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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연민, 동질감, 애틋함, 안쓰러움, 외로운 대상. 하지만 지안은 파견직인 자신에게조차,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자신에게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사람대접을 해주고, 따뜻하게 손 내밀어 준 동훈 덕에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를 느끼며 진정한 어른의 모양을 만들어갔기에 그가 좀 더 특별한 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늘 자신을 뒷전으로 대하며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동훈에겐 지안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준 한 사람이었다. 그가 가장 버거웠던 시기에 누구보다 자신이 망가지지 않길 바라며 행복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준 어린 지안이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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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정말 우리에게 단순한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무엇인지, 타인을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도와주고. 그렇게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어가고.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깊은 속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생각한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달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다. 아쉬운 마음뿐이기에 다들 이 드라마를 보며 그들을 통해 위로받고, 웃고, 다시 별일 아닌 듯 훌훌 털고, 또 다른 소중한 하루를 나를 위해 맞이하면 좋겠다.

 

우리의 욕심을 조금만 용기 있게 내려놓는다면,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분명 내 행복의 길은 조금 더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동훈 :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 : 네. (한 번 더 강하게) 네.

 

[나의 아저씨] - 16화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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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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