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타인의 친절이 있기에 따뜻한 오늘 하루 - 타인의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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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한 여성이 눈을 뜬다. 주위를 살피며 자신의 어깨 위에 있던 남성의 손을 거두고 조용하고 신속하게 두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다. 세 모자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아들은 엄마에게 묻는다. "학교는요?" "뉴욕이 학교가 돼줄 거야." 엄마가 대답한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동경과 선망의 도시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할 뉴욕 이야기는 그런 휘황찬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과 지독하게 맞붙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길을 잃은 사람들
'타인의 친절'에 나오는 여섯 명의 인물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다. 가정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부인 클라라, 사람을 믿지 못해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하는 마크, 항상 남에게 친절을 베풀었지만 자신에겐 친절하지 못했던 간호사 앨리스, 사랑이 필요한 존 피터, 러시아 식당을 운영하며 러시아인인 척했지만 미국인이었던 티모피, 뭐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번번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제프.
이 사람들은 각자의 꿈을 갖고 뉴욕에 모였다. 그러나 길을 잃기 쉬운 뉴욕. 그곳에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안식처가 되며 하루를 살아낸다.
당장의 기름값과 아이들이 먹을 음식도 부족해진 클라라는 시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당하고 숙박시설에서도 그녀를 거절한다. 클라라는 어쩔 수 없이 백화점에서 도둑질을 하고 고급 진 파티에 숨어들어가 음식을 가져 나오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던 중 클라라는 러시아 식당에서 음식을 갖고 나오려다 식당 매니저인 마크에게 의심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옷을 훔쳐 가는 모습까지 들킨다. 그러나 마크는 그들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마크가 남에게 처음으로 보여준 친절의 모습이다. 행동을 바로 취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그 행동 자체도 친절이 될 수 있다.
한편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집에서도 쫓겨나게된 제프는 무료급식소와 병원에서 마주친 간호사 앨리스에게 난생처음으로 따뜻한 친절을 받는다. 그가 받은 친절은 곧 클라라에게 전해져 그녀의 아들을 구한다.
진정한 친절, 타인의 친절
어느 날 식당 테이블 아래에서 자고 있던 클라라와 아들을 발견한 마크는 불을 꺼주고 다음날 식사를 준비해 준다. 마크는 클라라에게 안전한 거처를 제공하고 변호사를 소개해 주며 그녀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타인을 위한 자리는 없었던 마크의 인생에 그녀를 위한 자리가 생긴 것이다.
도시의 차가운 바람에 마음까지 얼어버린 듯 클라라는 사람들의 눈조차 쳐다볼 수 없고 대가 없는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절망뿐인 것 같았던 그녀의 인생에 타인들의 작은 친절이 모여 그녀의 마음을 녹였고 다시 한번 자신의 인생에 용기를 가진다.
타인의 친절은 나와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대가 없는 친절이다. 한 사람에게 대가 없이 베푼 친절은 친절을 낳고 그 친절은 돌고 돌아 클라라의 인생을 살리게 된다. 친절은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꿀 수도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용서 모임에서 앨리스는 말한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어떤 분들은 의지할 사람도 없어요. 하지만 타인은 있잖아요.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해지세요." 타인의 친절은 가족이나 지인의 친절보다 더 따뜻한 의미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친절, 내가 있는 친절
'친절'을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앨리스다. 그만큼 앨리스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갖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사랑을 베풀어 풍요로울 것 같던 그녀의 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친절 속에 자기 자신은 존재치 않았기 때문이다. 부탁하는 말엔 늘 동의를 했고 사람들의 상황에 늘 공감을 해주었다. 자신은 그 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느끼지도 못하고 말이다.
무조건적인 친절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친절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친절엔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 친절할 수 있는 힘은 자기를 사랑하는 힘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이 충만해야 남에게 진정으로 친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yes만 외치던 앨리스는 주기만 하고 받는 사랑이 없던 자신의 인생을 발견한다. 앨리스는 클라라 가족을 도우며 선택의 기준을 남에게서 자신에게로 옮겨오며 자존감을 회복해간다.
타인의 친절이 있기에 따뜻한 오늘 하루
클라라는 재판에서 승소하여 뉴욕으로 이사를 가며 마크와 함께할 미래를 그리게 되고, 마크와 티모피가 운영하는 러시아 식당은 번창하며, 제프는 식당의 주차요원으로 취직을 한다. 앨리스는 존 피터와 사랑을 주고받으며 그녀의 삶을 산다.
주차요원으로 열심히 일을 하려 연주할 줄 모르는 러시아 악기를 치려는 제프의 어리숙한 모습은 여전했고, 티모피는 알아서 하라며 제프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 마지막 장면은 은은한 웃음과 감동이 되어 '타인의 친절'의 따뜻한 끝 인상을 남겼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여섯 사람은 서로가 소중한 관계가 되었고, 기적 같은 사랑과 함께 따뜻한 결말을 이루어냈다. 아무도 없다고 여긴 삶 안에서 타인은 누구보다 큰 존재로 우리 삶을 바꿔놓을지 모른다.
그러니 길을 잃은 모든 이들이여, 마음을 열고 계속 걸어가 보아라.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타인이 친절을 베풀며 다가올지, 내가 타인이 되어 친절을 베풀게 될지 그리하여 어떤 사랑을 찾게 될지 인생은 모르는 것이다.
[이소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고맙습니다.
덕분에 좋은 영화 잘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