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 감상에 '자격'이 필요한가요! - 하루 5분, 명화를 읽는 시간

글 입력 2021.03.31 19: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일괄편집_KakaoTalk_20210331_183326563.jpg

 

 

필자는 학창 시절 ‘서양미술의 역사와 감상’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얕게나마 서양 미술사의 전 과정을 훑어 보고 중요한 작품들을 감상해 보는 수업이었는데, 미술 관련 교양이 매우 부족한 나에게 ‘미술사’라는, 접근하기 어려워 보이는 부분을 잘 설명해 준 수업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서양 미술에 대하여 배웠기 때문에 서양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은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지만, 작품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작품의 방대한 양과 역사 때문에 여전히 막막했었다.

 

인상주의, 고흐, 들라크루아, 마네, 자포니즘, 제리코… 등 미술사의 여러 ‘키워드’에는 익숙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이 키워드들을 어떻게 작품 감상에 녹여 내야 할 지, 미술사 안에서 어떻게 엮어야 할 지를 몰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하루 5분, 명화를 읽는 시간’이라는 책은 반드시 미술사의 흐름 안에서 작품이 차지하는 한 지점을 포착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이 작품 감상의 정도(正道)를 걷는 첫 걸음이 아닐 수 있음을 필자에게 알려 주었다.

 

 

일괄편집_KakaoTalk_20210331_192017404.jpg

 

 

이 책은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 사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제목에 숨은 반전, 모델에 숨은 반전, 허세에 숨은 반전’ 등이 각 챕터의 제목이다. 연도나 시간 별로 작품을 묶어 놓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주제별로 작품을 묶어 놓아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챕터의 각 소제목이 본문 내용의 핵심 내용을 흥미 있게 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내용부터 먼저 읽어 보아도 좋겠다.


필자가 이 책을 읽으며 새로 알게 된 사실들 중의 하나는 이 책의 101페이지에 나와 있다.

 

 
많은 사람이 풍경화라 하면 현실 풍경을 그대로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근대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실제로는 현실 풍경을 이상적으로 연출한 비현실적인 풍경화가 더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다.
 

 

필자가 저 ‘많은 사람’에 해당할 것이다. 현실 풍경을 더 동화적으로 묘사하든, 비극적으로 묘사하든 간에 어쨌든 풍경화는 몇몇 작품들 빼고 모두 현실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비현실적인 풍경화가 더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필자는 이 책 속에서 나중에 직접 보고 싶은 그림 몇 점을 정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121.jpg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아를로 이사를 간 후 1889년에 그린 그림인 '고흐의 방'이다.


필자는 ‘순간, 지금, 현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이 모여 과거가 되는 것이고, 현재에 충실한 순간들이 자신이 그렸던, 혹은 원했던 미래를 향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현재라는 조각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건물의 뼈대인 과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 즉 지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느끼려 노력하고, 그것들을 기록하는 데 매우 큰 의미를 둔다. 필자가 매일 밤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하고, 이렇게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는 것도 모두 ‘지금’을, 특히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기록하기 위한 방법이리라.

 

 

[꾸미기]일괄편집_KakaoTalk_20210331_183326563_02.jpg

 

 

그러한 물결이 흐르는 곳이 필자의 마음인지라, 고흐의 그림이 필자에게는 ‘공감’이라는 감정을 통하여 다가왔다. 똑같은 방의 그림이라도, '그 방이 지닌 고유의 색'이 아니라 ‘그 방에 있는 자신의 감정이 담긴 색'으로 그림을 그렸다니. 화가의 길에서 가장 의미 있고 낭만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담는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그림을 직접 두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필자의 인생의 가치관의 면에서 큰 획을 긋는 일일 것이다.


필자는 순간의 것들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문화 예술 작품들에 정말 큰 영향들을 받아 왔다. 그리고 그 영향들은 필자에게 하나하나 모두 좋은 것들이었고, 그 좋은 것들은 필자에게 '진심을 나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그림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흐의 순간의 감정을 담고 있는 그림은, 분명 필자의 순간을 멋드러지게 장식해 줄 것이다.

 

 

그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그 대상에 얽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나타내고자 마음먹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우회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그리는 대신 거칠면서도 힘차게, 또 느낀 대로 표현하려 했다.

 

… 고흐는 감정이라는 스스로의 내면을 그려 내고자 했기에 똑 같은 방을 그려도 고유 색이 아닌 그때그때 감정이 담긴 색채로 표현했다. 결국 각기 다른 색깔의 그림 세 장이 완성되었다. p.78

 

 

생각해 보면, 필자는 그림을 잘 감상하려면 미술사 전체를 잘 알고 있어야 그림을 감상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였던 듯 싶다.

 

하지만 도대체 그런 자격이 어디 있단 말인가. 미술을 ‘교양’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미술은 강의가 되어 버리고, 잘난 체 하는 데 쓰이는 ‘도구’가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림을 오로지 ‘그림’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거창한 장신구는 다 떼 버리고 그림에 대한 소소한 반전 이야기를 가볍게 알고 싶거나, 미술사에 대하여 깊게 알아가기 이전에 일단 그림을 많이 접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림에 대한 내용을 ‘깊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그림의 양이 적다고 볼 수는 절대 없다. 작품들을 책에서나마 눈으로 한 번 보고,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줄이라도 읽어 보며 가볍게, 그러나 넓게 우리 마음 속에서 미술의 지평을 넓혀 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