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를 향한 그들의 진심 어린 사랑과, 용서 – 파도가 지나간 자리 [영화]

글 입력 2021.03.3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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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라면 견딜 자신 있습니다. 전장에서 돌아온 후로 혼자 있고 싶었는데 오히려 잘 됐죠.”

 

-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전쟁터에서도, 전쟁을 다녀온 후로도 추운 겨울 같은 인생을 살아온 톰은 외딴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하게 된다. 따로 가족이 없다면 혼자 살아가야 하는 곳이기에 모두가 꺼리는 자리이지만 그런 건 톰에게 중요치 않다. 삶의 가치를 잊어버렸기에 전쟁으로 쌓여온 아픔을 홀로 이곳에서 감당해나가려 한다. 고독과 슬픔이 점점 마음속에 파고들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그러다 차디찬 그의 인생에 마치 무서운 폭풍 후 잔잔하고 따뜻한 햇살이 찾아오듯, 한 줄기 빛 같은 이자벨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아내는 남편을 잃으면 미망인이 되지만 부모는 자식을 잃어도 달리 불리지 않아요. 여전히 어머니, 아버지죠. 자식이 없어져도... 가끔은 궁금해요. 오빠들이 떠난 지금도 난 그대로 여동생인지.


-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그들의 대화 속에서 굉장히 따뜻하고 진중한 답변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계속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지만, 계속된 유산으로 좌절감은 휘몰아치고 점점 지쳐버리고 만다. 그러다 우연히 떠내려 온 쪽배에서 발견된 죽은 남성과 갓난 아이를 시작으로 혹독하고도 슬픈 운명이 시작된다.

 

슬프지만 한 아이를 향한 따뜻하고 진심 어린 그들의 이야기가 여러분 마음속에도 울림이 되어 전해지길 바라며 지금부터 이야기를 펼쳐보려 한다.

 

 

 

시리기만 했던 톰의 인생에 따뜻한 봄처럼 찾아온 이자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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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에게.

매일 낮 그리고 매일 밤,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그 부두에 서 있는 당신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과 당신의 말을 생각해 보니 당신이 옳더군요. 난 너무 오래 죽음에 둘러싸여 있어서 무덤덤해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야누스로 온 것 같아요. 이곳에선 아무도 해칠 수 없고 오로지 등대만 책임지면 되니까. 세상에 대한 미련도 모두 사라져 가요. 그런데 생기 넘치는 당신의 존재가 날 두렵게 합니다. 나의 어두움으로 그늘지게 하기엔 너무나도 밝은 영혼이죠. 그렇지만 당신 생각이 멈춰지질 않습니다. 당신 덕에 다시금 감정을 느끼게 됐어요. 당신께 감사합니다. 영원히 고마움을 간직하겠습니다.


당신의 톰이.

-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톰과 이자벨이 편지를 통해 사랑을 속삭 일 땐, 서로에게 진심인 모습이 너무나 잘 드러난다. 이자벨은 상실감으로 인해 꽉 닫힌 그의 마음속 찬란하게 빛나는 등대를 발견했고, 그가 숨겨둔 감정을 자신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끔, 그리고 그래도 된다는 믿음과 안심을 준다.

 

그리고 톰 또한 ‘내게 와 준다면 평생 보살펴 줄게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좋은 남편이 되겠습니다.’라며 그녀를 향한 믿음과 함께 사랑을 고백한다. 그 사람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며 고마움을 느낀다는 감정을 이렇게 글로써 아름답게 담아내니, 나한테까지 그들의 깊은 사랑이 전해지는 듯하다.

 

이렇게 그들은 서로를 있는 힘껏 사랑하고, 사랑하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들의 아이를 향한 진심과 그로 인해 시작된 가혹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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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둘만이 함께하는 섬 생활 동안 행복한 신혼을 보내는 그들이지만 두 차례나 아이를 떠나보내자 이자벨의 몸 안엔 폭풍처럼 절망이 가득 차오르게 되었고, 온몸으로 모든 것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톰은 어떻게든 그녀가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녀를 위해 애쓰고 돌봐주며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려 노력한다. 그렇게 ‘불안’이란 감정에 먹혀버린 그녀를 ‘행복’이란 무지개색으로 다시 채색해 준다.
 
그렇게 절망으로부터 싸워나가던 그들에게 빛이자 어둠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상황이 주어진다. 어느 날 의문의 배 하나가 섬으로 도착했고, 그 안엔 죽은 남자와 울고 있는 아기가 있었다. 이 상황을 곧바로 보고해야 했지만, 끝없이 아이에 대한 간절함을 보이는 이자벨로 인해 결국 알리지 않게 되고 그들의 아이라고 속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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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톰과 이사벨은 선물같이 사랑스러운 아이로 인해 눈부신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톰은 자신의 아이 ‘루시’가 섬에 떠밀려오게 된 진실을 알게 되었고, 섬에 나타나게 된 남성과 아기는 대부의 딸 ‘한나’의 남편이자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늘 가슴속에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던 톰은 계속된 거짓이 더욱 큰 화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했고, 결국 사랑하는 아내 이자벨과 아이 루시를 위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증오하기보단 용서를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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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밝혀진 후, 이자벨은 자기 자신보다 더 깊이 사랑했던 아이를 다시 잃게 되었다는 절망감에 진실을 밝힌 톰을 증오하고 또 증오한다. 언젠가 밝혀졌을 진실이지만 소중한 딸과의 이별은 그녀를 끝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이란 늪에 가둬버리고 만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마주하지 못한 채, 그리고 오직 미워할 누군가가 필요했기에 누구보다 사랑했던 톰을 원망한다.

 

생각해 보면 섬 생활은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기에 그들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지만, 반대로 그들 외엔 아무도 없는 그저 조용한 곳이기에 이자벨의 고통은 더욱 가미되었고 평정심을 잃게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생모인 한나에게도 이자벨에게도, 누구도 원치 않았던 가혹한 일이라 생각한다.

 

비록 마음으로 낳은 아이지만 이자벨에겐 그 이상의 아이였고, 함께할 수 없다는 그 기분은 ‘사무치다’라는 표현만으론 채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생모인 한나에게도 살아있는 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가슴속에만 묻어뒀던 시간들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는 결국 오랜 생각 끝에 자신과 아이를 위한 선택을 내린다. 자신에게 주어진 끔찍한 상황에서 더 끔찍한 상황을 안겨준 톰과 이사벨을 용서할 순 없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의 고통과 함께 아이를 향한 절실함이 느껴졌기에. 결국 용서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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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한 번만 하면 되니까. 누군가를 증오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누굴 증오하려면 온종일 계속 나쁜 생각들을 계속 떠올리면서.. 그게 더 힘들지.’

 

-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누군가를 증오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오히려 나를 갉아먹게 되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리고 죽은 남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용서를 선택하는 한나가 정말 용기 있고, 아이를 위한 ‘엄마’로서의 진심 어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들이라면,


 


 

 

이자벨은 결국, 자신을 목숨보다 아껴주는 남편의 진심을 통해 진실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나를 그들의 이야기 속에 풍덩 빠트려 몰입하게끔 만들었다. 한 아이로 인한 사건이 시작되면서 그들이 어떤 행동을 보였고 그로 인해 어떤 심리 변화가 생겼는지 그들의 대사, 행동, 감정, 모습 등을 통해 전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이자벨만 보아도 처음엔 생기 있고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아이를 여러 차례 유산하고, 마지막으로 루시를 잃게 됐을 땐 화장도 안 한 채, 정말 현실감이 느껴지도록 절망감에 빠진 엄마의 모습을 연기한다.

 

그들의 연기력으로 인해 나도 끊임없이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대입해보게 되었다. 객관적인 사실만 보고 둔다면 아이에 대한 상황을 보고 하지 않은 것은 그로 인해 생모인 한나에게 더 큰 절망감과 고통을 안겨주었으니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더라도 두 차례나 내 아이를 보낸 뒤 루시와 마주하게 된다면 나조차도 이성적으로 판단해 그 아이를 보낼 순 없었을 것이다.

 

루시를 낳은 생모 한나이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낳은 이자벨이든 그 어느 쪽의 편도 들 수 없이 그들을 몰고 간 상황이 그저 안타깝다. 처음엔 이자벨이 자신을 그렇게나 아껴준 톰을 어떻게 그렇게나 증오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진정 엄마라면 나조차도 내 아이를 절대 포기 못할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4년을 함께했다. 그 아이의 촉감, 향기, 성장해나가는 모든 순간순간들을 지켜봐왔고, 내 모든 감각들이 총동원되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어떻게 그 아이를 보내줄 수 있을까.

 

그 아이는 내 인생을 통틀어 전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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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 대한 끝없는 모성애와 서로의 사랑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보여준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통해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는 듯한 진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열 마디 말보다 한 마디 말이 더 강하다는 말처럼 매 순간을 진실하게 보여준 톰과 이자벨, 한나의 감정선을 굉장히 잘 표현한 영화다. 여러분에게도 이 글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이 따뜻한 영화가 마음속에 잘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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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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