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회의 최전선에서, 옥인콜렉티브 [문화 전반]

사회의 곳곳에 자리한 옥인아파트를 비춘 이들
글 입력 2021.03.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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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최전선에서, 옥인 콜렉티브


 

옥인콜렉티브11.jpeg

 

 

나는 종종 예술가들이야 말로 사회의 최전선에 서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는, 누구보다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사회의 위험에 안전장치 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작가 역시 사회의 최전선에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작가그룹이다. 우리가 삶의 지표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예술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옥인 콜렉티브’가 바로 그들이다.

 

김화용, 이정민, 진시우 작가로 구성된 옥인콜렉티브는 2009년 옥인아파트 강제 철거를 계기로 결성되었다. 실제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던 김화용 작가와 몇몇 작가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그룹이 형성되었다. 강제철거와 더불어 ‘작가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은 이들을 뭉치게 했고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이들은 사회의 곳곳에 자리한 ‘옥인아파트’를 찾아다녔다. 정치적 논쟁, 위태로운 생계, 공동체와 개인의 욕심 등 사회에 내포되어 있는 문제들을 수면위로 올렸다. 이에 대한 표현 방식이 우울하고 무겁지만은 않다. 그들 특유의 유희적 요소를 첨가해 우리가 유연하고도 넓은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물음을 던지기를 바란다.

 

어쩌면 예술가로서 필연적으로 떠안고 살아야하는 불안은, 사회 속 다양한 형태의 불안을 그 누구보다 깊게 공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회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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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아파트 프로젝트-옥인동 바캉스, 2009

 

 

해당 프로젝트는 옥인콜렉티브의 첫 시작을 알린다.

 

이들은 강제 철거를 앞둔 옥인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화용 작가를 만나러 갔다. 이 만남은 개발과 삶의 충돌 문제를 고민하는 기점이 되었고 이에 대해 깊게 대화를 나누며 우연하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예술가들이 모였고 이들은 이곳에 남은 주민들과 함께 도시생태계 변화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논했다.

 

프로젝트는 마치 바캉스처럼 1박 2일간 진행되었다. 옥인아파트에 남겨진 물건들을 살피며 떠나간 이들을 추억하고, 미처 떠나지 못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파트 옥상에서 함께 불꽃놀이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바캉스는 분명 기쁨이 담긴 단어이지만 이들의 바캉스는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슬픔, 아픔을 즐거움으로 승화하는 씁쓸함이 공존하는 듯하다. 마치 재개발이 표면적으로는 고급, 친환경을 좇지만 내면에는 여러 사회문제가 얽힌 것처럼 말이다.

 

버려진 공간에 대한 탐색은 사회의 민낯을 만나는 것이었다. 정치, 경제 등 복합적인 이해관계와 맞물려 무기력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포장 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옥인콜렉티브는 개발 과정 속 놓치고 가는 개개인의 삶을 조명했고, 개발을 통해 사라져가는 역사와 이야기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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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 2011

 

 

당시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였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통해 느꼈던 바를 작품화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심각성을 지역 주민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았고, 불안에 떨던 주민들은 신뢰성 있는 정보를 파악할 길이 없자 자발적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상황을 공유하곤 했다.

 

옥인콜렉티브는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에 관심을 보였고, 우리나라는 국민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방어책이 있는가를 조사했다. 실효성 없는 재난 대비 영상, 매뉴얼 등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국민 스스로 우리의 힘을 키우자는 생각 하에 기(氣)체조를 만들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동작은 결국 생면부지의 타인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으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연습에 다름없다.”

 

실소를 자아내는 기체조는 아무도 보호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리고 서로간의 믿음만이 이 우울한 현실의 해결책이 된다고 말한다. 불안정한 사회를 살아내는 방법은 기체조 그 자체가 아니라, 기체조를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고 집단을 이루고 존재를 확인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아마도 우리와 더불어 비탈진 예술계를 걷는 자신들에게도 해당되는 메시지였을 것임을 추측해본다.

 

 

서울데카당스.jpeg

서울 데카당스, 2013

 

 

서울 데카당스는 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사건의 당사자 P는 북한의 한 트위터 계정을 리트윗하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사건에 대해 주변인들은 이러한 판결이 실제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수많은 트위터 멘션을 주고 받고, 북한 트위터 계정 역시 가짜로 꾸며진 놀이 중 하나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 상황에 집중했다. P의 진술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이유는 법정이 P의 태도, 몸짓 등을 왜곡해 인지하거나 법정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그래서 작품은 P가 작성한 진술서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과정에 ‘연기’를 투입하였고 P가 연기 지도자의 도움을 받아 진정성 있는 진술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기록했다.

 

작가는 결과를 수동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제도와 세대 간의 충돌에 집중하였다. 북한을 쉽게 여기는 젊은 세대의 태도 그리고 이 태도에 혼란을 느끼는 제도. 이 간극을 포착해 감상자들에게 보여준다. 또한 P는 이 재판을 통해 ‘성욕 감퇴’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데, 이는 개개인의 사적인 일상에도 분단의 현실이 아픔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옥인콜렉티브만의 해학적 요소와 예리한 접근은 사회 시스템에 질문을 던진다.

 

 

 

예술이 전부인 것 처럼 살았던 삶


 

옥인콜렉티브.png

 

 

내게 옥인콜렉티브는 잔잔한 호수에 용기 있게 돌을 던지는 예술가와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들이 그 누구보다 두려움 없이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극심한 생활고는 이들을 무너지게 했다. 이정민, 진시우 작가는 함께 활동한 예술가들에게 마지막 메일을 보내고 2019년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바보 같겠지만 ‘작가는 작업을 만드는 사람’, ‘예술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메일로 남긴 마지막 인사 중 일부다. 이 대목을 읽고 무력감, 비통함 등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예술가가 자신의 업인 예술을 전부로 하여 살아온게 어찌 바보 같은 것일까. 이전에도 많은 예술인들이 생활고로 세상을 떠났음에도 또 다시 비극이 반복된다. 관련 기사도 대중의 관심도 많지 않다. 우리 사회는 예술인을 어떤 존재로 여기고 있을까. 우리는 과연 예술을 즐길 자격이 되는가.

 

그리고 이들의 죽음은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그들은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꿈꿨지만, 결국 사회는 그들을 덮쳤다. 단단히 굳어져버린 것을 깨트리는 건 애초에 헛된 희망이었던 것일까? 세상과 현실에 대한 원망만이 커져간다. 이들이 사회의 사각지대가 아닌, 자본, 권력과 가까이 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 씁쓸한 생각을 해본다.

 

*

 

사회의 최전선에서 삶을 살다간 옥인콜렉티브. 더 이상 옥인콜렉티브의 생생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남겨진 작품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떠난 이의 진심을 대변한다. 삶의 지표를 잃지 않고 살아가라고 말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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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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