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함께한다는 걸 잊지마 ②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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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함께한다는 걸 잊지마 ① [영화] 와 연결됩니다.
* 영화 <남매의 여름밤>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코로나19로 힘들었던 2020년, 관객들의 유년시절에 따스한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것 같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작년의 베스트 한국 영화라고 생각한다.
<남매의 여름밤>은 신인 윤단비 감독의 작품으로, 극적인 사건 하나 없이 한 여름날의 소소한 일상들이 물 흘러가듯 진행되지만, 전혀 루즈함 없이 관객이 영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한다.
극 중에 나오는 가족과는 아는 사이도 아니며, 사실 실제 인물들도 아닌 데다가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에 남매가 아닌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도 사람들은 쉽게 영화 속 인물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주는 힘은 그 누구에게나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싸운 적이 있었나?
영화는 여름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옥주와 동주 남매,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 두 아이의 고모이자 아빠의 여동생까지 합류하며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특별한 나날들을 다루고 있다. 극 중에서는 두 ‘남매’가 등장한다. 옥주와 동주, 그리고 아빠와 고모.
한창 예민한 청소년인 옥주는 할아버지 집에 얹혀사는 것도 불편하고, 자신의 형편이 변변찮은 데다가, 엄마와는 헤어진 상태고, 좋아하는 남자와는 그다지 진전이 없다. 동생이 엄마 얘기만 꺼내도 학을 떼며 싫어하고, 심지어 엄마를 만나고 온 동주에게 화를 내며 때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가족은 가족이라 그런지, 그렇게 싸운 남매였는데도 동주는 옥주에게 "우리가 싸운 적이 있었나?" 하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 둘의 싸움을 말리던 할아버지와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지나고 보면 사소할지도 모르는 갈등은 가족 간의 애정을 더 단단하게 했다.
고모는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갈라선 것으로 추정되나, 오빠는 그것에 관해 깊게 파고들거나, 동생을 나무라지 않는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동생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어준다.
자신의 삶이 평범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인지, 옥주는 아빠에게 화도 내보고 반항의 행동도 해보지만 할아버지의 생일파티를 즐겁게 보내고, 할아버지의 음악 위로를 받는다. 처음엔 어색했던 할아버지지만, 이제는 온전히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족이 되었다.
가족이 만들어낸...
옥주가 고모에게 할머니(고모의 엄마)가 보고 싶은지 질문을 하는 장면이 있다.
고모는 할머니가 보고 싶고, 그럴 때마다 꿈에 나온다고 했다. 그때 옥주는 자신은 잘 때 꿈을 꾸지 않는다며 고모를 이해 못 하는 듯하지만, 할아버지네 집에서 가족의 포근함을 느끼며 여름밤들을 보낸 덕인지, 아주 행복한 가족의 꿈, 그리고 '엄마'의 꿈을 꾼다.
평범하지 못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외로이 자신의 아픔을 묻어두고 견뎌야만 했던 옥주는, 비록 원래 살던 집에서 나오게 되고 엄마와 함께 살지 않더라도 할아버지, 아빠, 고모, 남동생과 함께 했기 때문에 그 아픔을 이겨내고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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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완전하지 않다. 싸우고 미워하다가도 서로를 믿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완전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미나리>에서 제이콥과 모니카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고, 순자가 제이콥의 가족이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것처럼, 그리고 <남매의 여름밤>에서 옥주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던 할아버지, 아빠, 고모, 동주처럼 말이다.
가족의 구성이 어떠하든, 멀리 떨어져 있든 함께한다는 걸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현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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