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깥에 대한 글쓰기 [사람]

글 입력 2021.03.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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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기고하는 두 번째 글이다. 그리고 난, 두 번째 글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깜박거리는 커서를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다른 무언가-누군가-에 대해 쓴다는 거 엄청 무서운 일이구나.’라고.


친구 J와 나누었던 대화를 종종 떠올린다. J는 다른 친구가 했던 작업물을 보고는 그 주제와 방식이 너무나 미시적이어서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 그 뒤로 나눈 대화로 굳이 분류를 해보자면, 나는 정말 뭐든 미시적인 사람이었고, J는 세상과 작업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무엇이 좋거나 나쁘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다르고, 거기에 우위를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 대화를 나누며 새삼 내 시야가 참 좁다고 느꼈다. 앞선 문장에 무엇이 좋거나 나쁘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그 때 부끄러웠다.

 

내가 미시적인 작업만을 해온 것은 타고난 기질 탓이 크겠지만, 바깥으로 시선을 돌릴 부지런함과 의지가 부족한 탓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깥_03.jpg

블로그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화면을 캡쳐한 것.


 

개인 블로그를 운영한지 햇수로 8년이 되었다. 블로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굴러갔기 때문에, 그 안에는 당연스레 내 얘기만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만 쓰는 데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나 아닌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글을 쓰는 사람(스스로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럽다)들이 글감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은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나는 조금 결이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지금껏 줄곧 내 안으로만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뜩 들어 바깥을 보는 기분이 든다. 뭐가 참 많긴 한데, 반짝거리는 것도 좋은 것도 많긴 한데, 좀 어지럽다.

 


바깥_01.jpg


 

글을 쓰는 건 나의 생각과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기에 적확한 단어를 고르는 일이다. 글은 생각을 차근히 짚고 더듬어가며 소거와 선택을 거친 결과이다. 나의 글은 곧 나를 표현하게 되고, 읽는 사람들은 글과 나를 분리시키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글감은 늘 나 자신이었다. 그나마도 어려웠다. 참, 어려웠다.


나에 대한 내 글을 보고도 상처를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이 글에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지만, 모두에게 무해한 글만을 쓰고 싶었다. 그런 게 있긴 할까? 의심하면서도 욕심을 버리지는 못했다.

 

 

바깥_02.jpg

 

 

이런 상황이니 바깥에 대한 글은 오죽 어렵겠는가.

 

결국 내 안에서 ‘대상’이 되어버리고 말 수많은 사람과 현상들. 그저 존재하는 현상들을 내 안에서 굴절시켜 뚜렷한 단어로 옮긴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어려워졌다. 그런 것들을 떠올리니 내가 자라면서 숱하게 보았던 글과 작가님들이 새삼스레 대단하게 느껴졌다. 모든 망설임과 어려움을 힘차게 건너뛰거나, 하나하나 밟아가며 그런 글을 썼던 거겠지.


그렇다면 나는 감히 건너 뛰어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밟으려 애쓰다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건너뛰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그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바깥을 아주 한참 동안이나 보고, 내 주변에 놓인 것들을 헤아리고 가늠한 후에야 비로소 건너뛸 수 있게 될 것이다. 넘어지는 일도 물론 있겠지만, 그러면 또 툭툭 일어나 차근히 걸으며 준비해야겠지. 나는 이제야 신발끈을 묶고 있다.

 

그리고 느꼈겠지만, 나는 이번에도 결국 ‘바깥에 대한 글쓰기’를 주제로 '나'의 글을 썼다. 바깥에서 글감을 찾지 못했던 일이 글감이 된 셈이다. 앞으로도 나의 글을 읽어주실 누군가가 계신다면 조심스럽게 부탁드리고 싶다. 언젠가 나의 글에서 힘차게 건너 뛴 흔적이 보인다면, 부디 마음으로나마 응원해달라고.

 


[송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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