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나도 당신을 사랑했어요 [영화]

그것조차 사랑이기에
글 입력 2021.03.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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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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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나도 당신을 사랑했어요. 사랑은 미친 짓, 터무니없는 짓을 하게 만들죠. 꿈에도 생각 못 할 일을 하게 만들어요. 스스로 어쩔 수 없게끔 그렇게 돼요."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알렉스는 자신이 짝사랑하게 된 남성 매튜와 그의 연인이자 자신의 친구인 리사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도록 끔찍한 일을 벌인 후, 그 모든 행동이 들통 나자 매튜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상대의 동의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시작된다는 점에서, 그 비극성이 기인한다. 전달되지 않은 진심은 여전히 애틋하고 표현되지 못한 사랑 고백은 들뜬 마음과 함께 조용히 속삭여진다.

 

비로소 상대방이 알아주는 순간의 환희를 향해 우리의 사랑은 움터가지만, 그 사랑에, 그렇게 견고히 쌓아온 그 사랑의 무게에 우리는 철저히 배신당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 사랑엔, 이러한 질문을 내던지지 않을 수 없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정말 그 사람이 맞는 것이냐는.

 

 

 

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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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일을 벌인 알렉스를 매튜의 친구인 루크는 사랑한다. 그녀와 보낸 하룻밤을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 말하고 늘 마지막 순간에 도망치는 그녀를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며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관계임을 앎에도, 끝내 놓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구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자신이 싸이코라 지칭하는 그녀가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임은 끝끝내 알지 못한다. 바로 자신의 코앞에서 그리 사랑스럽게 웃어 오는 그녀가 ‘싸이코’라 꿈에도 생각지 않으며.


사랑이 그의 눈을 멀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이는 인과관계를 뒤집어 놓고 보았을 때 더욱 선명해진다. 애초에 우리의 사랑은 그 대상과 상관없이 진전되며, 감정과 그 대상이 일치할 거란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은 그 대상에 의해 사랑이 싹트는 것 같지만, 실은 감정은 늘 그 대상보다 한 발짝 앞서 간다.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기에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사랑하기에 상대방을 우리의 영역에 들인다. 그래서 결코 가까워짐을 허락하지 않은 알렉스는 루크를 사랑의 희생양 삼는다. 그렇기에 영화 속 비극은 알렉스에 그치지 않고 매튜를 사랑하는 알렉스도 그런 알렉스를 사랑하는 루크도, 모두 사랑이 부리는 장난에 힘없이 농락당한다.

 

  

[크기변환]배우가 된다..jpg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에 사랑은 비극이 되고 사랑 역시 우리가 그것을 알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알렉스는 영화 속 사랑의 비극이 만들어 낸 주인공이자 그녀가 벌인 기행은 그런 점에서 극적일 수밖에 없다.

 

리사가 남긴 편지를 버리고 긴 엇갈림 끝에 리사를 찾은 매튜에게 자신이 그가 쫓은 사람임을 태연히 연기하는 그녀는, 그렇게 극 중 연극배우로서 맡은 사랑하는 남성으로부터 다른 여인에게 청혼하는 것을 도와주란 부탁을 받는 인물이 되고, 무대 밖에서도 절박하고 비참한 감정은 계속된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나도 당신을 사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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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마음이라도 해도 그것은 거짓은 아니며 여전히 잔인할 정도로의 순진무구함을 간직한다. 그래서 알렉스는 자신의 그 모든 끔찍한 행동에 자신이 매튜를 사랑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영화의 제목이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이듯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해서 사랑을 사랑했다고, 그리고 이것마저 사랑이라고.


영화에 끝에 가서 결국, 계속 엇갈린 매튜와 리사는 재회한다. 그들은 다시 사랑을 나눌 것이며, 그 사랑은 애틋하고 또 알렉스에게 있어 잔인할 정도로 완벽하다. 영화는 긴 세월 끝에 비로소 이루어진 매튜와 리사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영화의 의미는 알렉스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은 곧 비극의 시작이자 그 상대를 쫓아가는 과정은 너무나 허무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우리의 사랑이 매튜와 리사처럼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이글은 그녀가 한 사랑도 사랑이라 말하며, 알렉스 행위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의미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사랑이란 마냥 아름다운 모양새만 띨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알기에, 이 글은 이렇게 적힌다. 그리고 자신의 추악함에 눈물 흘릴 수 있음과 그 모든 것을 솔직히 고백했기에, 나는 그녀를 그리 비난하지 않고 싶다. 그녀가 말했듯, 때때로 사랑은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마니까.

 

 

 

있는 그대로 만으로 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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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매튜는 한눈에 반한 리사에게 “사물이 아름답기 위해 특별해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평범한 것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아름다워 보이려면, 그리하여 사랑받기 위해선 있는 그대로 만은 되지 않는다. 가령 오랜 시간 품어왔던 사랑을 맺기 위해 자신을 속여 낼 수밖에 없었던 알렉스의 경우처럼.

 

 

[신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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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Kyj
    • 늘 아름답고 달콤한 사랑을 다룬 영화만 보아왔는데, 사랑의 비극적이고 잔인한 모습을 다룬 영화는 처음이라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매튜와 리사가 결국은 다시 만난다는 결말에서 이들에게는 사랑이 행복이고, 알렉스에게는 비극인 것을 보아 다시 한번 사랑의 양극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이 두개의 선택지로만 결말을 맺었던 많은 사랑 영화들과는 달리, 사랑의 주체인 연인의 입장이 아닌 제3자인 알렉스의 입장에서 결말을 바라보게 되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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