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제주도를 즐기는 소소한 방법

제주에서 벌써 네 번째 - 2부
글 입력 2021.03.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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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제주에 방문하면서 들린 세 곳의 미술관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번 편에서는 4일간의 여행 중 인상 깊었던 먹거리와 장소들을 통해 제주를 어떻게 즐겼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여행의 감성과 낭만을 한 단계 높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실행한다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란 절대 복잡한 것이 아닌 서사에 살을 붙이듯, 그림을 그리듯 단순한 문장 이상으로 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그저 '바다를 볼 것이다'라고 계획하는 대신 '해가 질 무렵 바다를 보면서 따뜻한 샌드위치를 먹고 캔맥주를 마시며 친구들과 떠들 것이다'라는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두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대체로 상상보다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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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시의 계획은 내가 실제로 실행했던 계획 중의 하나이다. 여행 셋째 날, 제주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후 잡은 숙소가 금능해변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저녁을 먹기 전 산책 겸 나서서 노을을 보고 왔다.

 

가는 길에 있었던 '금능샌드'는 테이크아웃 전문 음식점으로 파니니, 샌드위치, 수프 등을 파는 조그마한 장소인데, 이곳에서 콰트로 치즈 파니니를 포장하여 해변으로 나섰다. 신발을 신었지만 발바닥에 느껴지는 고운 모래 입자의 촉감, 파도치는 바다의 소리와 풍경이 주는 마음의 동요, 모두 좋았지만 역시 기억에 남는 것은 바닷가에 친구들과 모여 앉아 바다를 모여서 파니니를 먹었던 것이다.

 

차가운 공기와 바닷바람이 오히려 갓 만든 뜨거운 파니니의 맛을 더 즐길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한쪽씩 나눠 먹으면서 역시 바다가 좋다는 실없는 이야기부터 고민섞인 한숨과 서로를 위로하는 말들이 오가며, 그렇게 바다를 보고 돌아왔다.

 

거의 대부분의 제주 바닷가를 돌아봤던 나로서 금능해변의 풍경은 꽤나 좋은 편에 속했다. 굉장히 감성적인 편에 속한달까, 사진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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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는 저녁을 항상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기에, 식당은 몇 군데 들리지 못했다. 인근 시장이나 마트에 들려 재료를 사고 함께 만들어서 먹었다.

 

제주도는 제철마다 잘 나오는 해산물들을 공략해서 먹는 재미가 있는데, 내가 여행 중일 때에는 딱새우가 정말 여기저기 있어서 회로 먹거나 쪄서 먹거나 여러 방식으로 한없이 딱새우를 먹었다.

 

마지막 밤에는 바베큐파티를 열어 흑돼지를 구워 먹었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이전에 SNS에서 유명한 식당에 가서 흑돼지를 먹은 적도 있었지만, 하나로마트에서 직접 고기를 사서 먹은 쪽이 더 저렴하고 맛있었달까, 육류나 해산물은 그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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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가면 시장에 관한 이야기가 또 빠질 수 없는데, 가장 크게 열리고 관광객들이 접근하기 좋은 곳은 북쪽 제주시의 동문시장, 남쪽 서귀포시의 매일올레시장 두 곳이 있다. 규모는 동문시장이 훨씬 큰 편인데, 사람이 더 많고 구조가 더 복잡한 편이기도 하다.

 

평소 시장 구경을 좋아하고 시간을 쏟으며 돌아보고자 한다면 동문시장을 추천하겠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보고 싶다면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요한 먹거리나 살거리들이 충분히 있고, 구역이 깔끔하게 나뉘어 있어 돌아보기도 좋다.

 

한 가지 더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매일올레시장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88버거'이다. 흑돼지 패티 수제버거를 주력으로 팔고 있으며, 서울의 일반 수제버거 집들과 비교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푸짐한 버거와 음료, 감자튀김을 세트로 즐길 수 있으며 맛은 조금 강한 편이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자극적인 쪽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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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상당히 토속적인 제주의 맛을 즐겨봐야 또 잘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소개하는 장소는 바로 '골막식당'과 '금능자갈'이다. 먼저 '골막식당'은 제주도 음식으로 잘 알려진 고기국수를 하는 식당으로 제주시 쪽에 있다.

 

단일메뉴로만 운영하고 있으며 기본육수를 선택할 경우 간이 되지 않은 상태로 제공되며, 두꺼운 면에 파와 당근, 후추 등으로 깔끔하게 맛을 냈다. 약간 사골국을 연상시키는 국물 맛인데, 국물만 먹으면 조금 짜게 느낄 수도 있으나 면이 짬뽕면처럼 약간 두께가 있어 함께 먹을 때에는 적당하며 요청해서 육수 간을 맞출 수도 있다.

 

그만큼 맛있게 먹기도 했지만 다음에 방문한다면 고기 곱빼기를 시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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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소개할 '금능자갈'은 정말 로컬 플레이스라 할 수 있는 곳인데, 몸국과 정식 위주로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갈치정식을 시켰는데, 그래도 몸국 맛은 보았다.

 

몸국은 고기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해장국 류의 음식인데 그 맛을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칼칼함과 얼큰함을 가지면서도 단조로운 맛은 아닌, 오히려 추어탕처럼 걸쭉한 국물이 있는 복잡한 맛을 소유하지만 확실히 한 번쯤 먹어볼 가치가 있는 음식이다.

 

갈치정식은 갈치구이 두 토막과 몇 가지 밑반찬이 콩나물국과 함께 나오는 메뉴인데, 아침에 먹으니 정말 든든한 식사가 되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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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섬이지만 푸른 자연의 풍경도 감상하기 참 좋은 곳이다. 올레길이나 오름의 가짓수가 상당히 많아 골라서 정복하는 재미요소도 있다.

 

이번엔 궷물오름이라는 오름을 다녀왔는데, 비교적 난이도가 쉽고 오르는 시간도 짧아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름의 정상을 찍고 나서 조금 내려오면 한 초원으로 이어지는데, 이 풍경이 매우 기묘할 정도로 동화 같고 아름답다.

 

원래 목초지로 이용되던 땅이라 관광객의 잦은 출입으로 종종 폐쇄되는듯하나, 내부까지 들어가지 않고 앞에서 풍경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는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탁 트인 풍경 앞에 서있으면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노루가 뛰노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으니 관찰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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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족스러웠던 장소를 꼽자면 나는 무조건 '서귀다원'이라 말할 것이다.

 

이 다원은 한라산 백록담을 뒤에 두고 녹차 밭이 펼쳐지는 장관을 품고 있어 참 예쁘고 걷기도 좋다. 다원 내부에는 차를 시음할 수 있는 고즈넉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어린잎으로 만든 우전녹차와 5년 숙성된 황차를 마셔볼 수 있다.

 

우전녹차는 차향이 확 퍼지며 깔끔한 맛이 나고, 황차는 약간 단맛이 났다. 같이 제공되는 다과는 제주 귤을 껍질까지 그대로 설탕과 물엿으로 졸여 만든 것인데 깨물면 입안에서 달달하게 녹아내려 차와 잘 어울렸다.

 

서귀다원은 분위기 자체로도 특별한 곳이 될 것 같았는데, 좋은 경험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원픽 장소였다. 다음엔 과연 언제 여행을 가게 될까, 어서 이 팬데믹이 끝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길 고대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제주도의 또 다른 행복을 발견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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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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