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 그리고 모두에게 선물하는 위안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글 입력 2021.03.0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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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면 일단 거부감부터 들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주입식 교육에 의한 국어 시간의 시 분석은 정말 재미가 없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하고, 시가 쓰여진 시대상을 알아야 하고, 단어와 시구 사이에 숨겨진 뜻을 알아야하고 그걸 또 외워서 시험을 봐야되는 것이 너무 싫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그래도 줄글로 풀어져있는게 이해하기는 더 쉬웠던지라 소설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대학교에 가서도 '독일시' 라는 전공 교육이 있었는데, 그다지 그렇게 재밌게 듣지도 못 했다(무엇보다 너무 어려웠다).


그러던 내가 트위터에서 팔로우하는 '소녀봇'이라는 계정에 의해 요즘 시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냥 문구가 예뻐서 자동으로 올라오는 내용들을 종종 보곤 했는데, 그날따라 문득 너무 맘에 드는 문장이 있었다.

 

"어느 책에 나온 구절이지?"하고 검색해보았는데, 다름 아닌 시 구절이었다. 솔직히 가만 보면 별 것 아닌 간단한 문장인데, 작업 멘트쪽으로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올 수 있는 문구인데도 시 구절로 이를 맞이해보니 너무나도 예뻤다.

 

 

조병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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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도서는 안타깝게도 내가 보고자 했던 현대시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시 작가분들도 다 외국 작가였다. (국내 명시 114편을 담은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라는 시집도 있던데, 이 책도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 그래도 학창시절처럼 뭘 외우거나 하지는 않아도 되다 보니 읽는데 편안했다.

 

엮은이가 시 마지막에 작가와 시에 대한 간단한 설명들을 해주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누가 나무를 제일 사랑하지?>


누가 나무를 제일로 사랑하지? "나예요" 하고 봄이 말했다.

"내가 나무에게 아주 예쁜 나뭇잎 옷을 입혀주거든요."


누가 나무를 제일로 사랑하지? "나예요" 하고 여름이 말했다.

"내가 나무에게 하얗고 노랗고 빨간 꽃을 피워주니까요."


누가 나무를 제일로 사랑하지? "나예요" 하고 가을이 말했다.

"난 맛있는 과일을 주고 화려한 단풍을 입혀준단 말이에요."


누가 나무를 제일로 사랑하지? "내가 제일로 사랑하지요"

추운 겨울이 대답했다. "나는 나무에게 휴식을 선물하니까요."


- 앨리스 메이 더글러스

 

 

책에 담긴 시 중 가장 맘에 드는 시, <누가 나무를 제일 사랑하지?> 사실 그 누구도 겨울이 나무를 사랑하리라고는 생각을 잘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무라 함은 일반적으로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는 식물인데, 겨울이 되면 그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겨울은 삭막하고 춥고 어쩐지 배제당하는 느낌이 많이 드는 계절이다. 그런 겨울이 사실은 나무를 제일 사랑하여 휴식을 선물하는 거였다니. 발상의 전환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내가 겨울 자체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다보니 겨울에게서 찾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모에 더 시가 끌렸던 걸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 제목이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였지만 외려 사랑보다는 교훈적인 의미를 더 많이 받았다. 대목차 이름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살아남은 자의 슬픔', '서러워 마라 머지않아 때가 온다' 등, 많은 시를 읽고서 삶의 위로를 더 많이 받았다. (이 부분은 나의 편견일 수도 있는데)

 

시들이 전부 해외 시라 그런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도 그렇게 힘들었구나, 그래도 극복해냈구나, 그리고 그걸 알려주기 위해 이 시를 쓰고. 그걸 읽은 나도 그들처럼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의 연쇄. 내가 지금 힘들어도 '괜찮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3


 

짧은 문구 안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담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물론 소설처럼 쓰여진 시도 많지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런걸까 나는 짧게 쓰는게 어렵다. 편지도 쓰다보면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한 장을 넘어 두 장 가까이를 쓰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 짧은 한 줄을 보고 마음에 탁 와닿는 느낌이 왠지 뭉클하다.

 

그게 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시가사랑을 입체사진.jpg

 

 

가격

14,500원

 

엮은이

나태주

 

펴낸날

2021년 1월 29일

 

분량

264쪽

 

분야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명시모음집

 

ISBN

979-11-91209-80-8  03810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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