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이 되고 싶은 작은 물고기 - 벼랑위의 포뇨 [영화]

내 어린시절 공상을 차지하던.
글 입력 2021.03.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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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막 기분이 몽글몽글하고 그냥 좋아지는 영화.

 

다들 이런 영화를 한 편쯤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미 외워버린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

 

영화를 좋아하는 아빠 덕분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영화나 만화의 DVD를 쌓아두고 보곤 했다. 그리고 그 중 지브리 사의 만화영화들은 신작이 나올 때 마다 빠짐없이 우리 집 티비장에도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히메,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만화영화들을 대사를 거의 외울 수 있을 만큼 많이 봤다.

 

이 작품들은 해리포터 시리즈보다도 더 먼저 나를 판타지의 세계로 처음 데려갔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통통 튀는 상상력은 항상 환상적인 기분을 안겨줬고, 그 판타지적 공간들은 어린 나의 마음을 둥둥 뜨게 했다.

 

나는 밤마다 해일로 작은 집이 섬처럼 변하고, 물로 가득 찬 발 밑에 물고기들이 살랑살랑 떠다니는 예쁜 장면들을 상상했다.

 

그 중에서도 어쩐지 오싹하거나 진지한 분위기가 있던 다른 영화들과는 보다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벼랑 위의 포뇨’는 아직도 종종 심심한 나의 선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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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도 영화를 한 번 더 틀었다. 귀여운 ost와 등장인물들, 그리고 아름다운 색감들에 마음이 환해지는 기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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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은 귀여운 어린 아이 얼굴을 한 물고기, 아주 아주 귀여운 ‘포뇨’다.

 

바다의 신인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포뇨는 마법을 쓸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따분한 바다 생활에 싫증을 느낀 포뇨는 몰래 동경해오던 육지로 가출을 시도한다.


그런데 가출 도중 쓰레기로 가득 찬 그물에 휩쓸려 작은 유리병에 갇혀버리고, 그 때 벼랑위에 사는 소년 ‘소스케’가 포뇨의 구출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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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포뇨는 육지생활을 시작하지만, 포뇨의 아빠에 의해 며칠 만에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했다.

 

포뇨의 아빠 ‘후지모토’는 원래 인간이었으나, 끝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행태에 환멸을 느껴 바다의 주인이 되기를 택한 인물이다. 그의 목표는 인간 시대가 종말하고, 캄브리아기를 되찾는 것. 그래서 인간을 몰아내고자 하는 포뇨의 아빠는 포뇨를 꼭 데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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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세계와 사랑에 빠진 포뇨는 금세 다시 탈출을 감행한다.

 

소스케가 상처로 흘린 피와, 아빠가 언젠가의 목표를 위해 바다의 힘을 모아둔 우물의 마법 약을 흡수한 포뇨는 인간이 되어 바다를 탈출한다. 포뇨와 같이 마법약을 흡수한 동생들이 포뇨의 탈출을 도왔다. 포뇨가 마을에 나타나자, ‘인면어가 나타나면 마을에 해일이 온다’는 요양원 할머니의 예언처럼 마을에는 태풍이 불기 시작한다.


포뇨가 소스케를 만나러 가는 길은 행복감이 가득한 여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을 주민들에게는 재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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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물에 잠긴 마을. 요양원에서 일하는 엄마는 할머니들을 지키러 갔고, 포뇨와 소스케는 작은 보트를 타고 엄마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은 포뇨가 온 바다에 퍼트린 마법약이 만들어낸 고대의 물고기들이 가득해 묘하게 신비롭다.

 


영화의 결말은,


엄마와 요양원의 할머니들은 신비한 보호막 안에서 무사히 지내고 있었다. 막 안은 포뇨의 엄마 아빠가 만들어낸 마법의 힘이 작용하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소스케는 포뇨의 엄마를 만난다.


포뇨의 엄마는 포뇨가 인간이 되려면 포뇨의 진짜 모습을 알고도 좋아해 주는 아이가 필요하다며, 가능하겠냐고 묻는다. 실패하면 포뇨는 물거품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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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포뇨는 인간이 된다.

 

*


영화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주 심오한 의미를 숨겨두는 사람이고, 그의 영화에는 항상 어른들에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스토리에서 우리는 더 깊은 의미를 찾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영화가 재난으로 인한 사후세계를 그리는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그냥 해피엔딩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 이유는 내가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던 행복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순수한 사랑이 담긴, 그리고 포뇨로 대표되는 자연이 결국에 인간과 화해한다는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의미를 가진 장면들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를 기분 좋게 할 것 같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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