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툰 사랑 이야기 - 해변의 에트랑제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널 좋아한다고
글 입력 2021.02.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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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슌 (cv. 무라타 타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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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나 미오 (cv. 마츠오카 요시츠구)

 

 

 

서툴러서 귀여운 사랑의 모양



소설가 지망생 ‘슌’은 어두운 해변의 지평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미오’가 신경 쓰인다. 슌은 미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어두운 해변 너머 무엇이 보이는 것인지’


슌이 머물며 일을 도와주는 카페 겸 민박 주인 할머니에게 미오의 정체를 물어본다. 미오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카페에 자주 찾아왔지만 최근 어머니를 잃고 해변의 벤치에 앉아 있은 지 꽤 되었다고 말해준다. 슌은 미오를 지나칠 수 없었다.

 

어설프지만 용기를 내어 미오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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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가족, 어머니를 잃고 자신을 쳐다보는 동정 어린 시선에 진절머리가 난 미오는 슌 또한 자신을 동정하기 때문에 다가온 것으로 생각하고 매몰차게 무시한다. 그러나 슌은 동정이 아닌 순수한 호감으로 다가온 것을 깨닫고 미오는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치유한다.


점차 웃음을 찾고 밝아진 미오는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보육원에 가게 된다. 슌은 당황하며 그를 잡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 슌에게 미오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섬을 떠난다.


“슌은 내가 돌아와서 귀찮아졌어?”

 

3년만에 슌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온 미오는 한층 성장해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슌에게 좋아한다며 고백을 했지만 슌의 반응이 이상하다. 고백 이후 미묘한 거리감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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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에게는 쉽사리 미오의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아픈 기억이 있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호모 같다며 놀림 받았던 기억,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했던 기억, 그리고 부모님의 압박으로 소꿉친구와 결혼하기로 했지만, 결혼식 당일, 도망쳐 가족과 절연한 기억이 슌을 괴롭힌다.

 

슌은 미오처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상대를 받아들기엔 상처가 많다. 그래서 슌은 미오를 밀어낸다. 슌의 과거의 아픈 기억은 미오의 순수한 사랑을 믿지 못한다. “너는 여자를 좋아하니까 나를 좋아하지 말고 여자를 좋아해” 슌의 말에 미오는 상처받는다.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어.

같이 있고 싶으니까.”

 

그러나 미오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슌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다. 떨어져 있던 3년의 시간 동안 충분히 고민한 마음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 그리고 동성을 좋아한다는 거리낌은 슌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다 사라질 수 있었다. 슌은 미오의 마음을 믿어보기로 한다.

 

그렇게 둘은 서툴지만 귀여운 사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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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매우 서툰 인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는 생각으로 미오의 마음을 밀어내기만 한다.

 

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가 동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이유밖에 없다. 타인과 다른 것은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 뿐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가 잘못된 것이라 손가락질한다. 그래서 슌의 사랑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그의 사랑은 숨겨야 하고 들키면 안 된다.


미오는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올곧게 직시한다. 그것이 비록 타인의 눈에는 질타받는 사랑이라 해도 미오는 마음이 향하는 대로 표현하고 표출한다. 미오는 가족을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진 인물이다. 이 기억은 미오에게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곁에 있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숨기거나 감추지 말고 표현해야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슌과 미오의 사랑은 각자 자신이 가졌던 아픈 상처와 기억을 치유해 준다. 미오는 어머니를 잃고 어두워진 자신의 성격을, 슌은 동성을 좋아하는 자신도 사랑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다. 이 둘의 사랑은 서툴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반짝이는 파도, 반짝이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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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외딴섬을 배경으로 소설가 지망생 슌과 엄마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소년 미오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해변의 에트랑제>.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와 <극장판 기븐>의 제작사 Blue Lynx에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세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반짝이는 파도의 물결과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귀여운 등장인물을 그려낸 작화는 눈이 즐거웠다. 그러나 슌과 미오의 사랑, 가족의 의미 그리고 동성간 사랑에 대한 고민과 방황을 담아내기에 59분이라는 상영 시간은 짧았다. 개인적으로 미오의 3년간 고민했던 시간을 영화에 담아줬다면 작가가 그려내고 싶었던 둘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가 더 깊이 다가왔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반짝이는 여름 해변에서 그려낸 슌과 미오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사랑의 결실은 그 사실만으로 얼마나 반짝일 수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널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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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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