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만났다.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글 입력 2021.02.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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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나태주가 국내 명시 114편의 눈부신 위로를 담은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에 이어, 해외 명시 120편의 가슴 벅찬 감동으로 엮은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를 펴냈다. 시보다 더 시적으로 다가오는 '나태주만'의 청량한 시적 감성을 해설로 담았다.

 

시인 나태주는 말한다. 계절이 바뀌면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아니다. 바람이 계절을 바꾼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자연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래, 기다려보자. 언젠가는 좋은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오직 이 한마디를 중얼거려 본다. (보도자료 中)


 

그리고

아직도 홀로 외로운 당신을 위해 _ 나태주

 

울고 있을 당신을 위해서 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기도하고 있을 당신을 위해서 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먼 길 떠나는 당신을 위해 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모은 시들은

울고 있는 당신을 대신해서 울어줄 시들입니다.

기도하는 당신을 대신해서 기도해줄 시들입니다.


먼 길 떠나는 당신과 동행해줄 시들입니다.

일찍이 나는 이러한 시들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울음을 달랠 수 있었고

더욱 좋은 기도를 드릴 수 있었으며

떨리는 다리에 힘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약해지지 마 _시바타 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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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도요는 일본의 할머니 시인이다.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라는 문구 하나가 내 마음에 걸려 들어왔다. 나도 그랬는데, 그래도 어떠했어, 라는 문체는 시에서 드물기에 더 와 닿아 가깝고도 편하게 느껴졌다. 왜일까.


「약해지지 마」는 말하듯이 썼다. 하긴 시의 첫걸음이 '말하듯이'다. 문자언어보다 음성언어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시가 순하게 다가온다. 처음엔 아들에게 '편지 쓰듯'이 시를 썼다고 한다. 그것이 또 시의 본령이다. 호소와 고백이 다시금 시의 첫걸음이니까. 이런 시를 통해 시인의 삶과 함께 우리는 좋은 느낌, 바로 희망을 얻는다. -19p

 

음성언어여서, 삶을 오래 살아온 어른의 이야기여서 좋았던 거다. 괴로웠어도, 삶을 긍정하는. 나는 이런 어른의 모습을 좋아하고,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서였을까. 자신이 선택한 삶을 후회하는 듯 살아가는 n년차 사회인인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그의 당당하지 못한 모습에 난 의아했고, 마음이 찌뿌둥해졌었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고백하던 모습에, 뭔지는 몰라도 ‘저런 마음은 적게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느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그 ‘때’가, 그의 ‘괴로운 일 많았지만’의 시기였으려나. 시바타 도요의 시선에선 그도 어린애일 테니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고, 아직은 노인이 되지 않아서 ‘삶의 긍정’을 할 줄 모르는, 할 때가 오지 않은 사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동시에, 즐거워하는 어린 학생을 보며 ‘참 티 없이 해맑구나, 난 죽겠는데.’ 생각하던 내가 떠올랐다.

 

맹한 내 표정을 읽은 학생의 얼굴은 n년차 누군가를 보며 지었던 내 표정과 같은 표정이었던 것 같다. 이제 보니, 그와 나는 다를 거 없었다. 나도 괴로웠던 시기에 그런 표정을 지었듯, 그도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삶의 끝에는, 끝내 ‘좋았더라.’ 말 할, 시바타 도요와 같은 시선과 생각이 자리하길 바라본다.


 

 

네 가지 물음 _ 크리스티나 로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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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한다. 독백이다. 혼자 있을 때에도 침묵하고 있을 때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속으로 묻고 답한다. 외로움의 증거. 아니, 살아 있음의 증거다. - 82p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반박할 수 없는 ‘진짜들’이다. 바위가 무거운 줄 알았는데, 바다 모래가 더 무거운 것일 수 있다. 젊음이 약하다 하니, 손대면 아스러져 버리는 한 줌의 모래성 같이 느껴진다.

 

짧은 시를 읊는데도 바늘처럼 찌르는 느낌과 깊은 울림을 받는다. 짧고 약한 ‘오늘의 젊음’을 살아가며, 때때로 깊고 무거운 ‘슬픔과 진리’를 경험하기도 할 터이다. 네 가지 물음과 답을 모두 가지고 삶을 살아가며, 갖고 있음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에 독백의 시간이 있던 거구나. 이 시를 보고 나는 되레 내게 반문한다. 그럼 반대로 가벼운 건? 긴 건? 강한 건? 얕은 건? 심심풀이로 생각해봤다. 가벼운 건 입과 말, 깃털. 긴 건 악몽을 꾼 새벽, 잠 못 이루는 밤. 강한 건 뿌리와 고집. 얕은 건 일회성 관심사.

 

 


편도나무에게 _ 니코스 카잔차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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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탁월한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외울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도 한 그루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는 듯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신성을 느낀다. 좋은 일이다. - 93p


나태주 시인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환해지는 느낌, 그 어떤 신성의 느낌, 좋은 감정. 천국이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꽃이 활짝 피는 것, 열리는 것.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예찬처럼 느껴진다.

 

활짝 열린 커튼에 빛이 쏟아지고, 활짝 웃는 얼굴에 아름다움이 솟아나고, 활짝 열린 나무와 열매에 파릇함과 싱그러움이 돋아난다. 주변에 피고 지는 것들이 얼마나 변화무쌍하고 신기한지 모른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시를 통해 이렇게 또 한 번 주변의 널린 천국을 음미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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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속 시와 나태주 시인만의 따뜻한 인사이트 덕에 ‘사랑을 만났’다. 물음과 따스함, 사랑으로 귀결되는 여러 감정을 시를 통해 만나고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을 두드린 위 세 편의 시를 포함한 120편의 명시가 담겼다. 생각을 피워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 바람이 계절을 바꾸듯 곧 좋은 날이 온다 -
 

엮은이
나태주

출판사 : &(앤드)

분야
외국시
명시모음집

규격
117*198㎜

쪽 수 : 264쪽

발행일
2021년 01월 29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91209-80-8 (03810)

  
풀꽃 시인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43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 생활을 마친 뒤, 시작에 전념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등단 이후 50여 년간 끊임없는 창작 활동으로 수천 편에 이르는 시 작품을 발표해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 시인이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집, 산문집, 동화집, 시화집 등 100여 권이 있으며 공주문화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유심작품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공주에서 공주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 해외풀꽃시인상, 공주문학상 등을 제정·시상하고 있다.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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