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셨나요?

북촌 어둠속의대화
글 입력 2021.0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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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눈을 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를 즐긴다. 내 나름의 휴식이다. 잠을 자는게 아닌 그저 눈을 감고 있는 것, 그 자체로 피로가 풀린다. 눈을 감으면 세상이 온통 깜깜해진다. 하지만 그 상태가 한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나는 어떻게 느낄까?

 

아마 두려울 것이다, 보지 못해서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도 없다, 거동이 불편할 것이다. 너무 어두워서 답답할 것이며, 숨이 가빠올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편안할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은 보는 것 투성이다. 보는 것에 선택권이 없는 우리는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내가 정말로 어둠 속에 오래 있다면 어떻게 느낄까?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전시는 상상할 수 없다. ‘눈 앞이 깜깜한데, 어떻게 전시라고 부를 수 있지? 우리가 생각하는 전시는 눈으로 직접 보는 건데..’ 라고 생각했다. 정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전시가 존재한다. 바로 북촌의 '어둠 속의 대화'이다.

 

내가 이 전시를 보러 간 계기는 단순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게 궁금해서. 그리고 제목이 왜 어둠속의 대화인지도 의아했다. 전시를 보기 전에 예상해봤다. 아마도 관중들은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돼있고, 작품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관중들 서로의 의식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등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전시 후기들을 보아도, 깜깜하다는 리뷰와 로드마스터가 이끈다는 게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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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어둠 속의 대화 건물에 도착했다. 나는 전시를 혼자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한 표만 예매했다. 전시는 사전 예약제이며, 최대 인원이 8명이었다. 전시 소요 시간은 100분이라고 나와있었는데, 100분 동안 어둠 속에 있다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버틸 수 있을까?

 

사물함에 전시장 안에 들고가지 못하는 가방, 휴대폰, 시계, 안경 등을 넣어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를 보는 동안 손 안에 폰을 쥘 수 없다니, 꼭 헐거 벗은 느낌이었다. 내가 예약한 시간에는 나 외에 두분 일행이 있었고, 그렇게 우리 3명은 전시장으로 입장했다.

 

안에 들어가자 마자 나는 정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보통 외부의 색깔에 따라 눈을 감더라도 어둠의 색깔도 바뀌는데, 이 전시장은 그냥 깜깜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우리, 즉 관중은 아무것도 볼 수 없기에, 로드마스터라는 전시 가이드님께 의존해야 됐다. 그분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움직이고, 서로 대화를 했다. 그렇게 나는 홀로 갔지만, 3명의 사람들과 소통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처음 보지만, 어둠 속에서 우리의 말문은 트여졌고, 목소리만으로 친밀감을 느꼈다. 정말 눈 앞이 깜깜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시력은 쓸모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지고, 그 외 다른 감각 청각, 후각, 촉각 등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보았다. 보였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던 물건들도, 다른 감각으로 보니 색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는 너무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닐까, 보는 순간 바로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의 비중이 시력에만 치우친 게 아닐까?


이 전시의 제목은 어둠 속의 대화이다. 항상 보는 것을 통해 상대방에 대해 편견을 세우고, 대화를 단절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는 낯선 사람이라도 조금의 용기를 내어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어둠 속이라도 대화라는 소통을 통해 상대방의 형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보는 것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다른 사람과 대화로 소통하고 싶다면, 북촌 '어둠 속의 대화'를 추천한다.

 

 

[최원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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