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의 작은 여행

글 입력 2021.02.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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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일상을 잃었다.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은 당연한 것이 되지 못하는 시대를 살아온 지도 어언 1년이 더 지나간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운동하는 것, 여행 가는 것 등 무엇 하나 자유롭지 못한 나날들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여행 가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오죽하면 집안에서 여행 가는 것처럼 속여만든 동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코로나의 시작 이후 여행과 멀어지게 된 우리의 일상에 작은 위로를 전해주는 전시회가 있다. 데이비드 자민의 전시회이다. 데이비드 자민의 New journey라는 전시회는 시원해 보이는 파란 색채의 인물이 포스터에 크게 그려져 눈길을 끄는 것이 특징으로 여행을 테마로 하고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리운 요즘 상황에서 이를 주제로 한 전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자민은 이 전시회를 통해 삶 속의 자연스러운 기쁨, 일상 속의 행복을 담아내고자 했으며 그러한 그의 목표는 그림에 뚜렷하게 담겨있다. 코로나로 인해 그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할 수 없는 전시를 한국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기뻐했던 그의 감정 역시 그대로 전해진다.

 

 

 

Day 1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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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곳을 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의 설렘과 준비하는 과정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한다. Day 1에서는 여행의 시작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움을 찾아떠나는 여행, 그리고 이내 새로움 속에서 피어나는 익숙함. 여행을 기다렸던 마음, 기다리며 설레했던 마음들이 떠오르는 시작이다.

 


새.PNG

 

 

그의 그림에서 가장 큰 특징들을 꼽으라면 하늘빛 색감, 새, 어린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Day1에서 제일 먼저 새 그림을 볼 수 있다. 생명을 중시하고 사람, 삶을 관찰하는 자민은 자연의 모습을 끊임없이 등장시킨다. 그의 특징인 화려한 색감은 첫 시작인 새의 모습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Day 2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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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시작되고 우리는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곳으로 발을 디딘다.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으로 떠났을 때, 새로운 곳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커다란 광장일 것이다. 바쁘게 걸어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종종 보이는 동물들과 끊임없는 움직임과 큰 소리들. 익숙했던 곳이 아니지만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새 이 새로운 곳도 익숙해지곤 한다. 자민은 Day 2에서 이러한 모습을 담았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음악소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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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화려한 색채는 무엇보다 활동적인 광장과 잘 어울리는 듯 했다.

빨간 피아노,

몸을 움직이는 화려한 사람들,

눈길을 끄는 강렬한 색채,,

움츠려있는 우리의 일상에 활기를 부어주는 듯하다.

 

Day 2의 또 다른 테마는 Dandy이다. 패셔너블하고 활기 넘치는 남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려하고 과감한 색에 분명한 선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보는 우아함을 연출하며 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었다.

 

여기서 자민은 "내가 정말 관심을 갖는 지점은, 바로 인간의 제스쳐입니다. 그 제스쳐가 어떤 방식으로 이 세상의 사회 속에서 작동되는지, 무엇보다도 이런 제스쳐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주변 환경에 어떻게 투영되는가, 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두 문장만 봐도 그가 얼마나 인간이라는 존재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Day 3로 넘어가기 전에 전시회장을 돌아보면 일반 그림 전시장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대부분의 그림 전시회를 가보면 벽지색이나 벽 가까이에 붙여둘 수 있는 소품들을 이용하여 전시장을 꾸미는 경우가 많은데, 자민의 전시는 한 가운데에 나무와 자전거, 표지판, 의자가 있는 등 실제 광장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는 생각이 드는 소품들이 많이 있었다. 실제로 전시장에 그림을 주변으로 앉아있을 수 있는 곳도 준비되어 있었다.

 

 

 

Day 3 그 안에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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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로 넘어가면서 여행의 시계도 해가 저물어갈 때쯤으로 넘어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던 광장에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낮의 열기는 식는다.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리'도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찾아온다. '우리'는 함께일 수도 있고 어쩌면 혼자일 수도 있다.

 

숙소로 돌아와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오롯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때, 우리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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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의 주요 테마는 Introportrait이다.


실제로는 존재하는 않는 말, 내면 자화상.


자민의 전시를 끝까지 다 보고 나가는 문을 밀며 이 전시에서 포인트는 이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인터넷 플랫폼이 발달한 요즘 우리는 진짜 우리의 모습보다는 보이는 모습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다. 인터넷의 발달도 지속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막힌 일상 역시 지속되고 있다. 묘하게 반대적인 이 상황. 밖에 나가서 근사한 모습을 남기고 업로드하는 게 전만큼 자유롭지 않은 이 시점에도 SNS는 여전한데, 우리는 코로나로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어쩌면 이 시점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지금 보이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여행을 가서 돌아보는 내 모습과 일상 속의 내 모습 모두가 떠올랐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어떤 모습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끔 하는 화두를 던지는 그림의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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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자화상은 작가에게 이상적 얼굴로 그 어떠한 바운더리도 없다. 특정인물도 아니며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고자 아무도 모르는 어떤 한 얼굴일 뿐이다. 그는 내면 자화상에 대하여 이는 내적 자기 성찰과 자화상의 옹축이며 어는 한 시점의 영혼을 드러내어 표현하는 총체라고 설명했다.


내면 자화상에서 보이는 그림의 특징은 캔버스에 꽉차는 인물의 눈을 감고 있는 모습, 색이 다른 윗입술, 턱 쪽에 위치한 점이다. 인물은 성을 확신할 수 없다. 그는 내면자화상을 그릴 때 일부러 성별을 구분하지 않아 보는 이들이 판단하게 하였다.

 

이런 특징은 관람자로 하여금 그림을 자신의 모습과 상황에 맞게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좋은 의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Day 4 원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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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은 담은 마지막 섹션 Day 4. 다른 섹션보다도 위로와 응원을 담고 있는 부분으로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이 지루해서 떠난 여행, 반복되는 것을 깨고 환기를 주고자 시작하는 여행이지만 결국 여행의 끝무렵에는 다시 평소의 일상을 그리워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는, 익숙함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코로나 여행을 온 것이 아닐까. 평범한 일상이 지겹다고 생각해오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 여행을 통해 일상의 평범함의 소중함을 느끼고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원치 않는 위험한 여행이지만 당연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가슴 깊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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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부분이라 그런지 그 어떤 섹션보다도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실제로 자민이 사용했던 팔레트와 물감이 있었고 그의 사진이 액자로 만들어져 있었다. 자민의 집을 넘어 그의 인생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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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보이는 그림, 테디베어이다. 자민은 이 테디베어를 자신의 가족을 대신하여 한국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보낸다고 표현했다. 다른 어떤 전시보다도 관람객과 작가가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 전시였다.

 

"내 그림이 보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벽난로처럼 느끼지기를.." - 데이비드 자민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도구와 같다. 자민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와는 별개로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그가 사랑하는 일상, 자연, 사람들이 그림에 묻어난다. 코로나로 여행가지 못해 답답한 사람들, 자민과 같이 일상의 행복이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전시를 꼭 추천하고 싶다. 평소 느끼지 못하는 따뜻함과 삭막한 일상에 주는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시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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