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레이스 앤 프랭키_멋진 언니들 [드라마/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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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딱히 즐기지 않는 내가 우연히 보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된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 이 글은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어 있는 시즌 6까지 완주를 하며 연휴를 날려먹은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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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의 남편 로버트와 프랭키의 남편 솔은 변호사이자 파트너로서 오랜 시간 함께 근무를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각각의 아내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하게 되는데, 바로 게이였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 이로써 갑작스럽게 이혼을 당하게 된 그레이스와 프랭키는 공동 구매한 별장에 함께 살며 배우자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히는 듯 보이지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점차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간다. 관절염이 있는 노년의 여성들을 위한 자위 기구 사업부터 시작해 변기에서 일어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일어나라' 변기 사업까지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다.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은 진정한 우정에는 나이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진짜 우정을 나눌 사람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느끼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살아가다 언제 어디서 영혼의 단짝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너무 마음을 닫고 있지 말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서로의 다른 성향을 있는 그대로의 서로로 받아들이는 그레이스와 프랭키를 보며 '이것이 연륜이 주는 여유일까?' 생각했다. '너와 나는 다르니, 우리의 관계는 여기까지야'하고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유일한 두 사람의 공통점이었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그들의 나이는 너무 많다고 느껴진다. 따라서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보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수줍은 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였다가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신사업을 개척해가는 두 사람은 어떤 이의 부인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주체적인 여성이었다.
드라마를 보며 자주 '나의 노년도 저런 모습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했다. 대체 누가 그들을 '할머니'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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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레이스와 프랭키 두 사람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그레이스의 맏딸 브리아나였다.
내가 브리아나를 짧게라도 언급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녀의 결혼관 때문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결코 결혼은 원하지 않는 그녀의 확고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평생 약혼한 상태로 살아가자고 제안하는 부분에서는 더 이상 사랑의 결과는 결혼일 필요 없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사랑이 결혼으로 귀결되는 일반적인 드라마의 클리셰를 깨부순 것 같아 통쾌한 기분도 들었다. 물론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여준 베리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은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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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 낄낄대며 보다가 나도 모르게 멋진 언니들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사라진다는 생각에 그저 두렵기만 했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었기에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버산업이 성장하고 시니어 세대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지금, 그레이스와 프랭키의 모습은 단지 드라마 속의 허구가 아닐지 모른다. 시대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시대가 주목하는 대상 또한 변화한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매 순간이 전성기인 것을,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당당히 살아가련다!
[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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