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법의학은 미래를 위한 학문 - ‘언내추럴’ [드라마]

글 입력 2021.02.16 02: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세상에 자연사로 죽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주위를 둘러봐도 사고사, 병사, 과로사 등 죽음의 사유는 다양하다. 드라마 ‘언내추럴’은 부자연사한 사람의 시체를 부검하여 규명을 밝혀내는 법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드라마 속 가상의 배경인 UDI(Unnatural Death Investigation)는 뜻 그대로 부자연사 규명 연구기관이다. 1화에 등장하는 대사 속에서 일본은 시체의 80% 이상을 부검하지 않은 채 적당한 사인을 붙여 화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국에 170명도 되지 않는 법의학자 중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150명도 안된다는 사실을 말하며 UDI의 설립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지역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부검률을 이야기하며 죽을 장소도 잘 골라야 한다는 장의사의 농담은 현실의 문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크기변환]e53f5233f55ff93bd1fd4da3ab4bfd7cb1cab7f6388d38dfa21bff9773d3d145cfcc89d233c96e62dc4eac69557a511bb756f188d1a8f4a27ffcce2f7fa87301d6ca6e8d2926b8cea4c66f067933c7915206f5c35969efe24c7b1618fef8f4cbdcbfd16cfa7f540fde4bd0.png

 

 

언내추럴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매화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만 주연으로 등장하는 미스미 마코토, 나카도 케이 두 법의학자의 이야기가 중심 내용이 되어 흘러간다. 이 드라마는 각본가 노기 아키코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노기 아키코는 언내추럴 이전의 작품부터 드라마 속에 다양한 사회문제를 거론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작품에서는 남다른 결혼관에 대해 이야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언내추럴에서는 여러 분야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며 공감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크기변환]001_size8.jpg

 

 

어떤 드라마든 1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이미지, 앞으로의 시청 여부는 전부 1화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언내추럴의 1화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목부터 “이름없는 독”으로 방영하여 틀림없이 독과 관련된 죽음을 생각했었지만 죽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듯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모두가 독살을 사인으로 생각하고 조사하던 중 미스미가 이상함을 깨닫고 메르스 검사가 가능한 기관을 찾는 장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사인을 밝혀낸다고 끝나는 단순한 전개로 흘러가지 않는다. 전염병이라는 사인을 알았으니 1차 감염자에 대한 전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남은 유가족들의 고통까지도 묘사된다. 코로나가 대유행 중인 지금이라면 현실의 냉혹함에 대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외에도 학교 폭력, 여성의 사회 진출, 과도한 노동 등의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언급하여 다루고 있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일본 사회에서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녹여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누구나 겪는 죽음, 죽는 방법과 시기를 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은 삶에 집착하게 된다. 죽음을 겪을 뻔하고도 멀쩡해 보이는 주인공에게 절망할 때가 있냐고 물은 질문에 “절망할 시간이 있으면 맛있는 걸 먹고 잘래”라고 답하는 장면은 별거 아닌 말이지만 마음속에서 많은 위로가 되었다. 늘 죽음과 가까이 있는 인물이 하는 대사였기 때문에 더욱 와닿은 걸지도 모른다.

 

 

[크기변환]20180111s00041000233000p_view.jpg

 

 

우리나라의 드라마의 경우 로맨스 요소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지, 장르를 불문하고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는 보기 힘들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굳이 불필요한 로맨스씬을 넣으면서 스토리 전개를 방해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도 언내추럴은 내 이상에 들어맞는 드라마였다. 1화에서 아주 잠깐 미스미에게 남자친구가 있었고, 조수로 나오는 대학생이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로맨스 요소를 넣지 않는 이유는 일본의 편성도 큰 이유를 차지할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10화를 넘기지 않기 때문에 장르에 관한 이야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가끔은 미완성된 듯한 느낌의 작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빠른 전개와 다양한 소재를 원한다면 일본 드라마를 시청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크기변환]6CDvy3UADL4Tk3fkKfzjt0m67qZiQHMSPBL0VmqF2Ng.jpg

 

 

드라마 속 자주 등장하는 대사는 “법의학은 미래를 위한 학문이야”이다. 사실 드라마의 초밥에는 이 대사에 공감하기 어렵다. 이미 죽은 사람을 조사하는 법의학이 도대체 어떻게 미래를 위한 학문이라는 말이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를 끝까지 본 사람들은 법의학이 왜 미래를 위한 학문인지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극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UDI의 소장이 UDI를 국립연구소로 만들고자 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바로 치과 카르테의 데이터베이스를 모으기 위해서였는데, 동일본 대지진 당시 엉망이 된 시체들이 제 가족을 찾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고 절망했기 때문이다. 법의학이 더욱 발전되어서 많은 기술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돌아갈 곳을 찾지 않았을까. 이 장면은 법의학이 왜 미래를 위한 학문인지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주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들었다면 같은 제작팀과 노기 아키코가 제작한 ‘MIU404’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먼저 범죄 현장에 도착해 초동조사를 하거나 범죄를 예방하는 기동대를 소재한 드라마로 언내추럴과 상당히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황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