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주얼 서스펙트_1996년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 [영화]

글 입력 2021.02.1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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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하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나 또한 자주 들어봤던 영화였던지라,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나 강력한 반전이 있으면 반전의 대명사가 된 것일까?

 

평소 반전이 있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고전의 자리에 오른 본 영화에서 뭔가 새로운 반전의 기법을 기대했었다. 따라서 우연히 찾아온 감상의 기회를 움켜쥐고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재생 버튼을 누르며 그 유명한 '카이저 소제'를 만날 준비를 했더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하였다. 영화의 반전은 뻔한 클리셰였고 영화 초장에 반전을 눈치챈 나는 약간의 지루함마저 참아내야 했다. 장면 장면만 기억날 뿐,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해서 이 글을 포스팅하며 다시 한번 줄거리를 찾아봐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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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페드로 부두에서 폭발 사고가 났고 그 사고의 중심에는 '카이저 소제'라는 인물이 있었다. 사건의 수사관 데이브 쿠얀은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버벌'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 사건의 전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베일에 싸인 '카이저 소제'는 누구인가? - 유주얼 서스펙트 간략 줄거리]
 

짐작할 수 있듯, 이제는 너무도 유명한 '카이저 소제'의 정체가 곧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반전이었다. 영화는 미스터리한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며 끝이 난다. 문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반전이 그리 강력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그나마 놀라운 지점은 즉흥적인 스토리텔링 실력이라 할 수 있는데, 더 자세히 언급하게 되면 스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끼려 한다.

 

아무래도 찝찝한 기분이 들어 화면을 끄면서 영화의 줄거리를 반추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영화의 개봉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초록창을 열어 영화의 제목을 검색해보니, 개봉 연도가 '1996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96년, 내가 영화를 본 것이 2017년이었으니 1996년과 2017년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시간차가 존재했다.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 당시에 본 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상상해보았다.

 

'센세이션'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나도 흔하게 느껴지는 본 영화의 반전이 그 당시에는 상당히 놀라운 장치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그들이 접해왔을 영화 히스토리와 내가 접한 영화 히스토리가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영화는 눈부신 발전을 만들어왔다. 그 과정에는 1996년에 개봉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 같은 영화들이 기반이 되었고 이를 발판 삼아 더 확장된, 더 심오한 영화들이 제작될 수 있었다 생각한다. '생각보다 별거 없다'라고 치부하기엔 본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너무나도 대단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많은 영화계의 거장들이 손꼽는 영화들은 영화사적으로 기여를 한 경우가 많다. 이 말인즉, 고전이라 불리는 영화는 단지 획기적인 스토리텔링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장르를 개척한 영화가 있는가 하면 촬영 기법적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했던 영화도 있었고 미장센이 훌륭한 영화도 있었다. 영화라는 분야 역시 하나의 예술 분야이기 때문에 시대적 화풍이 존재했던 미술사처럼 그 태동기에는 영화의 의의를 두고 상당한 논쟁이 벌어졌고 심지어 감독의 역할을 두고도 견해차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영화사의 시기마다,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마다, 나아가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마다 완성도의 기준이 달랐다. 물론 새로움의 기준, 당연함의 기준도 달랐다.

 

그러니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논하고자 한다면, 영화의 개봉 연도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반전은 이 영화가 1996년에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봐도 촘촘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세련된 연출을 통해 반전의 참 맛을 끌어낸 결과물이 너무나도 놀라운 것이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가 고전일 수 있는 이유는 본 영화가 대단한 반전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반전을 공개하기 전까지 긴장감을 끌어가는 방식, 반전을 공개하는 순간의 카메라 무브 등 영화적인 완성도가 더해졌기 때문에 지금도 회자되는 반전 영화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반전이라는 한 단어 안에 담기에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는 영화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 밖에 잘 알려진 다른 고전 영화들 역시 특정한 주제의 대표작으로 언급된다 할지라도, 결국 그 가치는 영화 자체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줄거리 좀 기억나지 않으면 어쩌랴? 킬링타임을 즐기는 나같은 관객 한 명의 평가로는 결코 손상되지 않을 본 영화의 존재 의미는 그 누구도 구닥다리 취급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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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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