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 와이바이 [연극]

집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글 입력 2021.02.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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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와이바이>는 각자의 사연을 갖고 집을 떠난 사람, 가정을 위해 집을 지키는 사람, 꿈을 이루지 못해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이곳에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나일, 마리아, 칸, 이리띤과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집으로 도피한 막내딸 베이비, 농장을 일구며 집을 지키고 있는 용일, 은희, 최 씨가 있다.

 

이들은 ‘와이파이’의 경계선 안에 서로 소통하고 아픔을 공유한다. ‘와이파이’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고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어느새 와이파이 안에서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고향 그리고 집의 진정한 의미에 관해 이야기한다.

 

 


집의 의미


 

 

“돌아올 곳이 있고, 돌아올 수 있잖아요! 그러니 실패해도 되죠!”


- 마리아 대사 중

 

 

사람은 대부분 집이 있다. 그들은 집에서 쉬고 밥을 먹으며 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새 가정을 이루고 또 다른 집을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수많은 인생의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이루어진다. 집을 지킨다는 것, 집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는 내 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 편이 있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에서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용일은 늘 부족한 일손 때문에 고민이 많다. 결국 최 씨의 조언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렇게 나일, 마리아, 칸, 이리띤은 용일과 최 씨의 양계장과 복숭아 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그들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유일하게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소통할 방법은 핸드폰이다. 그래서 고향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기 위해 유일하게 와이파이가 가능한 용일의 집 마당에 모인다.


용일과 은희의 막내딸 베이비는 서울에서 작곡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데 베이비는 집에 모여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베이비는 누가 줘도 갖지 않을 것 같은 핸드폰을 얻기 위해 절절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 은희는 그들을 무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그들도 고향에선 가장 귀한 아들,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은희는 칸과 이리띤이 와이파이로 인해 고생하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집 와이파이를 사용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곧 용길의 눈에 나게 되고 용길은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면 그만큼 일을 해야 한다고 선포한다. 그렇게 그들이 와이파이로 다투면서 점차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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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와 나일은 인도에 있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마리아는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용길와 은희처럼 베이비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집이 되어준 것처럼 자신 또한 인도에서 자신의 딸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베이비는 그게 무슨 꿈이냐고 핀잔을 주지만 점점 그런 마리아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베이비는 어느 날 은희에게 왜 그렇게 힘들게 일하기만 하고 농장을 팔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 말에 은희는 너희가 돌아올 곳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사회에서 좌절하고 실패를 해도 언제든 돌아올 곳이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실패해도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곳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곳, 바로 집이다.


연극 <와이바이>는 집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집이란 그저 잠을 자고 먹는 곳이 아닌 지치고 힘들지만, 집에서만큼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는 것, 그리고 집이 있기에 아무리 실패하고 좌절해도 괜찮다. 그것이 바로 집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외국인 노동자



가장 인상 깊었던 은희와 이리띤의 전화 장면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은희는 큰아들에게, 이리띤은 고향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이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지만, 대사를 듣다 보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은희가 타지에 있는 큰아들을 걱정하는 것처럼 이리띤의 엄마 또한 타지에 있는 아들을 걱정한다. 그렇다. 이리띤도 누군가에게 아주 귀하고 애틋한 아들이다.

 

연극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연극 초반 베이비가 친구와 전화 통화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말하는 장면과 최 씨가 몽골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온 이리띤을 보고, 자기는 고졸이지만 이렇게 사람들을 부리고 사장 소리를 듣는다며, 역시 나라가 잘 살고 봐야 한다는 장면들이 그러하다. 이는 노골적인 차별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많은 사람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차별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권에 차등은 없다. 누구나 똑같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차별은 만연하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인식은 어느새 같은 사람끼리 급을 매긴다. 참,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차별은 어느 나라에서나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다. 한국에서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갈 집이 있고 가족들과 같이 살 집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다. 작가, 가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지만, 그 꿈은 혐오와 차별의 시선 아래 한껏 무시되고 짓밟힌다. <와이바이>는 이상적이며 현실적인 연극이다. 은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용길도 와이파이 때문에 그들과 갈등을 겪지만 알고 보면 그들을 차별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베이비도 처음에는 그들을 무시했지만, 나중에는 같이 웃으며 밥을 먹고 그들의 입장에 대변하여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은희, 용길, 베이비 같은 인물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극 끝자락 칸과 이리띤은 불법체류자로 신고되어 강제 귀국하게 된다. 그들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데 말이다.

 


“와이파이 그거 뭐 닳는 것도 아닌데 다 같이 쓰면 어때요”


- 은희의 대사 중

 


서로에 소통의 계기가 된 ‘와이파이’처럼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러한 계기가 많아진다고 해서 세상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와이파이로 인해 집 마당에 다 같이 모여 음악을 틀고 춤을 추던 것처럼 같이 웃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리띤과 마리아, 칸도 와이파이를 통해 자신들 또한 집이 있고 가족이 있는 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언젠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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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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