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웃어야만 했던 이유
글 입력 2021.02.1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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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유에민쥔:한 시대를 웃다! 전시회에 다녀왔다.

 

그는 팡리쥔, 장샤오강, 쩡판즈와 함께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으로 불린다. 그들은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들이 겪었던 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 4일, 중국의 베이징시의 중앙에 있는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하여, 유혈사태를 일으킨 정치적 참극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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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 이후 중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과 공존은 국민들에게 혼란과 두려움을 야기했다. 유에민쥔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저 웃기를 자청했다.


유에민쥔 작품은 자신을 모델로 하여 꾸밈없이, 과장된 웃음이 특징이다. 치아가 다 보이도록 웃고 있는 모습은 혼란스러운 사회 속 무력한 자신을 향한 자조적 비웃음이다.

 

그래서일까?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마냥 행복해 보이지 않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작가 유에민쥔은 알지 못했으나 작품은 익숙했다.

 

입이 찢어지도록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은 스치듯 본 그림이었지만 뇌리에 박혀있었다.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 무엇을 표현한 그림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웃음 많은 작가가 그린 작품인건가라는 생각만 했을 뿐.

 

그러나 전시회를 보고 난 뒤 그는 실제로 잘 웃지 않는다는 것과 중국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삶, 죽음, 고통, 인생을 웃음이라는 가면 아래 표현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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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The Execution


 

유에민쥔이 1995년에 그린 '처형'은 스페인 화가 고야의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 수비군의 처형>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그는 이처럼 서양의 다양한 작가들의 명화를 패러디한 그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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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민쥔 The Entombment> (2010)

<카라바조의 그리스도 매장> (1602)


 

그 외에도 다양한 패러디 작품이 많은데 유에민쥔은 이러한 명화들을 패러디하면서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하고 무능한 사람들에 대한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비웃음을 표현한다.

 

명화 속 인물들은 모두 웃지 않는다.(웃을 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유에민쥔의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던지 말이다. 이러한 맹목적인 웃음은 바보 같지만 어느 한 편으론 측은함이 느껴진다.

 

왜 웃어야만 했을까? 웃는다고 해서 자신이 처한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유에민쥔이 그린 작품 속 인물은 그저 웃는다. 자신이 곧 죽는다고 해도 말이다.

 

“내 작품 속 인물은 모두 바보 같다. 그들은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듯한 부자유스러움과 어색함이 숨어 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무 생각도 없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이들은 곧 내 초상이자 친구의 모습이며 나아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 유에민쥔

 


짐승같은인간.jpg

짐승 같은 인간 Human Beast


 

청동 조각상들은 한 면에서 보면 웃고 있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각도를 조금만 틀어보면 뿔을 한껏 세운 코뿔소, 이빨을 드러낸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표현했다. 사람은 한 가지의 면만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중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웃는다. 웃는다는 것은 타인에게 방심을 하게 한다.

 

웃음 뒤에 숨겨진 이면이 얼마나 포악한지 모르면서 말이다.

 


방관자.jpeg

방관자 Bystander

 

 

강 한가운데 벌거벗은 한 남자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저 방관하며 핸드폰으로 사진만 찍을 뿐이다. 물에 빠진 남자는 자신이 살려달라 외쳐도 이들은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웃기만 한다.

 

 

__EXPRESSION__ in Eyes, Oil on Canvas 240x200cm 2013 ⓒYue Minjun 2020.jpg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유에민쥔의 작품을 스쳐 지나가듯 봤을 땐 행복한 웃음을 담은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본 그의 작품은 그 누구보다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아우성을 표현한 그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웃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기뻐서 웃기도 하고, 슬퍼서 웃기도 하며, 어이가 없어도 웃는다.


작가는 웃음을 통해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했다. 현실은 참혹하고 혼란하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심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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