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쉬지 않고 배우는 삶 -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글 입력 2021.02.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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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사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큰 고민도, 큰 기쁨도 없이 단조롭게 반복되는 하루를 보낼 뿐이다. 삶에 무뎌진 하루하루를 그저 견디며 소비하는 것 만큼 끔찍한 일이 없다. 흘러가는 것들은 다 어디론가 고이기 마련이지만 멍하니 보낸 시간은 흐르고 흘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다. 이렇게 금방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고, 또 바뀌어 생각보다 중년은 멀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내 나이는 엄마와 아빠가 만나 연애를 시작했을 때의 나이다. 그리고 머지 않으면 곧 엄마가 나를 낳았던 나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빨라 무서워지고 만다. 난 그저 가만히 있고 시간이 날 스쳐지나갈 뿐인데, 갑자기 중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다니.

 

사실 나이가 드는 것 자체는 별 생각이 없다. 그저 중년이란 타이틀에 담긴 여러 가지 상징이 부담스럽다. 특히 제일 부담스러운 건 중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생각해보면 중년은 말 그대로 가운데 중, 삶의 중간에 와 있을 뿐인데 세상의 뒷방으로 물러날 사람처럼 묘사한다.

 

책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는 연극 무대에 서기를 꿈꿨던 7명의 중년이 써내려간 책이다. 쉰 넘어 연극을 시작한 이들은 '참별난극단 B2S'라는 이름 아래 4년차 아마추어 연극 배우로 당당하게 서 있다. 이 책은 이들이 연극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던 그 때를 되돌아보며 도전 의식과 용기를 되새기게 만든다.

 

첫 연극 '강 여사의 선택'에서 배역을 받고 연기를 배우게 된 놀라운 시작, 그만두고 싶었던 힘든 시기, 실제 연극 무대에서 관객과 생생히 호흡했던 기억 등을 다루며, 이들의 중년은 연극을 만난 이후 놀라울 정도로 다채로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매일 일어나는 새로운 일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것들을 온 영혼 다해서 만나가는 중이다. 하여 지금도 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연극 무대에 서기 전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쩌면 매일을 투쟁하며 생각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갱년기 불면증이나 우을증, 경력단절, 생활고 등을 겪으며 살아온 이들에게 삶은 그렇게 행복하고 재미있는 것으로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삶이 제멋대로, 그저 되는 대로 굴러가게만 두지도 않았다. 노년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생각될 뿐인 중년이지만, 여전히 지금도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기 충분하다는 믿음과 용기로 도전했다. 이제 성장이라는 파릇한 단어가 낯설게 다가올 나이임에도 이들은 매 순간 도전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며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낸 것이다.

 

평범한 듯 보이는 이들의 삶 속에 비범한 용기가 가득했다.

 

물론 연극을 하면서 무작정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들어서는 낯선 세계는 무대에 한 번 오르기까지 이들을 세차고 힘겹게 단련시켰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중년 이후의 삶을 특별하게 가꾸어보려는 동기가 있었다. 이러한 결심을 깊이 배우게 된다.

 

 

"글을 쓰며 그저 서서히, 스스로가 어떤 사람으로 살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를 기억해냈습니다."

 

 

책은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쓴 글처럼 거리감 없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각 장은 리더격인 안은영씨가 연출 노트라는 이름으로 주제를 제시하고, 그 이후 6인의 멤버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글을 이어지게 구성했다.

 

배려와 긍정의 아이콘 최정주,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보필하다가 이제야 자신의 삶을 누리는 최상옥, 뒤늦게 연극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김영희, 반전 매력을 지닌 마기원, NG 없는 연기가 특기인 완벽주의자 정호정,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무대 위 감동을 선사하는 팀의 막내 윤현정. 이 책을 읽는 것은 사람과 대화하고 친해지는 과정과 비슷했다.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읽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을 함께 곱씹으며 추억한 결과 책을 덮을 즈음에는 이들의 삶이 가족의 이야기를 듣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또 책 중간에 삽입된 실제 연극 연습 장면, 연극 무대 사진 등은 이들의 경험을 더욱 생생히 느끼게 만든다.

 

이제는 그냥 중년 말고, 행복한 중년. 이것은 현재 이 시점에 부모님이 지나가고 계신 길이며 그리 멀지 않은 내 미래의 모습이다. 중년의 시기를 걷고 있는 이들뿐 아니라 미래에 내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안과 용기를 주는 책으로 추천한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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